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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박은주 사례] 도대체 인간이 뭘까 : 인간관계의 변질과 상호확실파괴/파멸 자초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7. 11. 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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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박은주 사례] 도대체 인간이 뭘까 : 인간관계의 변질과 상호확실파괴/파멸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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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며 박은주 신화를 써내려가던 김영사의 전 사장 박은주(1957년생)2017.11.7. 징역 4년형을 받았습니다. 겉으로는 28년 성공 신화의 몰락이지만, 그 사건 진행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관계의 변질 인자가 갈피표처럼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를 경악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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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12년의 박은주 사장

(우) 2017년 환갑을 맞이한 미결수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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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은 김영사를 운영하며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김영사와 자회사 자금 60억 원 상당을 횡령하고, 수익이 나는 김영사의 체험학습 사업을 아무 절차 없이 피고인이 실질 주주인 회사에 이전해 김영사에 손해를 입혔다... 박 전 사장이 작가들에게 인세를 준 것처럼 꾸미고 직원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 돈으로 아파트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판단된다입니다. 아울러 출간된 책을 다시 사재기하는 수법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비자금과 개인 자금, 회사 자금을 구분 없이 사용하였을 뿐이지 사적 용도로 쓴 일은 전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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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본다면 박은주는 회사 운영과 관련하여 잘못된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였고, 회사 키우기 과정에서 출판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책 사재기)을 하였으며, 사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임의로 김영사의 수익 부서를 그녀의 회사라 할 수 있는 계열사로 이전하였다...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히 법인체 김영사에 대해서 박은주가 배임과 횡령을 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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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건의 표면에 떠오른 거품들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애초 이 사건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전폭적으로 신임하고) 떠난 전임 사장 김정섭(현재는 김강유로 개명)이 어떤 연유론지 경영에 참여하면서 박은주를 배제하자, 그녀가 20157월 김 사장을 먼저 고소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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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가 편집장으로 입사했던 1983년 김영사의 연매출액은 1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녀가 사장을 맡은 게 1989년인데 20년 후인 2009년 매출액은 526억 원. 그 공로를 인정받은 박은주의 2008년 연봉은 8억 원이었습니다. 그처럼 잘 나가던 박 사장이 오늘의 몰락을 맞은 거죠. 그런 대변전을 이해하는 데는 저간의 과정을 대충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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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 편집장으로 입사한 지 6년 만에 32세의 박은주가 김영사 설립자 김강유 회장에 의해 사장으로 발탁. 김 회장은 불교 수행 차 낙향하여 은거.

- 20145: 25년 만에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박은주 사장이 사퇴하고,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남.

- 2015723: 박은주가 김 회장을 350억 원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 이후 검찰에 의해 무혐의 결론. (2016324: 서울고검, 박 전 사장 항고 기각).

- 2016623: 김 회장이 박은주를 상대로 고소 : 허위로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자신의 개인계좌로 이체 허위 직원 등재로 급여 및 퇴직금 명목으로 횡령 거짓 자문료 및 기획료 명목으로 회사 돈을 횡령(853000만 원)

- 2017429: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박은주 전 사장 구속영장 발부.

- 20171024: 검찰, “박 전 사장이 회사 경영을 맡아 회사자금 수십 억 원을 임의로 사용해 회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징역 7년을 구형.

