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런 소리 좀 하지 말자 : ‘간만에 셀프디스??’
... 간만에 외출하여 친구와 수다를 떨다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둘이서 셀카도 많이 찍었다. 셀프디스일라나. 그래도 미세먼지에 갇혀 지내다 간만에 실컷 해봤다.
여류 시인임을 은근한 팻말로 내거는 이가 긁적인 글 쪼가리다.
‘간만에’는 뭣도 모르고 마냥 자르고 보는 無識漢들의 조어다. ‘간(間)’은 ‘이틀간/한 달간’ 등에서 보듯, ‘동안(사이/새)’을 뜻하는 접사(독립명사가 아니다). 따라서 ‘간만에’는 ‘사이(동안)만에’를 뜻한다. 대체 뭔 소리?
더구나 접사는 앞말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그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간만에’는 그 앞말이 빠진 기형어다. 일종의 언어 사생아. 그래서 언어의 호적인 사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오래간만’이 줄어서 ‘오랜만’이다. 줄이려면 제대로 줄여 써야 한다.
요즘 티브이에서 인터뷰 카메라가 다가가면 열 중 아홉이 해대는 표현이 ‘~다 보니까 너무 ~인 것 같다’이다. '자동빵'으로 죽 한 줄로 나온다. 마치 국정 교과서 시절의 표준 표기로 찍어서 퍼뜨린 듯만 하다.
두 가지가 문제다. 무조건 만연체로 길게 늘이고, 자신의 느낌조차도 남의 말을 빌려서 한다.
간단한 단문으로 끊고, 좋으면 좋다고 확실하게 말하면 된다.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무척(대단히/엄청/많이/아주...) 좋았다.
‘너무’를 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에 ‘너무’를 대신할 수 있는 멋진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0402074933
그리고, '것 같다'와 같은 말을 남용하다 보면 화자의 판단력/자신감도 좀먹는다. 눈치 보는 일이 는다. 사람은 자신의 언어를 먹고 자라는 존재다.
‘셀프디스’는 더 웃긴다. 우선 이런 엉터리 자투리 콩글리시 애용자의 대부분이 실은 영어 실력이 바닥이다. 외국인만 보면 도망가는 이들이 이런 콩글리시를 무조건 사랑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을 자른 거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이가 대부분.
그걸 self-disrespect의 준말이라 답하는 이도 실은 영어 실력은 별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disrespect는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의미는 ‘무례하다/결례하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억지로 해석하면 ‘자신에게 무례/결례하다’가 된다.
이걸 즐겨 입에 올리는 이들은 어쩌면 자기비하나 겸손 떨기쯤으로 쓰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두 가지 뜻으로라면 self-abasement/self-humiliation 쪽이어울린다.
일반적인 자기비하는 self-depreciation이나 self-contemp가 가깝고, 심리학에서의 열등 심리 기제 중 하나인 자기 비하는 self-degradation이라고 한다.
셀프디스? 걸핏하면 이런 말을 입에 올리는 이들일수록 실은 자기비하의 올바른 영문 표현엔 깜깜하다. 그렇잖은가?
제발 스스로의 값을 떨어뜨리는 짓들은 하지 말자. 엉터리 신조어들에 올라타야만 잘난 사람 되는 거 아니다. 되레 자기 발로 degradation 쪽으로 내닫는 일일 뿐이다.
- 온초 [Ju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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