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一思] 울 나라 정치판도 사직구장 같았으면 좋겠다
최 종 희
요즘 중앙일간지 중 하나에는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생활 즐기기 편이 기획물로 나오고 있다. 오늘 그걸 읽으면서, 혼자서 킥킥거렸다. 글도 재미있게 썼지만,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감염되었다고나 할까.
그 중 특히 날 신명나게 웃긴 것은 ‘야구 규칙을 하나도 모르면서 야구장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사람들’이란 대목과,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도 사직구장에 가면 신나게 응원곡을 부르고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야유하고 또 찬양한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무리 부분, ‘사직구장 최고의 진풍경은 경기 말미에 펼쳐진다. [...] 롯데 팀 관람석에 주황색 쓰레기봉투 물결이 번질 즈음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산 갈매기’를 부르기 시작한다. 부산 사람의 긍지가 넘쳐흐르는 노래다. 사직구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에서는 나 역시 글쓴이와 한 몸이 된다. 나아가, 그 야구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든다.
우리나라 정치판도 그랬으면 좋겠다. 정치판의 룰이나 선수 자격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정치판에 들러 보면 신나게 응원하거나 야유하거나 찬양했으면 좋겠다. 설사 상대편을 야유하거나 하더라도 신나게 했으면 좋겠고, 야유의 대상인 상대편도 그걸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1회성 승패보다는 그걸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신나게 해주는 일을 더 신경을 쓰는 그런 정치판이었으면 참 좋겠다. [July 2012]
[주] 위에 인용된 외국인의 글 일부를 아래에 싣는다. 글쓴이는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젊은이인데, 한국 여인과 만나서 야구장에서 프로포즈를 성공시켰다고
했다. 그러니, 더욱 더 사직구장에 정이 가는지도. ㅎㅎㅎ.
11년 전 한국에 맨 처음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마치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다. 심지어 그걸 증명해 줄 신분증까지 있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인 등록증(Certificate of Alien Registration)’의 ‘Alien’은 ‘외국인’ 외에 ‘외계인’이라는 뜻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한테 한국은 곧 부산이다. 오랫동안 부산에 살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소가 있다면 그건 사직구장이다. 남자라면 으레 그렇듯이 나도 야구 매니어다. 하지만 사직구장에서 야구는 그냥 야구가 아니다. 나는 야구 규칙을 하나도 모르면서 야구장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사람들을 이곳,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중략]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도 사직구장에 가면 신나게 응원곡을 부르고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야유하고 또 찬양한다. [...] 타자나 투수가 바뀔 때마다 롯데 팬은 용케 외운 응원곡이며 구호를 목청껏 외쳐댄다. 운 좋게 1루 응원석 쪽 자리를 잡는 날은 흥이 배로 돋는다. 롯데 치어리더들의 섹시한 율동을 보노라면 심장이 아주 터져버릴 것만 같다. [중략]
사직구장 최고의 진풍경은 경기 말미에 펼쳐진다. 롯데 응원단이 깨끗한 뒷정리를 위해 나눠주는 쓰레기봉투가 그 주인공이다. 롯데 팬들은 거기에 쓰레기 대신 공기를 채워 각양각색 응원도구를 만든다. 롯데 팀 관람석에 주황색 쓰레기봉투 물결이 번질 즈음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산 갈매기’를 부르기 시작한다. 부산 사람의 긍지가 넘쳐흐르는 노래다. 사직구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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