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My Words 173]
물 한 바가지면 삶도 덜 팍팍해진다
울 집 거실에 있는 키 큰 나무 앞에서
조카 하나가 개인기를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2017 가족 송년회 때의 모습 중 하나.
사진 속의 나무 이파리들을 보셔요.
반짝거리죠? 아주 싱싱+생생합니다.
이 녀석들은 주기적으로 물 한 바가지씩을 얻어 드시고
1년에 두 차례 한 뼘 길이의 영양제 공급을 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우(?)는 없습니다.
아참, 특별 행사라면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날,
밖에서 후련하게 온몸으로 비를 맞이하는 일이 있군요.
그리고 한 해 두어 번 목욕탕에서 누드 목욕을 하는 것 하고요.
<식탁 진설 중>
< 2017 가족 송년회 기념 사진>
이 녀석들은 죄다 우리와 최소 10년 이상을 함께했습니다.
사진 맨 왼쪽은 제주 특산 감탕나무인데
15~16년 전 손가락만 한 걸 제주도에서 모셔다 키웠죠.
사진 속의 여자조카 키가 170을 훌쩍 넘기는데,
녀석들의 키는 그보다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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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녀석들은 한 바가지의 물만으로 아주 잘 자랐습니다.
진한 녹색을 뽐내면서 반짝거리는 이파리들의 누드쇼가 대견합니다.
울 집에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는 것도 녀석들의 공입니다.
녀석들이 우리에게 소리 없이 베풀어주는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삶. 대체로 팍팍하기 마련입니다.
울 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 삶에서 녀석들을 대할 때면
때로는 고마워지기도 합니다.
겨우 물 한 바가지 정도를 잊지 않고 챙겨줬을 뿐인데...
아무 것도 아닌 그 물 한 바가지.
돌아보면 우리 인간들에게도 그처럼 요긴한 물 한 바가지가 있죠.
그건 말 한마디일 겁니다.
돈도 전혀 들지 않고, 큰 수고도 필요하지 않은...
거기에 온기가 더해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나무에게도 추운 겨울엔 찬물이 안 좋거든요.
제가 얼마 전 전화기를 바꾼 뒤,
통화 무제한 혜택을 받은 덕분에 새로 시작한 일.
하루에 최소한 한 사람에게는 짧은 통화를 합니다.
마음은 있어도 말 한마디를 전하지 못해 온 마음 벗들에게요.
그들에게 또 다른 이들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속으로 빌면서요.
저도 철이 조금씩 들어가나 봅니다.
엄청 늦었으면서도,
그래도 완전히 늦은 건 아니라면서 자위한답니다.
-溫草 [Jan. 2018]
* 사진이 배꼽이면 요기로 : http://blog.naver.com/jonychoi/221192940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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