- 2017117: 서울중앙지법 형사31(재판장 나상용), 박 전 사장의 횡령 혐의액 59억 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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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적은 것처럼 이 사건은 박은주가 자신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던 은인 김강유 회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김 회장은 박 사장이 평생 존경하고 따르던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2012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이하 인터뷰로 약칭] “제 멘토는 그 한 분이에요이라고 단언했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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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처음으로 김 회장과 만난 날을 인터뷰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당시 그녀는 가톨릭 계통의 탄탄한 출판사인 평화출판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번역자분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처음 김정섭 사장님을 뵈었죠. 짧게 자른 머리에 맑고 밝게 생긴, 수도자의 풍모를 가진 분이셨어요. 인품이 높은 분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는데, ‘같이 출판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그러시길래 두말없이 그러겠다고 했지요. 저런 훌륭한 분을 사장님으로 모시고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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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편집장으로 입사한 그녀는 1일 업무보고를 끝내면 사장 앞에 앉아서 철학 공부를 시작합니다. 살아오면서 지니고 있던 온갖 궁금 사항을 김 사장에게 묻고 답을 듣습니다. 그걸 박은주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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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근해서 아침에 업무 보고하러 들어가서는 보고를 간략히 끝내면, 제가 풀지 못한 철학 과제들을 사장님께 쏟아놓았어요. 그러면 귀찮다 하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껏 답변을 해주셔서 보람 있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어요. ‘사람은 왜 사나요?’, ‘내세는 있나요?’, ‘우주에 끝은 있나요?’, ‘윤회(輪回)를 믿나요?’ 등등 물음에는 끝이 없었고, 거의 6개월 문답 시간이 지났던 것 같아요. 그분의 답변을 들으면서 눈이 훤히 뜨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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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답을 해준 김 회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는 광주일고,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거기서 당시 도인(道人)으로 명망이 높은 백성욱(白性郁·1897~1981. 동국대 총장도 역임) 박사를 만나 그의 법문을 들으면서 일생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합니다. 그의 소사 농장으로 찾아가 10년 동안을 함께 기거하면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효과적인 불교 수행 방식을 묻자 백 박사가 아침저녁으로 금강경 하나만 읽어도 된다고 해서, 김 회장은 그 뒤로 평생 매일 금강경을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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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강경 읽기가 박은주에게도 고스란히 전승(?)되는데,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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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김 사장님의 감화를 받아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읽기 시작했고, 1984년 이후 지금까지 28년째 읽어오고 있습니다.” (하루도 안 빠뜨리고 금강경을 읽었느냐고 묻자) “거의 그렇습니다. 출장 중이나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요. 오히려 하루 두 번 이상 밤새워 읽은 적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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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금강경은 1독에 28분 정도 걸리는 소경전인데요. 김영사는 그러한 사연이 있는 금강경을 금박 표지로 해서 정성스럽게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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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주가 사장이 된 이후 김영사 직원들은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전원 사무실 청소를 하고 일과 시작 전 체조를 하는데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 체조를 우리 교주가 개발한 체조라고 공공연하게 이를 정도로, 짙게 드리워진 김 회장의 그림자 속으로 박은주가 앞장서서 걸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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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 사람 사이가 어떤 연유로 그처럼 심각한 대치 상태로 변하게 된 것일까요. 시골로 내려가 은거하면서 오래 전 행복한 마음을 냈고, 2008년에 행복한 공부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마음의 평화 추구파인 김 회장을 경영 일선으로 불러낸 건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요. 박은주는 김 회장에 대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송전으로 치닫기 겨우 3년 전에 말입니다 : “내색이 안 드러나지요. 얼굴에 희비(喜悲)가 그려지지 않는 무심한 얼굴을 가지신 분이세요.” “현자와 같은 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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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2년 기준, 박은주는 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이었고, 김 회장은 2대 주주였습니다. 나머지는 직원들의 지분이었고요. 그런 절대 우위의 지배/수익 구조에서 박은주는 어째서 자신 소유의 계열사 확장에 골몰하고, 수익 부서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출판계에서 해서는 안 될, 베스트셀러 목록용 책 사재기를 해댄 짓은 차치하고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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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의 그런 특별한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그 둘만이 나누는 비밀이겠지요. 그럼에도 관찰자일 뿐인 우리도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있습니다. 연유가 무엇이건 둘 사이의 인간관계가 뒤틀리자 그토록 굳건해 보이던 두 사람이 서슴없이 상호확실파괴단계에까지도 내딛게 되더라는 것이죠. 이른바 너 죽고 나 죽자는 치킨게임도 서슴지 않는 인간 파멸의 길을 선택하더라는 것입니다. [*: ‘상호확실파괴(相互確實破壞)’는 미국 핵전략 이론에서, 적대 관계에 있는 쌍방이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서로에게 손해를 줄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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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야 그렇다 치지만,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엄청 씁쓸해집니다. 그들이 아침저녁으로 읽었다는 금강경의 다음 구절을 떠올리면 더욱더요 : “무릇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본디 다 허망한 것이니라. 만일 모든 상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님을 본다면, 즉시 여래를 볼 것이니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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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엄청 화도 납니다. 그런 그들이 이끄는 김영사 책들을 양서의 표본으로 여기면서 출판사 이름만 보고도 책을 사들었던 이들이 맛볼 실망을 떠올리면요. 선량한 독자들은 이런 흔한 말을 뱉으면서 또다시 비애감을 곱씹게 되지나 않을까요 : “세상에 믿을 연놈 하나 없단 말, 정말 맞네. 이번에도.”

-溫草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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