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원수(?)를 사랑하라> : 쉽습니다. 먼저 인사하면 됩니다
늦철이 들어가나 봅니다.
추석 명절과 연말연시가 되면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 전화번호부에 올라 있는 이들을 하나하나 맘속으로 호명하면서
문자 메시지라도 띄우고 싶어집니다.
몇 해째 이름만 올려져 있는 이들에게 특히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통교가 이뤄지는 이들,
얼굴을 몇 번 본 이들은 건너뛰고 눌러도
200여 명을 넘깁니다.
응답이 전혀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으로는 ‘누구신지요?’의 답이 오는 것.
그 사연들은 갖가지입니다.
대부분은 전화기를 잃어버린 뒤 번호 복구가 안 된 사람들.
혹은 한때의 삐친 마음에 성급하게 번호를 지워버린 사람들도 있죠.
그들은 제 정체(?)를 밝히면, 반갑게 답이 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정체를 밝혀도 ‘흥’ 소리를 앞세운 뒤
묵묵부답인 사람들입니다.
제가 재미있다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들에게 나는
다음해에도 여전히 명절 인사를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제게 삐친 데에는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전 그 이유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해 삐치는 일은 그 자신을 더 많이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언제든 그 삐침을 해소하는 것이 더 긴요한 일이니까요.
어떤 이유로든 나로 인하여 삐친 사람들은
그 삐침을 내가 풀어줘야 합니다.
풀 수 있도록 거드는 일, 자꾸만 기회를 주는 일이 내 몫이죠.
실제로 그렇게 계속해서 인사를 건네자
해묵은 마음을 푼 친구(사람)들도 있습니다.
올해에도 두 사람이 그래 왔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하하하.
삐치기. 알고 보면 참으로 사소한 것들에서 연유합니다.
원수를 지는 일 따위와도 거리가 멉니다.
돈을 떼어 먹거나 사기를 치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악담을 해댄 거라면
말도 건네기 어렵죠. 사죄를 하는 일이라면 몰라도요.
하지만, 대부분은 당사자들의 마음속에 스스로가 박아 댄
마음의 못, 마음의 철주(鐵柱) 탓일 때가 많습니다.
그걸 뽑아내는 일도 당연히 그의 몫이고요.
나는 그 못뽑이 도구를 그냥 내밀 뿐입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닌 일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올해에도 내년에도 여전히 장도리를 내밀 것입니다.
뽑히지 않은 못이나 쇠기둥을 간직한 이들에게.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늦철이 들 때가 올 것이니까요.
제가 늦게라도 철이 조금씩 들어가는 것처럼요.
늦철이 들면 무엇보다도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작년 11월에 대한 명자꽃>
요즘 철 모르고, 계절 따위와 아랑곳없이 피어나는 꽃들이 좀 많나요.
철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처럼 좋은 격려도 없죠 뭐.
철드는 데엔 인생의 계절 구분 따위가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ㅎㅎㅎ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간에요.
-溫草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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