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8회(2017.8.7.)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2)
-깜찍한 주부 이은애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리말 달인에 오르는 아주 쉬운 방법 : 문자나 ‘카톡’을 할 때, 긴가민가하는 것이 있으면 사전이나 맞춤법을 검색해 보라. 그걸 습관화하면 된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글쓰기를 해보는 것. 일기나 수필을 쓰면서, 그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확인하게 되면 금상첨화다. 요체는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부딪는 것들을 챙겨보는 것. 단, 맞춤법/띄어쓰기에 관한 기본 원칙/원리들을 1차 공부한 뒤에. 낱개의 낱말들만 외우려 들면 쉬 지쳐서 중도 포기하게 되고, 활용 문제(띄어쓰기와 표준 표기)에서 전혀 힘을 못 쓴다. 실제로 두 달 정도만 시간을 투자하여 원칙들을 공부하고 나면 그 뒤로는 아주 편해진다. 맞춤법/띄어쓰기 앞에서 우리말이 어렵다는 소리부터 습관적으로 앞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영문법 공부에는 몇 년을 투자하면서도 우리말 어법 공부에는 두 달도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다. 돌아보시길, 자신이 지금까지 우리말 어문법 공부에 실제로 얼마나 투자해 왔는지! -溫草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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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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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컨대(x)/짐작건대, 부기/붓기(x), 들입다/드립다.댑다(x)’를 살펴보기로 한다. 그중 ‘부기/붓기(x)’는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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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컨대(x)/짐작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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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문제 풀이에서 여러 번 다뤘던 유형으로, 어간 ‘-하’의 단축형 관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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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어간 ‘-하’의 단축형 : 어간 ‘-하’가 줄거나, ‘ㅏ’가 줄 때
[예제] 섭섭치 않게 해주게 : 섭섭지의 잘못. ←섭섭하다[원]
생각타 못해 어쩔 수 없이 찾아왔네 : 생각다의 잘못. ←생각하다[원]
넉넉찮은 형편에 벌금이라니 : 넉넉잖은의 잘못. ⇐넉넉하지 않다.
신무기를 도입키로 결정하다 : 도입기로의 잘못. ←도입하다[원]
[설명] ①어간 ‘-하’ 뒤에서 줄어든 용언은 준 대로 적음. 단, 앞말 받침이 ‘ㄱ/ㅂ/ㅅ’일 때 : 거북하지 않다 →거북지 않다; 넉넉하지 않다 →넉넉지 않다; 생각하건대 →생각건대; 무색하게 하다 →무색게 하다; 섭섭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못하지 않다 →못지않다; 생각하다 못해 →생각다 못해; 깨끗하지 않다 →깨끗지 않다; 익숙하지 않다 →익숙지 않다; 탐탁하지 않다 →탐탁지 않다. 도입하기로 →도입기로. 짐작하건대 →짐작건대. ☜[주의] ‘하’ 앞의 어간이 모음이거나, 그 밖의 받침일 때는 -치-로 적음 : 무심하지 않다 →무심치 않다; 허송하지→허송치; 관계하지→관계치.
②어간 끝음절 ‘-하’에서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때는 거센소리로 적음. 단, 앞말의 받침이 ‘ㄱ/ㅂ/ㅅ’가 아닐 때 : 간편하게 →간편케; 다정하다/다정하지 →다정타/다정치; 연구하도록→연구토록; 정결하다/정결하지→정결타/정결치; 가하다→가타; 흔하다/흔하지→흔타/흔치; 무능하다/무능하지→무능타/무능치; 부지런하다→부지런타; 감탄하게→감탄케; 실망하게→실망케. [관련 규정 : 한글 맞춤법 제4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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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붓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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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다뤘던 문제로,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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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 주변의 붓기가 많이 빠졌다 : 부기의 잘못.
[설명] 부은 상태는 ‘부기(浮氣)’이며, 한자어에서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함. 단, ‘붇다(①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②분량/수효가 많아지다)’의 명사형으로는 ‘붇기’지만 그때는 이 부기와는 의미가 다르며, 불어나기(증대/증가)의 뜻임.
부기[浮氣]? 부종(浮腫)으로 인하여 부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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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입다/드립다.댑다(x)
주의할 것은 흔히 쓰는 ‘딥다’로 맞는 말이라는 것. ‘들입다’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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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다 큰소리만 대빵 친다고 되는 건 아니지 : 딥다(혹은 들입다)의 잘못. 맞음.
댑다 힘드는 거나 딥다 힘든 거나 그게 그거지 : 딥다의 잘못. 맞음.
