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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유치원]고통하는(x) 사랑 vs. 욕망하는(o) 사랑 : ‘-하다’와 행위성 명사의 결합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7. 8. 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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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하는(x) 사랑 vs. 욕망하는(o) 사랑 : ‘-하다와 행위성 명사의 결합

 

<고통하는 사랑><인생 가시에 찔려 고통하는 영혼을 위한 9가지 해법>. 앞의 것은 어느 재미 목사의 성경 강해서 제목이고, 뒤의 것은 모 인생 계발서의 부제로 쓰인 내용입니다. 여기서 쓰인 고통하는이라는 표현은 해괴한 어법의 말입니다. 우리 어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조어법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죠.

 

접미사 하다는 일부 명사/의성의태어/성상 부사/어근/의존명사 뒤에 붙어서 동사나 형용사를 만듭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 공부하다/생각하다/사랑하다/빨래하다; 건강하다/순수하다/정직하다/진실하다/행복하다; 덜컹덜컹하다/반짝반짝하다/소곤소곤하다; 달리하다/돌연하다/빨리하다/잘하다; 흥하다/망하다/착하다/따뜻하다; 체하다/척하다/뻔하다/듯하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경우들이 있다 보니, 웬만한 말 뒤에 이 ‘-하다를 붙이면 말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위의 예에서 보인 고통하다처럼요. 하지만, ‘일부 명사뒤에 붙어서 동사를 만들 때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 행위성 명사 뒤에만 붙일 수 있다는 것이죠.

 

명사는 그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요. 동작/행위와 관련된 것을 행위성 명사라고 합니다. 그와 상대적인 것으로서 성질/상태/성상을 나타내는 것은 비실체성 명사(학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라고 합니다. 서술성 명사 중에서 실체성 명사가 아닌 것을 이릅니다.

 

다시 위에 예시된 말, ‘고통욕망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고통(苦痛)’이란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을 뜻합니다. 상태를 나타내는 비실체성 명사죠. 한편 욕망(欲望/慾望)’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을 이릅니다. 의미 속에 탐하는 행위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행위성 명사에 듭니다.

 

위에서 말했죠? 명사 뒤에 붙여서 동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행위성 명사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고통하다는 잘못된 말이고, ‘욕망하다는 바르게 이뤄진 말이 되는 것입니다.

 

고통하다가 왜 말이 안 되는 무리한 조어법인지 좀 더 예를 들어볼까요? 명사 슬픔야망(野望)’을 보죠. 각각 슬픈 마음/느낌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을 뜻합니다. 둘 다 어떤 심정적 상태를 뜻하는 말들입니다. 행위/동작과는 무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슬픔하다/야망하다라는 동사를 만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째서 고통하는(x) 사랑 vs. 욕망하는(o) 사랑인지 이제는 확실히 아시겠죠? 그러므로 시인 곽재구의 <새벽 편지> 중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표현도 어법으로 볼 때는 엉터리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 ‘시적 자유를 인정할지는 제외하고요.)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참, '고통하는' 대신 '고통 받는'은 가능한 표현입니다. 다만 '-받다' 역시 행위성 명사와 어울리는 말이어서 '고통 받다'로 띄어 적어야 바릅니다.  참고로, ‘고통과 같이 정태적인 말들은 ‘-스럽다와 같은 접사를 붙여 고통스럽다를 만든 뒤 그 뒤에 접사 ‘-하다를 붙이면 자연스럽습니다. , ‘고통스러워하다가 되는 거죠.

 

다만, 위와 같은 경우에는 시어라서 이런 식으로 조어하면 시어로서는 지나치게 길어져 번거롭게 됩니다. 그럴 때는 다른 말, 예를 들면 아파하는등으로 바꿔 쓰면 좋습니다. 시어로서도 고통하는보다는 아파하는이 그 뜻과 깊이에서 한 수 앞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溫草                      [Au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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