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택배 서비스] 삼가하다(x)/점잔하다(x)/매조지하다(x) vs. 삼가다(o)/점잖다(o)/매조지다(o)
1) 삼가하다(x)삼가다(o)
장례식장엘 갔는데요. 거기에 다음과 같은 팻말이 세워져 있더군요.
‘이곳은 기독교식*으로 치르는 장례이오니 절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보이는 ‘삼가해 주시기’는 ‘삼가 주시기/삼가주시기’의 잘못이랍니다. ‘삼가하다’라는 말이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삼가(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라는 부사가 있고, 부사 뒤에도 접미사 ‘-하다’를 붙여 쓰는 말들이 있기 때문에 (예 : 달리하다/돌연하다/빨리하다/잘하다) 흔히 벌어지는 일인데요.
앞으로는 ‘삼가하다’라는 동사는 없다로 기억해 두시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게 됩니다.
2) 매조지하다(x)/매조지다(o)
‘일은 끝까지 깔끔하게 매조지하는 게 중요하지.’
이런 쓰임 또한 자주 대할 수 있는데요. 위의 ‘삼가하다’처럼 ‘매조지하다’라는 말도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매조지다’의 잘못이랍니다.
‘매조지’는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는 일’을 뜻하는 명사인데요. ‘매조지하다’를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 마무리하는 일을 하다’가 되어, 엄밀히 따지면 이미 마무리한 일을 다시 마무리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매조지다’를 원형으로 삼은, 좀 까다로운 말이죠.
이 또한 위의 ‘삼가하다’의 경우처럼, ‘매조지하다’라는 말은 없다고 기억해 두시면, 실수를 줄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말에는 ‘매조지다’처럼 명사 뒤에 ‘-하다’ 대신 ‘-다’만 붙여서 동사화한 것들이 제법 되는데요.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 ‘가물다(←가뭄), 누비다(←누비), 부풀다>보풀다(←부풀>보풀), 띠다(←띠), 배다(←배), 빗다(←빗), 신다(←신), 품다(←품)’ 등.
이 말들의 특징은 ‘매조지하다’라고 잘못 사용할 때 글자 그대로의 뜻풀이가 이상해지는 것처럼, ‘-하다’를 붙여 활용해 보면 이상해집니다. 예를 들면 ‘(날씨가) 가물다’와 ‘(이불을) 누비다’를 각각 ‘(날씨가) 가물하니’, ‘(이불을) 누비하여’로 쓰면 말이 안 되는 것처럼요.
3) 점잔하다(x)/점잖다(o)
‘저분은 참으로 점잔하신 신사분이야.’
흔히 쓰는 말 중의 하나인데요. ‘점잔하신’은 ‘점잖으신’의 잘못이랍니다. ‘점잔하다’라는 말이 사전에는 없는, ‘점잖다’의 잘못이거든요.
이 말은 좀 까다로운 말입니다. ‘점잖다’의 조어법을 분석해 보면, ‘점잔하다’ →‘점잖다’로 준 말이거든요. 조어법으로만 보자면 ‘점잖다’는 ‘점잔하다’의 준말 꼴입니다. 이 말은 준말과 본말이 함께 쓰일 때 준말이 우세하면 준말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을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말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말 또한 두 말 모두를 표준어로 삼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접미사 ‘-하다’는 명사 뒤에 붙어 형용사로 만드는 기능(예 : 건강하다/행복하다)도 있고. ‘점잔’ 자체가 ‘점잖은 태도’를 뜻하는 명사니까, ‘점잔하다’라는 형용사를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거든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그중 한 가지이기도 합니다. 사전의 가장 근본적 존재 이유는 어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언중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참고-고급] ‘삼가다’의 예문에 보인 ‘기독교식’에 관하여
‘기독교식’에 보이는 ‘-식’은 국립국어원에서조차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몹시 까다로운 말입니다. 크게 나누면 접사와 의존명사로 갈리는데요. 그 구분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접미사로 쓰일 경우, 사전에는 아래의 두 가지 설명만 보입니다.
- ‘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강의식/계단식/고정식/기계식/기업식/서양식/현대식.
- ‘의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개관식/개업식/봉정식/성년식/송별식/수료식.
의존명사로서의 뜻풀이와 용례 중 일부를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형사형 다음에 쓰여) 일정한 방식이나 투 : 그렇게 농담하는 식으로 말하면/그런 식으로나마/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올래?/내친걸음이니 간다는 식/자기들 마음대로 한다는 그런 식
그렇다면 위에 보이는 ‘기독교식’은 어디에 속할까요. ‘기독교’를 광의의 관형어로 보면 ‘기독교 식’이 되어야 하고, ‘방식’을 뜻하는 접미사로 보면 ‘기독교식’이 되어야겠죠. 이에 관련된 문제적 표현으로는 ‘칸트식 논리, 김소월 식 시작법(詩作法), 현 정부 식 대응’ 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옹색한 설명은 ‘관형어’ 여부인데, 불안해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국립국어원 쪽에서도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식'과 '-식'의 쓰임에 대한 판단이 문법적 견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혼동을 일으켜 죄송하고”로 사과할 정도.)
저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제시합니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 체언(인명/지명을 포함) 뒤에서는 접미사로 본다 : 칸트식 논리, 김소월식 시작법, 김장훈식 기부, 기독교식 장례, 천주교식 혼례식...
- 명확한 관형어 꼴 또는 구의 형태로 수식할 때는 의존명사로 본다 : ‘장난하는 식’, ‘농담하는 식’이 줄어든 ‘농담 식’, ‘수박 겉 핥기* 식’(구의 형태로 수식), '현 정부식 대응 방식' ('현 정부'가 수식어), ‘우리/네/내 식’(관형어 꼴)...
* ‘수박 겉 핥기’의 표기 : ‘겉핥기’는 ‘속 내용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겉만 슬쩍 보아 넘기는 일’을 뜻하는 한 낱말이지만, 이때는 ‘수박의 겉’을 실제로 핥는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기 때문에 띄어 적어야 합니다. ‘수박 겉 핥기’가 곧 ‘겉핥기’인 셈입니다. 이와 같이 실제로 쓸 때 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할 것들이 제법 있는데요. 그때 적용되는 규칙이 ‘앞에 수식어가 있을 때는 띄어 쓴다’입니다. ‘겉’ 앞에서 ‘수박’이 꾸며주고 있지요. ‘수박의 겉’이라는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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