[설명] ‘댑다’는 없는 말이므로 잘못이며, ‘딥다’는 ‘들입다(세차게 마구)의 준말. ‘대빵’도 은어이긴 하지만, 쓸 수 있는 말(다만, 상황을 가려서).
대빵? 은어로, ‘크게 또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한껏’이라는 뜻.
딥다? ‘들입다(세차게 마구)’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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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드립다/디립다 처먹어 댈 때 알아봤어 : 들입다(혹은 딥다)의 잘못.
[설명] ①‘들-’은 ‘무리하게 힘을 들여/마구/몹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들볶다, 들쑤시다, 들끓다. ②‘들이-’ 역시 ‘몹시/마구/갑자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들이갈기다. 들이대다, 들이밀다. ③또한 ‘들이’는 부사로서 ‘들입다’와 같은 말이며, ‘딥다’는 ‘들입다’의 준말. 즉, ‘들이≒들입다 =>딥다’이며, 비슷한 말은 ‘냅다’.
들입다≒들이? 세차게 마구. 준말은 ‘딥다’. [유]냅다/막/마구
냅다? 몹시 빠르고 세찬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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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인 도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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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도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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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수준에 비하면 엄청 쉬워진 편이지만, 그럼에도 공부해 두지 않으면 실수하기 딱 좋은 것들이 숨어 있었다. 달인 탄생의 길은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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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복합어 판별 문제가 도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두 개씩이나. 아무래도 이곳 문제 풀이를 대하지 못하셨거나,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신 게 아닌가 싶다. 항상 되풀이하는 말, ‘글자 그대로의 뜻일 때는 굳이 어려운 복합어로 삼지 않는다!’를 떠올리셨더라면 ‘한 달 전’이나 ‘내 집 마련’과 같은 띄어쓰기를 덜 고생하면서 하실 수 있었을 터인데... 물론 그런 긴장된 상황에서, 그리고 시간제한에 쫓기게 되면 정상적인 두뇌 회전이 안 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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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큼/조그만큼’의 표준어 판별 문제는 고난도에 속한다고 해야 할 듯하다. 예전에 준말 표기의 원칙을 얘기하면서 다룬 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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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 ‘(세간치장)하는 데에’와 ‘언젠가부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부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출제 가능성도 높은 것이기 때문. 막상 문제로 출제되면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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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치장)하는 데에’에 쓰인 ‘데’는 의존명사다. 그러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이 ‘데’가 장소를 뜻할 때면 비교적 쉽고 명확하게 의존명사로 인식되는데, 그렇지 않고 ‘일/것/경우’ 등을 뜻할 때는 의존명사로 의식하지 못할 때가 흔하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붙여 적곤 한다. 예를 들면 위의 표기를 ‘세간치장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던’으로 살짝만 바꾸면, ‘데’를 의존명사로 챙겨서 제대로 띄어쓰기를 하는 이들이 매우 드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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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들어보자. ‘그 사람은 오직 졸업장을 따는데 목적이 있었다’, ‘남자를 꼬드기는데는 거의 천재적이었다’, ‘그리 고마울데가 있나’, ‘머리 아픈데 먹는 약’의 예문에서 ‘데’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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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모두 다다. 모두 ‘일/것/경우’를 뜻하는 의존명사로 쓰인 것들. 특히 ‘졸업장을 따는데 목적이...’와 같은 문맥에서는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붙여 적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게 있다. 그 ‘데’ 뒤에 ‘-에’를 덧붙여 보는 것이다. 즉, ‘졸업장을 따는 데(에), 머리 아픈 데(에)’처럼. 그래서 말이 되면 의존명사다. 각각 ‘졸업장을 따는 일(것)에, 머리 아픈 경우에’를 뜻하니까. 예문 자체가 ‘데는/데가’로 되어 있는 것들은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고... 이 귀띔은 글쓰기에서도 무척 요긴하다. 실은 내가 그리하고 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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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를 보자. 일견 붙여 적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이나 ‘그렇게까지는’이 되면 어떨까. 띄어 적으면 좀 이상하니까 붙여 적기는 하는데,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 익혀 둬야 할 것이 보조사의 용법인데, 그중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여 적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부터(는)/까지(는)’ 따위다. 끝에 덧붙인 ‘는’ 또한 강조를 나타내는 보조사로서, 보조사 뒤에도 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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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련해서는 이 문제 풀이에서 보조사의 용법과 관련하여 여러 번 설명한 바가 있다. 내 책자에는 보조사 항목에도 들어 있지만, 특히 ☜♣조사가 여러 개 올 때의 띄어쓰기 항목을 따로 편성하여 두었으니, 이참에 한번 살펴두시기들 바란다. (지금 이 문장에 쓴 ‘살펴두시기들’에 보이는 ‘들’도 보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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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고급 문제 하나를 다뤄보기로 한다. ‘그리고는’이라는 표현은 가능할까? 상세한 설명은 아래 전재로 대신한다. 요약하자면, ‘그리고’라는 접속부사 뒤에는 보조사를 붙일 수가 없다. ‘그러고는’이 되어야 한다. 고급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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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그러고 나서’와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가 맞는 표현.
