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나이’? 온갖 나이들의 명칭 : 만 나이, 세는나이, 남의나이, 앰한나이, 호적 나이...
네 살짜리 아이에게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줬는데, 그 아이가 몹쓸 병에 걸리는 바람에 그 회사를 고소하고 하는 사건으로 시끄럽다. 그 여파로 네 살짜리에게 그런 걸 사 먹인 부모도 문제라는 말도 떠돌았다. 그러자, 어떤 이는 기사화된 아이의 나이는 ‘언론 나이’이므로 실제로는 다섯 살일 수도, 여섯 살일 수도 있다고 부모 편을 들었다.
이 ‘언론 나이’라는 표현은 재미있는 말이지만, 사전엔 없는 말이다. 그리고 속내를 알고 보면 조금 복잡한 말이기도 하다. ‘만 나이’ 중에서도 단순한 방식으로 따지는 만 나이이므로. 지금까지 언론에서는 나이를 만으로 따지되, 생일은 따지지 않고 생년만을 기준으로 만 나이를 산정해 왔다. 예를 들면 2000년 10월생의 경우, 지금 현재로 그는 17세다. 단순하게 2017년에서 2000년을 빼서 나이로 삼는다.
하지만, 병원 등과 같이 정확한 나이를 알아야 하는 경우에는 생일까지도 따진다. (유아의 경우는 투약량 등에 예민하므로 몇 달이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월령[月齡]을 적용할 때도 있다) 그래서 위의 경우에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음으로 16세가 된다.
이 2000년 10월생의 경우 집에서는 18살이라 한다. 그래서 이런 나이를 흔히 ‘집엣나이’라든가 ‘우리 나이’ 등으로 부르는데, 잘못이다. 올바른 말은 ‘세는나이’다. 열 중 아홉 이상이 이 바른 말을 잘 모르고 있어서, 일상생활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꼭 ‘세는나이’라고들 하시도록.
그런데, ‘언론 나이’ 표기에 관한 강제 규정은 없다. 그저 관행적으로 위에 설명한 ‘관행적인 만 나이’ 표기를 해 왔다. 그런데, 요즘 일부 매스컴에서는 그 표기를 ‘세는나이’로 바꾼 곳도 있다. (예 : KBS 등)
이 세는나이의 반대편에 있는 게 흔히 말하는 ‘만 나이’인데,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한 낱말이 아니다. 흔히 ‘만으로는 몇 살인데...’ 식으로 쓰여서인 듯하다. 그래도 빨리 한 낱말로 삼아줘야 할 표현이다. 이처럼 흔히 쓰이는 데도 아직 한 낱말의 정식 용어에 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호적 나이’도 있다.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기도 하거니와 빈도와 분포로 보아도, 너끈히 복합어의 지위에 든다.
크리스마스와 같이 연말에 태어나는 바람에 이내 한 살을 더 먹게 될 때가 있다. 괜히 억울한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먹게 된 나이를 ‘앰한나이’라고 한다. 그 반대로
한 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태어나는 바람에 나이를 꽉 차게 먹는 경우도 있다. 그건 ‘온살’이라고 한다. (주의 : 이 경우에도 ‘온나이’는 없는 말이므로 ‘온 나이’로 적는다.)
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이르는 말도 있다. ‘남의나이’라고 한다. 장수와는 거리가 멀었던 예전에는 환갑이 돌아오면 그 뒤로는 덤으로 사는 것이라 여기게 되어서인데, 요즘에는 대체로 팔순 이상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남의나이’쯤 되면 세상을 달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웬만큼 나이가 들었음에도 나잇값을 제대로 못하거나, 해 놓은 일도 별로 없이 헛되게 든 나이도 있다. 그걸 ‘헛나이’라 한다.
요즘 장수시대가 되고 보니, 신체적 상태를 보고 의학적으로 판정하는 나이가 있다. 흔히들 ‘생물학적 나이/연령’이라고들 한다. 이 말은 전문용어이며, 한 낱말로 붙여 적을 수도 있다. 의학 용어로는 ‘뼈나이’도 있다. 방사선 검사상 보이는 나이로서, 몸의 성장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와 같은 식으로 매긴다.
요즘과 같은 노령화 시대에는 ‘생물학적 나이’가 ‘세는나이’보다 아래인 이들이 적지 않다. 70대 분이 생물학적 연령으로는 50대 후반으로 나올 정도로. 그런 이들이야말로 알속 있게 ‘나잇값’을 해내신 분들이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기억해 두자. ‘언론 나이, 호적 나이, 만 나이’ 등은 아직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이고, 집에서 일컫는 실제 나이는 ‘세는나이’라고 한다는 것을. -溫草
[Ju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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