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一思] 백수(白手)와 자유
최 종 희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자유를 일정 조건 하에 포기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진다. 스스로를 구속할 수도 있는 자유가, 자유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자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진정한 ‘백수(白手)’는 남들이 다 노는 날, 제 혼자서 일할 줄도 안다. 노는 권리를 포기할 줄도 안다. 하하하.
*
정색을 하고 자유에 관해서 한마디 보태자면, 독일의 관념철학자로 우뚝 서 있는 셸링(1775∼1854)*의 말이 있다. “자유란 선을 행할 수도 악을 행할 수도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에 대한 실재적이고 생동적인 개념이다”
[*주 : 셸링은 그보다 다섯 살이나 위인 헤겔이 친구이자 스승으로 모실 정도로 유명한 천재로,
그의 베를린 대학 강의 청강생/수강생 중에는 키르케고 르, 엥겔스, 부르크하르트, 바쿠닌도
있었다. 위의 말은 그의 명저, <인 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 나온다.]
민주주의란 말 앞에 꾸미개처럼 쉽게 붙기도 하는 ‘자유’라는 말속에는 셸링의 정의에서 보듯 무서운(?) 결과가 내재되어 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무력해진 양심과 정의 대신에, 쉽게 물들고 힘 있어 보이는 돈과 권력을 취하는 순간, 그 자유는 악이 된다. 스스로 악을 선택한 것이다. 되풀이해서 맛보는 무력감 때문에 이제는 피로감까지 겹쳐서 가치의 선택을 포기한 순간, 자신에게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던 자유는 악을 선택한 결과가 된다. 요즘 우리나라의 피곤한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치 선택 포기들이 그렇듯이... 그 선택들은 의도적인 게 아니고 고의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든 고의다.
*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권리인 자유. 그 진정한 가치는 그 선택에서 결정된다. 희망이나 미래 등과 같은 자유의 하위 개념들도 마찬가지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대사 하나에 이런 말이 있다.
- 두려움은 여러분을 가둘 수 있고, 희망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한다.
(Fear can make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Aug. 2012]
오만과 그릇된 지식, 그리고 코미디 (0) | 2012.08.27 |
---|---|
울 나라 정치판도 사직구장 같았으면 좋겠다 (0) | 2012.08.23 |
발가락 물집으로 삶의 지도 그려 보기 (0) | 2012.08.11 |
열 낼수록 쉬 늙는다 (0) | 2012.07.26 |
[一事一思]너무 많이 자세히 알면 다친다 (0) | 2012.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