‘그리고는’ : ‘그러고는’의 잘못. ⇐접속부사 뒤에는 보조사가 붙지 못함.
[유사] ‘그러나지만’(x); ‘그런데여서’(x); ‘그러므로니까’(x).
[설명] ①‘그러고 나서’는 동사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로, ‘-고’는 연결어미이고 ‘나서’는 동사 ‘나다’에 ‘-서’가 붙은 활용형. 이때의 동사 ‘나다’는 본동사 다음에 쓰여 뜻을 더해 주는 보조동사. 이처럼 ‘-고 나서’는 ‘먹고 나서/ 자고 나서/씻고 나서’와 같이 동사에 연결되어 동작의 완료를 나타냄. 보통 ‘이/ 그/저’는 계열을 이루고 있는데 ‘그러고 나서’ 또한 ‘이러고 나서’, ‘저러고 나서’와 한 계열. ②‘그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문장. ‘그리고’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주는 접속부사인데 우리말에서는 ‘그리고 나서’처럼 접속부사 다음에 보조동사가 결합하는 일이 없음. 그렇다고 ‘그리-+-고 나서’로 분석할 수도 없음. ‘-고 나서’의 앞에는 동사가 와야 하는데 ‘그리-’는 ‘그림을 그리다/연인을 그리다’와 같은 경우밖에 없어서 의미가 맞지 않음. 게다가 이때는 계열 변화인 ‘이리고 나서/저리고 나서’와 같은 표현도 불가능함. ③따라서,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 이와 비슷한 경우로 ‘그리고는’이라는 말을 쓰는 일도 있으나 이 말 또한 ‘그러고는’의 잘못. 나아가, ‘그리고’ 다음에는 ‘-는’이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와 비슷한 다른 꼴들을 보면 알 수 있음. 즉, ‘그러나/그런데/그러므로’ 뒤에는 이 ‘는’이 연결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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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제된 달인 도전 문제 : 결혼 후 ____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지독한 짠순이로 ____. _____이라는 꿈을 위해 헛돈 ____ 쓰기 않으면서 ___ 저축했고, ____ 마침내 _____ 모인 통장을 나에게 내보이면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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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어진 말들 : 불리였다/불리웠다/불리었다; 세간치레/세간치장; 한 달 전/한 달전; 살뜰이/살뜰히; 조그마치도/조그만치도/조그만큼도/조그마큼도; 내집 마련/내집마련/내 집 마련; 돈깨나/돈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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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 : 결혼 후 세간치장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지독한 짠순이로 불리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헛돈을 조그만큼도 쓰기 않으면서 살뜰히 저축했고, 한 달 전 마침내 돈깨나 모인 통장을 나에게 내보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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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부분은 추가 설명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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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 특히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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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설명된 사항들은 핵심 부분만 전재한다. 도전자도 실패했던, 가장 까다로웠던 것부터 살펴본 뒤, 나머지 것들을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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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마치도/조그만치도/조그만큼도/조그마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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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까다로운 고급 문제였다. 관건은 ‘만치/만큼/마큼’의 정확한 품사 구분과 용례 파악. 그런데 그게 말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난도의 고급 문제. 더구나 ‘만치’는 사실 ‘만큼’과 동의어다. 아래 예문에서 보듯, 의존명사로서나 격조사로서나 모두 바꾸어 쓸 수 있다.
-의존명사 : (수량/정도) 일하는 시간이 많은 만치[만큼] 보수가 많아야지.
(원인/근거) 사장도 칭찬한 만치[만큼], 승진은 따 놓은 당상.
