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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영부인’은 대통령 전용이 아니고, ‘동영부인’은 여성 폄하가 아니다!
얼마 전 친구의 여행 사진에서, 낯선 여인의 얼굴과 이름을 대했습니다. 그의 부인인가도 싶었지만, 그가 결혼할 때 저는 바깥 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라 그녀를 대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사진 속의 그분은 영부인이신가?’ 하고요.
그랬더니만, 그 친구 펄쩍 뛰면서 하는 말. ‘감히 영부인이라니... 아니여. 우리 집사람일세.’
제 친구와 같은 사람들, 적지 않습니다. 즉, ‘영부인(令夫人)’은 대통령의 부인에게만 쓸 수 있는 말로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 않답니다. ‘영부인(令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로서, 좀 품격이 있는 말일 뿐입니다. ‘부인(夫人)’도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서 사전상으로는 둘 다 동격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영부인’을 ‘부인’보다 높이 치죠. 친구에게 ‘요즘 부인도 안녕하신가?’라고 해도 되고, ‘요즘 영부인께서도 안녕하시지?’ 식으로 해도 됩니다. 물론 격식을 갖춘 표현이지만, 친한 사이에서는 일부러 그렇게 높여 줄 때도 있습니다. 격식 있는 농담에 돈 드나요, 뭐.
다시 말하면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므로, 대통령의 아내를 높여 이를 때에도 '영부인'을 쓸 수 있지만, '영부인'이 곧 '대통령의 아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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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흔히 쓰던 말 중에 ‘동영부인(同令夫人)*’이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부인(令夫人)과 함께(同)’라는 뜻으로, 초청장 따위에서 부부 동반을 이르는 말이죠. 즉, 부인도 동반하여 함께 참석해 주십사 하는 의미로 적는 말입니다.
[*주의 : 동령부인(x)/동-영부인(o). ‘동영부인(同令夫人)을 흔히 {동령 부인}으로 발음할 때가 있는데, 잘못입니다. 조어법[동-영부인]을 살려 중간에 떼어 읽으려면 {동 영부인}으로 발음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동영부인}으로 해야 합니다. 이때의 ‘동’은 접사 역할로 ‘등-용문(登龍門)(o)/등룡문(x)’의 조어 구조와 같습니다. 경노(敬老)(o)/경로(x)'도 마찬가지인데 -발음은 {경:노}- 다만 '경로당(敬老堂)(o)/경노당(x)'의 경우는 다릅니다. 조어 구조를 좀 더 엄격히 살펴보면 '경+노' +'당' →'경로'+'당'이어서입니다.]
초청[초대]장 얘기가 나온 김에, 흔히 쓰이는 영문 약자 RSVP*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ît(please reply)의 약자 표기로, ‘회답 주시기 바랍니다’의 뜻입니다. 즉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으로, 초청자가 좌석/음식 준비 등에 필요해서지요. [*RSVP : rsvp로 적어도 되지만, 눈에 잘 띄라고 주로 RSVP로 표기합니다.]
우리나라 초청장에도 가끔 이걸 적어놓은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지나갑니다. 대단한 결례입니다. 참석하든 하지 않든, 꼭 답을 해줘야 합니다. 참석한다고 답을 하는 것은 일종의 참석 예약과도 같은 것으로, 초청자의 준비 수고와 성의에 대한 최소한의 답례이기도 하죠. 예약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회신들도 건너뛰는데, 참석 여부를 반드시 알려줘야 합니다. 적은 것처럼, ‘최소한의 답례’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입니다.
‘동영부인’의 경우에 영문 초청장에는 어떻게 적을까요? 클린턴 부부의 경우라면 이렇게 적습니다 : Mr. & Mrs. Bill Clinton. [이런 표기의 이점을 아주 잘 살린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이 <Mr. & Mrs. Smith>였죠. 실제로도 부부였던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영화 속에서도 부부 암살자로 나와 서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구성으로 흥미를 끌었습니다.]
영화 <Mr. & Mrs. Smith>의 한 장면
참, 힐러리는 결혼 후에도 상당 기간 처녀적 성인 Rodham을 썼습니다. 나중에 남편 성을 따르면서도 Hillary Rodham Clinton으로 적었고요. 기혼 부부라 할지라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을 때가 있으니 그럴 때는 초청장도 두 사람의 이름을 각각 달리 적어야 합니다. Mr. B. Clinton and Mrs. Hillary Rodham으로요.
우리야 그저 ‘동영부인’이라고 적으면 되니까, 우리가 더 편리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이 또한 여성 폄하라고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남편의 부속물(?) 같은 느낌도 든다면서요. 하지만, ‘영부인’으로 높여준 성의(?)를 생각해서 눈감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溫草[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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