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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사교육 늘어난다고 반대한 이들, 제 자식들은 학원 보낸다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8. 2. 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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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사교육 늘어난다고 반대한 이들, 제 자식들은 학원 보낸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 안에 병기하려는 교육부의 방침이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운 건, 역시 짐작대로 사교육 부담 가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한자 병기가 시행되면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게 된다고요. 새로운 교육 방침이 선을 보일라치면 반대론자들이 걸핏하면 들고 나서는 게 바로 이 사교육 끌어다 붙이기입니다. 100%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 이유치고는 빈곤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극히 궁색한 핑계 대기입니다.

 

그 반대 집단의 이름들을 듣다가 저절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내 아는 이들의 대다수가 제 자식들을 과외/학원을 거쳐 대학에도 보내고 어쩌고 한 사람들이었거든요. 하기야, 그런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지요. 몇 해 전 사교육 폐해 관련 시리즈물을 기획하고 논설까지 써 댄 사람은 사석에서 자식의 과외비 부담 가중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강남 지역이라 그 부담이 살인적이라면서, 당연한 얘기를 하는 듯만 했습니다.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조차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사교육을 추방하고, 그 자리에 공교육을 정상화하자고 떠드는 사람이 그러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학생들이 90%라고 합니다. 교육부에서 외부 기관에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예능 학원 따위야 그렇다 치더라도, 초등생~고교생으로 이어지는 습관적인 온갖 학습 과외는 참말로 큰일 중의 큰일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그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 그게 우리나라 공교육까지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지요. (그렇다고 모두 1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명문대에 가지 못한다는 것 또한 모두들 잘 알고 있으면서요. 막말로 모두 1등이면 꼴찌는 누가 하나요.)

 

폐해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OECD 국가 통계 중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50개 항목을 넘기고 있는데요. 그중 부동의 지위 1위를 몇십 년째 차지하고 있는 것에는 1인당 사교육비 지출액 부분도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 사교육비가 가외의 올가미가 된 지도 오래입니다. 지금은 국토건설부 장관이 된 김현미의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이라는 아줌마 깊이 들여다보기 책자를 보면 마트 아줌마들의 하이킥이라는 소제목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아줌마들이 생계도 그렇지만 아이들 과외비 마련 때문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교육비로 쓰이는 게 최소 18조에서(통계청 자료) 30조 원(민간 기관 추계)입니다. 한 해 국방비 예산과 거의 맞먹고, 교부세(46)를 빼면 순수 공교육 예산의(2017년 기준, 10.5) 거의 두 배죠. 쉽게 말해서 학원에다 쏟아붓는 돈을 육해공군 유지/개선 비용으로 쓸 수만 있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세금을 7.5%쯤 덜 내도 됩니다.

 

제 자식들을 학원이나 개인 과외 등에 밀어넣기 바쁜 사람들. 그들이 내세우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이유가 사교육 부담 가중이라니, 참 웃기는 얘기 아닌가요? 어찌 해석해 보면 마치 영어 수학 학원 과외는 되고, 국어는 안 된다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고요.

 

한자는 우리말 표기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전문 서적 등에 영어나 원어 표기를 병기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한자를 빨리 익히지 않으면 언어 능력 발달에 보통 지장이 오는 게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이 편간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말 명사의 70%가 한자어입니다. 요즘 학생들의 어휘 구사 능력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바닥입니다. 초교 때부터라도 가르치지 않으면(눈에 익지 않으면) 도리어 한꺼번에 공부해야 할 한자 학습량이 늘어납니다.

 

초교 교과서에의 한자 병기 반대. 그 이유가 제발 다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속 좁은 쇄국주의자, 애국으로 착각하는 국수주의자의 행태를 당당히 드러내는 게 도리어 더 떳떳할 듯합니다. 제 자식들부터 사교육에 밀어 넣고 있는 사람들인지라 그게 시행되면 한자 사교육까지 시켜야 된다고 지레 겁을 먹고 반대한 것만 같아서요.

정책 입안자들이 제게 돌아올 손득부터 따지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함에도 그 반대로 나가곤 하던 그 잘못된 선택을 그들도 해대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교육 정책은 백년대계입니다. 눈앞의 제 자식들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되죠. 교육의 교() 자는 가르칠 교입니다. 제대로 가르치는 길이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굳이 가르쳐야 하는 일이 제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溫草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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