-격조사 : (정도/한도) 그도 너만치[너만큼] 배불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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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보면, ‘조그만치’나 ‘조그만큼’ 모두가 성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답부터 말하자면 ‘조그만치’는 잘못이고(비표준어) ‘조그만큼’만 맞다. 이 말만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만치’와 ‘만큼’은 둘 다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복수표준어로 삼은 근거와 부합되지 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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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큼’만을 표준어로 삼은 데는 속사정이 좀 있다. 줄여서 적자면, 평북 지방에서 ‘자그마치(=조금 작게)’의 뜻으로 ‘자그마큼’을 쓰고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조고마큼’도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정리하고자 ‘조그만큼’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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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큼’이 잘못인 것은 위에서 보았듯이 사투리(비표준어)를 제외하고는 ‘마큼’이라는 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의미 있는 실질 형태소가 아니다. 머리 좋은 이라면 이곳에서 설명한 ‘얼마만큼’의 준말인 ‘얼마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때의 ‘마큼’은 의미소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앞말인 ‘얼마’에 속하는 어소일 뿐이다 : ‘얼마만큼 →얼마(만)큼 →얼마큼’. 즉, 준말 생성 과정에서 주요 의미소인 ‘얼마’를 유지한 채, 하위의 의미소인 ‘만큼’만을 ‘큼’으로 줄였기 때문에, 보이는 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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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만치’나 ‘만큼’은 품사/용례 모두 동의어이기는 하나, ‘조그만치’와 ‘조그만큼’에서만은 동의어가 아니고, ‘조그만큼’만 표준어다. 그리고 이런 예외는 암기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만치’와 ‘만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아래에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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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큼(그 만치) 안겨 줬으면 이젠 알아서 해야지 : 그만큼(그만치)?의 잘못.
[주의] 조그만치만 줘도 돼 : 조그만큼만의 잘못. ⇐‘만치≒만큼’이지만, 이 말만은 ‘조그만큼’만 표준어임.
[설명] ‘그만큼/그만치’는 모두 한 낱말. 나아가, ‘조그만큼’과 ‘그맘때(그만큼 된 때)’도 한 낱말. ☞‘그-’가 들어간 복합어들의 예 참조.
[주의] ‘그런 만큼, 이런 만큼’의 경우, ‘그런/이런’은 관형사이므로 띄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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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리였다/불리웠다/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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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작가들이 망친 우리말 중 하나로 ‘불리우다/불리웠다’가 있다. 특히 무책임한 시인들이 오발/남발한 표현이다. ‘부르다’의 피동형은 ‘불리다’다. 불필요한 ‘우’를 삽입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잘못된 이중피동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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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다’와 ‘불리우다’ 중 맞는 것은? : ‘불리우다’는 ‘불리다’의 잘못.
이름이 불리워졌을 때 깜짝 놀랐다 : 불렸을의 잘못. ⇐3중 피동.
[설명] ①‘불리다’는 ‘부르다’의 피동사로 여기에 다시 접미사 ‘-우-’를 넣을 필요가 없음. ¶시상식에서 내 이름이 불리웠을(x)/불렸을(o) 때 깜짝 놀랐다. ③‘불리워지다’는 이중 피동을 넘어, 삼중 피동이라 할 정도의 지나친 피동 남용임. 즉, ‘부르(어간)+리(1차 피동)+우(2차 피동)+어 지다(3차 피동)’ →불리워지다. ☞♣이중 피동의 잘못된 쓰임들 항목 참조.
[유사] 자르다 - 잘리다 : 잘리워(x)/잘려(o); 잘리웠다(x)/잘렸다(o)
갈다 - 갈리다 : 갈리워(x)/갈려(o); 갈리웠다(x)/갈렸다(o)
[활용] ¶선생님께 불리워(x)/불려(o) 교무실로 갔다 : ‘불리워지다/불리우다’(x) →불리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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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바꿔진 걸 모르고 그냥 가져왔네 : 바뀐의 잘못. ←바뀌다[원]. 이중피동.
