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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할머니뼈해장국', 실은 '엽기적'인 게 아니다!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7. 11.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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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곳으로 옮기는 작업 중 가끔 빠뜨리는 것들이 적지 않군요.

바쁜 척하다 보니 그리되곤 하네요.

혹시라도 전체 전재분이 궁금하시면 저의 네이버 블로그 중

[맞춤법 택배 서비스]라는 소항목을 보시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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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김남미 교수가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맞춤법의 재발견> 시리즈를 전재합니다.

맞춤법 공부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김 교수는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맞춤법>이라는 명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맞춤법 의식을 확대시키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운 분. 

개인적으로는 작년까지 내 벗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분이기도 해서

내 책자 <열공 우리말>에 촌철살인의 추천사도 보태주셨습니다.

 

오늘 내용은 띄어쓰기 중 분절에 관한 것인데요.
사례로 든 것들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을 상대로 하다 보니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 있고
설명에 사용된 낱말 중 '엽기적'이라는 표현은 현재로서는 문제적인 낱말이랍니다.

김 교수도 가끔 이런 실수를 하는군요.
전에 '문재인 님, 아무개 님, (별명) 님'의 표기에서 '님'이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함에도, 그걸 접사격으로 잘못 해설하여 붙여 적으신 것처럼요.
이때의 '님'은 의존명사로서, '씨'와 같은 종류의 것으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문재인 씨, 해솔 씨'라 부르고 쓰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띄어 적는 이유가 납득되실 겁니다.

우선, 고유명사의 띄어쓰기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면요.
요리 이름, 기관 이름 등과 같은 것은 고유명사 대우를 받습니다.
그래서 긴 이름이라 할지라도 붙여 쓰기가 허용됩니다.
예문으로 쓰인 '아줌마내장탕.  엄마손칼국수.  할머니뼈해장국'처럼요.

그러나 가독성을 높이고 의미 혼동을 막기 위해서 띄어쓰기를 허용도 합니다.
따라서 간판 등에는 '아줌마 내장탕. 엄마 손칼국수. 할머니 뼈해장국'으로 표기하는 게 좋겠죠.
예전에 학교명 약칭으로 '서울사대부여중'이란 것도 있었습니다.
동숭동(정확히는 이화동)에 서울법대가 있던 시절, 바로 그 옆에 있었죠.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은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중학교'로서 고유명사인데요.
이렇게 적으면 위에서 언급한 가독성 면에서 엄청 불편합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중학교'로의 분절 표기를 허용합니다.  
또 한 가지. 설명에 '엽기적(獵奇的)'이라는 말이 쓰였는데요.
요즘 아주 흔히 쓰는 말이죠.
그런데, 이 낱말의 올바른 뜻은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일이나 사물에 흥미를 느끼는. 또는 그런 것'으로서
‘괴기적’으로 순화해야 할 말입니다. [괴기 : 괴상하고 기이함].
다시 말해서, 엽기는 그런 괴기적인 것을 찾거나 좋아하는 상태/사람/행위를
이르는 말이지 그 대상에 쓰이는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엽(獵)'은 알다시피 사냥한다는 뜻이고 '기(奇)'는 기이한 것을 의미하니까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엽기(獵奇)'는 기이한 것을 사냥하다(사냥하기)가 되는 거죠.

즉, 이 '엽기'를 하려면 그 주체는 사람이지 대상(괴기한 것)이 아님에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 주로 그 대상을 향해 '엽기적이다' 식으로 말합니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이 현재 이러한 언중의 실제 쓰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서 오는
간극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쓰임*이라도 대다수의 언중이 그리 오래 쓰고 굳어지면
그걸 뜻풀이에 반영해야 함) , 어쨌든 현재로서는 아래 글에서처럼 쓰이면 잘못이랍니다.

   [*주 : 이처럼 본래 주체어이던 것이 대상어(객체어)로 굳어진 좋은 예로는 '애인(愛人)이 있습니다.
             당초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받들고 사람을 사랑하기[한다])'에서는
             주체어로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다]'의 뜻이던 愛人이
             지금에는 그 사랑의 대상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인데요.
             이것을 언어의 변이 중 전와((轉訛. 어떤 말이 본래의 뜻과 달리 전해져 그릇되게 굳어짐)라 합니다.]



이 엽기의 잘못된 쓰임과 관련해서는 졸저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열공 우리말>에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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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의 재발견]<28>상식과 엽기의 차이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2017-11-01

●할머니 뼈해장국 vs 할머니뼈 해장국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간판이 있다 한다.

아줌마내장탕.  엄마손칼국수.  할머니뼈해장국

우스갯소리에 자주 활용되는 소재다. 이런 간판 이름이 개그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해석하기에 따라 아주 무서운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세 개 이상이 연결되면 이들 중에는 더 가까운 것이 있게 마련이다. 더 가까운 것과 덜 가까운 것의 관계를 잘못 파악하면 아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예를 보면서 무슨 뜻인지를 확인해 보자. 앞서 본 간판 이름들 안의 원래 관계는 아래와 같다. [ ] 표시는 셋 중 더 가까운 것을 묶어 보인 것이다. 

아줌마 [내장탕] → 우스개: [아줌마내장] 탕 
엄마 [손칼국수]
우스개: [엄마손] 칼국수 
할머니 [뼈해장국]
우스개: [할머니뼈] 해장국 

우스갯소리에서는 이 관계를 달리함으로써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엽기적인 해석을 끌어낸 것이다. 아줌마가 운영하는 ‘내장탕집’이라는 원래 의미가 이상한 것을 재료로 하는 식당이 되어 버리질 않았는가?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개그가 아닌 실제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예들을 띄어 써 보자.

서울시어머니합창단. 오늘밤나무를심는다. 

이 예들은 모두 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예문으로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활용한 것들이다. 띄어쓰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자.

서울시어머니합창단(×) 서울시 어머니 합창단(○)
오늘밤 나무를 심는다.(×)
오늘 밤나무를 심는다.(○)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분명해진다. ‘어머니 합창단’이 뜬금없이 ‘시어머니 합창단’으로 돌변한다. 누군가는 밤에 나무를 심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오늘밤’을 묶어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 지점에서 띄어쓰기가 더 중요해진다. 밤에 나무를 심는 경우에도 ‘오늘’과 ‘밤’은 띄어 적어야 한다. ‘오늘밤’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띄어쓰기 하나로 문장의 의미가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오류를 막기 위한 장치가 띄어쓰기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다양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목적에서 글을 쓰든 간에 일단 의미 전달을 제대로 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직무를 위해 작성하는 문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해야 그 문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공식적인 글을 쓰는 데 지켜야 할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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