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드라마 작가들이 망친 말 : ‘허니...’. 웬 꿀/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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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전하께서도 소신의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허니. 네 말은 이제 이 에미 말도 안 듣겠다 그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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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드라마 도처에서 걸핏하면 들리는 말이 이 ‘허니’입니다. 이 말은 두 가지 면에서 엉터리 말입니다. 그러니 써서도 안 되지만, 글쟁이들이 앞장서서 널리 유통시키는 일은 나쁜 일이고, 무식을 자랑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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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법만 두고 보자면 이 ‘허니’는 ‘하다’의 활용형 ‘하니’의 잘못입니다. 쉬운 예로 아래의 활용형들을 보시면, 왜 잘못인지가 금방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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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허여(x); 하오나 →허오나(x); 하오니 →허오니(x); 한다니 →헌다니(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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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문제는 옳은 표기 ‘하니’도 위의 예문에서처럼 쓰일 수 있는 접속부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옳은 표기는 ‘그러하다’의 부사어 활용 꼴인 ‘그러하니’입니다. 준말은 ‘그러니’이고요. 위의 예문들에 ‘하니’ 대신에 ‘그러니’를 넣어보면 더욱 의미가 또렷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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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용 꼴 ‘-하니’가 접사로 쓰인 것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멍하니/떡하니/봐하니≒보아하니/휭하니/설마하니. 여기서 ‘하니’를 ‘허니’로 고쳐 보면 ‘멍허니/떡허니/봐허니≒보아허니/휭허니/설마허니’가 되니까, 잘못된 말들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니’는 ‘하니’의 잘못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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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우두커니(o)’가 있는데 이는 ‘우뚝하다’의 옛말인 ‘우둑하다’의 활용 ‘우둑하니’가 모음조화의 영향으로 ‘우둑허니’로 바뀌고, 어원의 본래 뜻과 멀어지면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우두커니’로 굳어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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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와 비슷하게 접속부사로 흔히 잘못 쓰이는 것으로 아래와 같은 ‘하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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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나는 거기서 그만 손을 떼기로 하였다.”
“하여, 네 말은 내 말이 엉터리라는 뜻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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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역시 ‘하니’가 ‘그러하니/그러니(준말)’의 잘못인 것처럼, ‘그리하여’의 잘못입니다. 독립적으로 쓰일 수 있는 접속부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하니/하여’의 두 말은 고어 투여서, 예전 어른들은 자주 썼지만 갈수록 그 쓰임이 줄어서, 부사 자리에서 밀려난 말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은근히 멋스러운 말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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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 잘못된 말 ‘허니’를 남발하면 그런 고어 투에 낯선 요즘 아이들은 ‘꿀을 넘어서, 웬 자기/여보야?’ 할지도 모릅니다. ‘허니≒honey’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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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위의 예문에 보인 ‘에미’도 ‘어미’의 비표준어. 흔히 쓰는 ‘애비’는 그와 달리 ‘아비’와 같은 말로, 비표준어가 아니다. 언어에서도 남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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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草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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