[설명] ‘바뀌어지다’는 ‘바꾸다’의 피동 ‘바뀌다’에 피동 접사 ‘-지다’가 덧붙여진 이중 피동.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올바름. ‘불리워지다’도 마찬가지로 ‘불리다’의 이중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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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한 달전; 내집 마련/내집마련/내 집 마련 : 둘 다 복합어 선정 원칙을 조금만 꼼꼼히 생각해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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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서 ‘한’은 수관형사. ‘달’과 ‘전’은 일반 독립명사다. 따라서 모두 띄어 적어야 한다(원칙). 그런데, 연속되는 단음절의 어절은 가독성 향상을 위해, 의미 혼란이 없는 경우 붙여 적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올 둥 말 둥/본 둥 만 둥’을 ‘올둥말둥/본둥만둥’으로도 적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므로, ‘한달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어진 말에 그런 표기가 없으므로 원칙대로 ‘한 달 전’으로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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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경우, 무더기말로 흔히 쓰이므로 한 낱말의 복합어일 수도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의 뜻만으로 충분하므로 굳이 까다로운 복합어로 삼지 않았다. 다만, 이 말이 다음과 같은 법규 용어로 채택될 경우에는 전문용어로서 한 낱말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없다 : ‘생애 최초 내집마련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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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뜰이/살뜰히 : 기본적인 문제. ‘-하다’가 붙은 형용사 중 부사(어) 표기에서 ‘-이’로 표기해야 하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일반 원칙대로 ‘살뜰히’. 예외적으로 ‘-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는 이곳에서 열 번도 넘게 다뤘으므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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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깨나/돈꽤나 : 이 또한 기본적인 문제. 여러 번 다뤘던 접사 관련 문제로 얼마 전에도 다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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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드럼께나 피우더군 : 거드름깨나의 잘못. ⇐‘-께나’는 ‘-깨나’(보조사)의 잘못.
돈푼꽤나 있다고 꽤나 뻐기더군 : 돈푼깨나의 잘못.
[설명] ‘깨나’는 보조사. ‘꽤나’는 부사 ‘꽤’ 뒤에 보조사 ‘나’(수량/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수량이 크거나 많음, 또는 정도가 높음을 강조함)가 붙은 부사어임. ¶그렇게나 많이; 다섯 배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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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기국 깨나 먹게 되었다고 거드름을 피우나 : 고깃국깨나의 잘못.
[설명]①‘-국’ 앞에 받침이 없는 말이 올 때는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침 : 냉이국(x)/냉잇국(o); 시래기국(x)/시래깃국(o); 근대국(x)/근댓국(o); 무국(x)/뭇국(o); 동태국(x)/o)동탯국(o); 북어국(x)/북엇국(o); 선지국(x)/선짓국(o); 우거지국(x)/우거짓국(o); 김치국(x)/김칫국(o). ②‘깨나’는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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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간치레/세간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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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지만 깊게 생각하면 문제적인 출제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간단히 생각하면 ‘세간치장’은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사전에 있는 말이고, ‘세간치레’는 없는 말이다. 하지만, ‘-치레’란 ‘말치레/인사치레’처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겉으로만 꾸미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따라서 적용 범위를 넓히면 ‘세간치레’와 같이, 남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려는 목적으로 세간 꾸미기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싸구려 가구를 들여다 유명 상표 표지만 붙이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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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레’는 기본적으로 실속 이상으로 꾸미어 드러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치장(治粧)’은 의외로 ‘잘 매만져 곱게 꾸밈’을 뜻하는 긍정적인 말이다. 따라서 위의 예문에서와 같은 짠순이 부인의 애틋한 노력과 연결시켜 보면, ‘치레’보다는 ‘치장’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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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며칠 전 희귀본 고서들을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고 김춘동 교수(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의 자손에 의해서 세상에 그 완전본이 공개된 '송간이록(松澗貳錄)'에는 조선 후기의 고유어 표기들이 꽤 담겨 있는데, 가재도구 편의 제목이 ‘가장(家粧)’이다. 집안을 알뜰히 곱게 꾸미려는 여인들의 마음이 제목에서도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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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 연예인 특집이 급히 녹화되었다. 여름 특집의 일환으로 서둘러 끼워 넣으려는 듯해서 이번 주 방송분이 그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상적으로 방송되었다. 다음 주에 방송될 듯하다. 한 주 걸러이니, 특집 편성이 지나치게 잦다. KBS 제작 지휘탑도 더위를 먹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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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입추였다. 그것도 모르고 그날 아침 기온이 의외로 선선하여 창문들을 다 열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그랬다. 날씨가 아무리 어떻고 해도 계절을 이기지는 못한다. 어제도 내 머무는 곳에서는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지 않았다. 더위가 물러가면 책 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공부하시는 분들에겐 그처럼 좋은 일도 없다. 아무 것도 아닌 듯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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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7 개정판
-2009년 이후 2016년 말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다.
두 번째의 개정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하다.
표준어 표기(맞춤법) 외에 띄어쓰기를 함께 다룬 책자로도 유일하다.
재미있게 슬슬 읽으면서, 12000여 개의 낱말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대할 수 있는 우리말 관련 사항을
딱딱하지 않게, 재미를 곁들여 광범위하게 다뤘다.
어느 페이지를 들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저절로 '오오 그으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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