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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아파하는 것들은 착하다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7. 12. 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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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아파하는 것들은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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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들이 와서, 녹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 녹은 곳들은

아주 위험한 빙판들이 곳곳에 많은데요.

제가 오가는 학교 뒷길도 그렇습니다.

1/3은 녹고 1/3은 얼음이고 1/3은 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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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두 번 넘어졌습니다.

주머니에 두 손까지 넣고 딴생각을 하고 오다가요.

그 뒤로는 눈이 남아 있는 곳을 골라서 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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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을 디디면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 뽀득아니면 뽀드득인 줄만 알았습니다.

자세히 들으니 아얏’, ‘아야얏으로도 들립니다.

내 발에 밟혀 스러지는 눈들이 지르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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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명이 나오는 곳들을 디디면, 나는 안전합니다.

눈이 아파하면서 고통을 참는 덕에요.

아파하면서도 참아내는 눈은 그러므로 제겐 이물(利物)*’입니다.

참 착한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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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눌리거나 밟혀서 아파하는 이들 생각이 납니다.

힘센 사람, 가진 이, 윗자리, 또는 잘난 사람들이 밟거나 누르면서도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참 많은 세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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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나 역시 그런 아파하는 이들 생각을 못하거나

잊고 지내온 세월들, 참 많습니다.

그런 이들 덕분에 내가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지내올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은 채로요.


내가 열심히(?) 살아 온 덕이겠거니, 독단했습니다.

그 오랜 어리석음이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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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하는 것들은 착합니다.

소리 없이 부러진 나뭇가지, 잘린 꽃대, 꺾인 나물... .

그리고 아파하는 소리를 우리들이 흘려들은, 먹거리로 죽어간

생명 있는 모든 것들과, 비명을 삼켜온 수많은 사람들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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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草 [De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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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초 주]


   '이로운 물건/것'을 뜻하는 이물(利物)'이 아직도 사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의 양반가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였고, 지금도 경기/충청/전라 지역에서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인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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