애타게 그리운 낱말, ‘결곡한 사람’ vs. 위장 전입과 다운계약서
요즘 인사 청문회의 계절이다. 거기서 하나같이 빠지지 않는 게 위장 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문제. 하도 여러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다 보니, 이제는 그 사유를 따져서 봐주고 안 봐주는 수위까지 정해지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는 모두 지저분한 사욕과 관계된다. 우수 학군 배정이든, 부동산 투기든... ‘다운계약서’가 관행이니 뭐니 하지만,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 주거용 목적이라면 한번 구입한 주택에서 최소한 10여 년 이상을 살거나, 그곳에서 붙박이가 되어야 옳다. 매매 차익을 거두지 않았거나, 다운계약서 금액과의 그 차익에 대해 솔직하게 제대로 법정 세금을 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관행이라던 ‘다운계약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고위직 출신들의 지저분한 사욕. 정말 욕이 나올 정도다. 그들에겐 퇴직 후 고액의 연금도 나온다. 일반 국민들이 충실하게 국민연금에 돈을 내도, 받는 액수는 몇십만 원 선이다. 월 백만 원 근처의 연금을 받는 이들은 1%도 안 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다르다. 최소한 몇백만 원이다. 고위직일수록 더 많이 받는다. 월 500만 원 이상의 연금 수혜자가 즐비하다. 그것도 몇조 원이나 되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겐 기본적으로 10억~20억 사이의 재산들이 있다. 부동산과 예금 평균 액수가 그쯤은 된다. 나이 들어 현직에서 물러난 그들은 연금과 보유 자산만으로도 깨끗하게, 품위 있는 생활을 하고도 남는다. 어디서고. 도시 부동산을 처분하여 시골로 가서 자연과 벗 삼아 지내면, 더더욱 멋있고 고아한 삶을 엮어낼 수 있다.
예전 선비들이 즐겨 쓰던 말 중에 ‘결곡하다’가 있다.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는 뜻이다. 깨끗한 마음씨가 얼굴에 그대로 곱게 드러나는 경우에도 쓰였고, ‘그는 워낙 성품이 결곡하여 변통성이 좀 없다’는 식으로까지 쓰였던 말이다. 월탄 박종화 선생이 즐겨 작품에 사용했던 말인데, 요즘 이 말조차 듣기 어렵다. ‘결곡한 사람’들이 아예 눈에 띄지 않게 되어서가 아닐까.
선비 정신이 그립다. 진짜배기 선비들이 그립다. 우리나라 문화를 우리보다도 더 정확하게 꿰뚫은 외국인 출신 학자 하나는 우리의 선비 정신을 이렇게 요약했다. 세계에 자랑해도 좋을 것이기에, 오늘날에도 이 선비 정신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면서.
“개인적 차원에서 선비 정신은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행동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 존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 민본주의 사상을 품고 있으며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려는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溫草.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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