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아파하는 것들은 착하다
) -->
요즘 눈들이 와서, 녹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 녹은 곳들은
아주 위험한 빙판들이 곳곳에 많은데요.
제가 오가는 학교 뒷길도 그렇습니다.
1/3은 녹고 1/3은 얼음이고 1/3은 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 -->
그 길에서 두 번 넘어졌습니다.
주머니에 두 손까지 넣고 딴생각을 하고 오다가요.
그 뒤로는 눈이 남아 있는 곳을 골라서 딛습니다.
) -->
그런 곳을 디디면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 ‘뽀득’ 아니면 ‘뽀드득’인 줄만 알았습니다.
자세히 들으니 ‘아얏’, ‘아야얏’으로도 들립니다.
내 발에 밟혀 스러지는 눈들이 지르는 비명.
) -->
그런 비명이 나오는 곳들을 디디면, 나는 안전합니다.
눈이 아파하면서 고통을 참는 덕에요.
아파하면서도 참아내는 눈은 그러므로 제겐 ‘이물(利物)*’입니다.
참 착한 녀석입니다.
) -->
문득, 눌리거나 밟혀서 아파하는 이들 생각이 납니다.
힘센 사람, 가진 이, 윗자리, 또는 잘난 사람들이 밟거나 누르면서도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참 많은 세상이고요.
) -->
돌아보면 나 역시 그런 아파하는 이들 생각을 못하거나
잊고 지내온 세월들, 참 많습니다.
그런 이들 덕분에 내가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지내올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은 채로요.
내가 열심히(?) 살아 온 덕이겠거니, 독단했습니다.
그 오랜 어리석음이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 -->
아파하는 것들은 착합니다.
소리 없이 부러진 나뭇가지, 잘린 꽃대, 꺾인 나물... 등.
그리고 아파하는 소리를 우리들이 흘려들은, 먹거리로 죽어간
생명 있는 모든 것들과, 비명을 삼켜온 수많은 사람들까지요.
) -->
-溫草 [Dec. 2017]
) -->
[*온초 주]
'이로운 물건/것'을 뜻하는 ‘이물(利物)'이 아직도 사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의 양반가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였고, 지금도 경기/충청/전라 지역에서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인데도요.
[이래서야] 사교육 늘어난다고 반대한 이들, 제 자식들은 학원 보낸다 (0) | 2018.02.03 |
---|---|
<원수(?)를 사랑하라> : 쉽습니다. 먼저 인사하면 됩니다 (0) | 2018.01.03 |
[斷想]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글자 하나 차이뿐인데... (0) | 2017.12.07 |
[다시 낙엽 앞에서] 아름다운 낙엽, 처음과 끝 모두가 아름답다! (0) | 2017.11.16 |
[김영사 박은주 사례] 도대체 인간이 뭘까 : 인간관계의 변질과 상호확실파괴/파멸 자초 (0) | 2017.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