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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1000명 중 999명이 잘못 쓰는 말 : ‘파토/올레리꼴레리/잘코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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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18. 5. 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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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중 999명이 잘못 쓰는 말 : ‘파토/올레리꼴레리/잘코뱅이

 

1. 파토(x)/파투(o)

 

잘되는 꼴을 못 봐요, 못 봐. 꼭 잘나가는 걸 보면 꼭 파토 내려 든다니까.”

저 친구 때문에 이번 판이 파토 났어.”

 

흔히 쓰는 말 중 하나인 파토는 파투()의 잘못입니다. 그 이유는 뜻풀이를 살펴보면 저절로 밝혀집니다.

 

파투는 본래 화투 놀이에서, 잘못되어 판이 무효가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을 뜻합니다. 거기서 일이 잘못되어 흐지부지됨을 뜻하는 비유어로도 쓰이게 되었습니다.

 

, 이 말의 뿌리는 화투()’입니다. 그래서 화투판이 깨지는() 걸 이르기 때문에 파투로 적습니다. ‘파토가 아니라 파투가 맞는 말인 이유, 아시겠죠?

 

2. 올레리꼴레리(x)/얼레리꼴레리(x)/알나리깔나리(o)

 

여러 해 전, 유명 가수이자 진행자인 중년의 임 모가 카메라 앞에서 올레리꼴레리를 강요받자 할 수 없이 다리를 꼬고 흔들어대다가, 그것이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인 걸 알고는 낙담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면서도 숫기 없고 말수 적은 그를 놀려 먹는 방송국 측의 횡포였죠.

 

여기에 나온 올레리꼴레리(혹은 얼레리꼴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로, ‘알나리깔나리의 잘못입니다. 이 말 역시 알나리의 뜻을 정확히 알아 두면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 됩니다.

 

알나리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한 경우에 놀림조로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은 작다는 뜻이고, ‘나리는 잘 알 듯이 지체가 높거나 권세가 있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죠.

 

작다는 걸 뜻하는 -’은 요즘엔 그 쓰임이 확 줄어들었는데요. 각각 작은 바가지/뚝배기/항아리를 뜻하는 알바가지/알뚝배기/알항아리등에서처럼 예전에는 많이 쓰였던 말입니다.

 

알나리뒤에 붙은 깔나리는 아무런 뜻도 없습니다. 음조를 꾸며 장단을 맞추려고 그냥 덧붙인 말로, 일종의 군말/군소리입니다. ‘세 월아 네 월아*’, ‘얽히고설키고등에서 뒤에 덧붙인 말들처럼요. [*'세월아 네월아' : 이 말은 '歲月아 네월아'의 언어 유희인데요. 앞 말 '세월'이 '세(三) 월'과 동음인 것을 이용하여 뒤 말을 '네(四) 월'로 한 것이라서 '세월'의 의미가 확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세월아 네월아'를 관용구로 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확실히 아셨죠? ‘올레리꼴레리와 같이 의미 불명의 말은 표준어가 아니고, ‘알나리와 같은 의미가 담긴 말만 표준어가 된 까닭을요.

 

하지만, 이 말도 세월이 좀 흐르면 알나리깔나리와 복수표준어가 될지도 모릅니다. 표준어 역시 언중이 만들어내는 것이라서, 사전이 죄다 가로막을 수는 없거든요. 예전엔 비표준어이던 허접쓰레기가 표준어이던 허섭스레기보다 더 많이 쓰이는 바람에 복수표준어가 된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것입니다.

 

3. 잘코뱅이(x)/잘코사니(o)

 

이 말들은 단순히 접사만 살펴보면 둘 다 쓸 수도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조어법과 쓰임, 그리고 표준어 선정 원칙 등에서 잘코뱅이가 밀린 경우입니다.

 

우선 접사적인 측면만 돌아보면 두 말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뱅이그것을 특성으로 가진 사람이나 사물의 뜻을 더합니다.

가난뱅이/게으름뱅이/주정뱅이/좁쌀뱅이/잡살뱅이/헌털뱅이따위에서처럼요.

 

사니는 좀 복잡한 어원과 관계되는 말인데요. 본래는 산주(山主)’와 같은 말로, ‘재주를 넘거나 짓궂은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며 악기로 풍악을 울리는 광대들이 조직한 조합의 우두머리를 뜻했습니다. 그러다가 광대나 재주꾼을 총칭하게 되고, 나중에는 무당의 남편이나 남자 가족까지도 사니에 넣었습니다.

 

즉 이 말은 처음부터 하층민에 속하는 이들에게 붙인 일종의 비하칭 접사였습니다.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줄꾼을 이르는 어름사니가 그 대표적이랄 수 있겠네요. 그러던 것이 가납사니(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농투사니[농투성이(‘농부를 낮잡는 방언)]’ 등으로까지 쓰이게 되죠.

 

50~60년대의 표기에서는 잡동사니를 한자인 잡동산이[雜同散異]’로 적기도 했죠. 별 볼 일 없는 부스러기라는 뜻으로 여겨서, 유식해 보이는 산이로 적은 것인데요. 사실 이 말의 시조는 조선 정조 때에 안정복입니다. 그가 이것저것을 엮은 잡기의 제목을 <雜同散異>라 했거든요.

 

다시 뱅이의 뜻풀이로 돌아가 보죠. 어떤 것을 특성으로 갖는 사람/사물에 붙기 때문에 그 앞말의 뜻이 명확해야 합니다. ‘가난/게으름/주정...’ 등처럼요. 하지만, 잘코는 그 뜻이 뭔지 불명합니다. ‘잘난 척/와 비슷한 의미라는 걸 짐작만 할 뿐이지요. 그래서 조어법의 원칙상 ‘-뱅이를 붙일 수가 없게 된 겁니다.

 

또 하나. 표준어 선정에서는 쓰임이 비슷한 두 말이 있을 때는 좀 더 명확하게 어원[어근]을 알 수 있는 것이거나 우세하게 쓰이는 걸 선정합니다. ‘잘코뱅이잘코사니는 어슷비슷하긴 해도, ‘잘코뱅이는 조어법에서 명확하게 벗어나고, 쓰임에서도 잘코사니가 조금 더 우세합니다. ‘잘코사니는 다음과 같이 명사와 감탄사로 쓰이거든요.

 

잘코사니[명사] 고소하게 여겨지는 일. 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

           [감탄사]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에 내는 소리.

 

참고로, ‘잘코-’와 비슷하게 어원[어근]의 전거가 모호한 것으로 용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말은 독립된 명사로는 쓰일 수가 없고, 오직 용코로꼴의 부사로만 쓰입니다. ‘용코로영락없이의 속칭입니다.

 

화투 놀이 중 육백이 있는데, 거기서 꼼짝 못하고 단판승부가 벌어지는 것 중 하나가 용코 칠띠인데 (띠 열 개 중 청.홍단을 포함하여 일곱 개를 한 사람이 가져오는 것), 아직 표준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냥 칠띠로만 실려 있습니다. 이유는 위에 적은 바와 같습니다.

 

                                                                        -溫草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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