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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그릇된 지식, 그리고 코미디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12. 8. 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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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그릇된 지식, 그리고 코미디

 

  영어 속담에 ‘무지가 무죄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법의 무지로 인해서 죄를 짓게 될 때 강행 규정의 무지막지함을 대변할 때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인의 일상생활에서 무식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몸에 밴 오만한 태도 탓에 무식을 부풀리는 일인 줄도 모르는 채 그릇된 지식을 과시해대는 일은 대죄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에게.

 

 

  그 자신의 진정한 자존심에게 큰 죄를 되풀이해서 짓는 일이다. 섣부른 지식인 흉내를 내는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잘못된 버릇 중의 하나가, 자신의 무식을 습관적으로 아주 쉽게 드러내고도 그렇게 하고 있음을, 그런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일이다.

  한 마디로, 자기의 무지를 모르는 것이 무지한 사람들의 폐단이다 (To be ignorant of one's ignorance is the malady of the ignorant.)

 

 

                                                      *

 

  ‘천만의 말씀’이라고 한글로 써도 될 자리에 대학 교육까지 받은 현직 초등학교 인턴이 Your welcome!이라고 썼다. 그것도 아주 크고 진한 볼드체 글씨로.

  그는 또 ‘메뚜기 VS. 베짱이’에서처럼 대결 구도를 상정한 글의 제목에서, ‘메뚜기 대 베짱이’, 혹은 ‘메뚜기와 베짱이’ 식의 한글 표기를 사용해도 무방한 자리에서, 굳이 VS.라는 라틴어를 사용했다. 그게 얼마나 까다로운 말인지도 모른 채 (실은, 버릇이 된 자신의 지적 오만 탓에 확인해보는 일을 건너뛰었다는 게 더 정확하지만).

 

  잘 알다시피, ‘Your welcome’은 ‘You're welcome’의 오기다. 여기서 사용된 welcome은 동사, 형용사, 명사가 모두 같은 꼴이지만, 동사로서의 과거분사형이지, 명사가 아니다. 예전에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왔지만, 지금은 초등 5학년 아이들도 배우는 표현이다.

 

  VS.는 vs.의 잘못이다. 같은 표기인데 대문자로 쓰든 소문자로 쓰든 뭐가 잘못이냐 할 수도 있다. 이 vs.는 라틴어인데 항상 소문자로 쓴다. 원말인 versus나 줄임꼴인 vs.나 모두 다. 이유는 그게 전치사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나 재판 따위에서 ‘미국 대 프랑스 간의 결전’, ‘연방정부 대 담배회사 간의 재판’ 등으로 쓰일 때도, 그걸 항상 소문자로 적는 이유는 그것이 전치사로 분류되어 있어서다. (전치사인 까닭에 제목에서도 반드시 소문자로만 쓴다.)

 

 

 

  언어란 사회적 약속이다. 문화의 산물이다. 다른 문화권의 문화를 빌어서 쓸 때는 그 연유를 물을 필요도 없고, 또 캐물어 봤자다. 제대로 쓰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이런 걸 제대로 모르고 굳이 외국어 냄새를 피우느라 실수하느니 차라리 잘 모르면 쓰지 않는 게 낫다. 쓰려면 확인하고 써야 한다.

 

 

 

  영어 앞에서 실수하기. 그건 변명하기 나름이다. 실제로 영어를 사용한 지 까마득해서일 수도 있고, 영어 사용의 필요가 없어서 무심하게 지내온 것 등이 핑계가 돼도 좋다. 외국어일 뿐인 영어에서 실수하는 건 비난 받을 일 전혀 아니다.

  그러나 영어가 불필요한 자리에서 굳이 영어를 써대는 이라면, 중학교 1학년 시절의 영어 정도는, 상식 수준의 영어라면 그 정도는 그래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알고서 써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자존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그게 바로 더 크게 창피한 크나 큰 실수를 사전에 막는 길이다. 위에 언급한 인턴 교사의 실수는 그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 싸구려 코미디를 양산할 것이다. 섣부른 지적 오만의 그 얇고 얕은 그릇에서 확실하게 발을 빼기 전에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맨 위에도 적었듯이) 그 자신이 그러한 웃기는 지적 오만에 항상 젖어 있다는 것을 그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이 그의 수많은 고름통 중 하나다. 율격조차도 제대로 모르면서 (모르면 공부라도 하려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고시(古詩) 운운하면서 무시하려 들기부터 한 채)  한자 몇 글자를 조립해서 한시(漢詩)랍시고 내놓는 걸 은근한 자랑으로 여겨온 그. 초등학교 방과 후 한자 교습 선생이기도 한 그는 한자 1급 시험에도 수 차례 낙방 끝에 겨우겨우 간신히 턱걸이해서야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뿐이랴. 국어과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임에도, 그의 시 작품들에는 엉터리 조어들이 즐비하다. 그것들이 잘못된 말들인 줄도 모른 채... 가장 버리기 힘든 개버릇은 게으름이 더해진 지적 오만이라는 에밀 졸라의 지적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Ma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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