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회(2018.6.11.) 우리말 겨루기 문제 심층 해설[달인 도전편]
-주부 김은정 님 우승 : 쑥맥(x)/숙맥(o), 등살(x)/등쌀(o)
♣우리말 달인에 오르는 쉬운 방법 : 문자나 ‘카톡’을 할 때, 긴가민가하는 것이 있으면 맞춤법을 검색해 보세요. 그걸 습관화하면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글쓰기를 해보는 것. 일기나 수필을 쓰면서, 그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확인하게 되면 금상첨화죠. 요체는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부딪는 일상적인 것들을 챙겨보는 것. 단, 맞춤법/띄어쓰기에 관한 기본 원칙/원리들을 1차 공부한 뒤에요. 낱개의 낱말들만 외우려 들면 쉬 지쳐서 중도 포기하게 되고, 활용 문제(띄어쓰기와 표준 표기 등)에서 전혀 힘을 못 씁니다. 실제로 두 달 정도만 시간을 투자하여 원칙들을 공부하고 나면 그 뒤로는 아주 편해집니다. 맞춤법/띄어쓰기 앞에서 우리말이 어렵다는 소리부터 습관적으로 앞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영문법 공부에는 몇 년을 투자하면서도 우리말 어법 공부에는 채 두 달도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죠. -溫草 생각.
□ 맞춤법 문제
일반 문제에서 맞춤법 문제로 나온 것은 ‘등쌀/쑥맥/쌤통/뒤뜰’ 중 표준어에 어긋나는 걸 골라 바르게 고쳐 쓰라는 것과 ‘결딴/절딴 나다’ 등에 쓰이는 바른 말을 쓰라는 문제.
-등쌀/쑥맥/쌤통/뒤뜰
표준어 표기가 아닌 것을 바르게 고치는 문제였는데, 공부를 한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것이고, 하지 않은 이에게는 몹시 헷갈리게 할 수도 있는 문제.
‘등쌀/등살’은 둘 다 맞는 표기다. 기출 문제이기도 한데, 의미소와 관련된다. 등의 살을 뜻하는 ‘등살’은 의미소가 반영된 표기이고,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을 뜻하는 ‘등쌀’은 ‘살’과 무관하므로, 소리 나는 대로 등쌀로 적어야 한다.
‘쌤통’은 어원이 불분명한 말이라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말이다. 즉, 의미소와 무관한 말. 그럼에도 버젓한 표준어로서 비하어나 낮춤말도 아니다.
'뒤뜰(o)/뒷뜰(x)'이다. 사이시옷 받치기의 기본 원칙, 곧 뒷말의 초성이 경음/격음일 때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한다. ‘뒷풀이/뒷뜰/뒷칸’ 등이 잘못인 것은 그 때문.
'쑥맥(x)/숙맥(o)'인 것은 이 말이 쑥과는 전혀 무관한 말이라서다. 콩과 보리를 뜻하는 ‘숙맥(菽麥)’으로서, ‘사리 분별을 못 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뜻할 때는 ‘숙맥불변’에서 나온 말이다.
이 문제에서 ‘등쌀’을 손대서 두 사람이 오답을 적었다. ‘쑥맥’과 같은 기본적인 표준어 표기에서 틀리는 것은 공부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오답도 때로는 좋은 스승이 된다. 공부량 부족, 공부 책자의 흠 등을 알게 해주므로.
-‘결딴/절딴’ 나다
자물쇠 문제에서 쓰기 문제로 나왔다. 위와 같은 구성에서 일상적으로 열 중 아홉 정도가 잘못된 ‘절딴나다’를 쓴다. 공부해 두지 않으면 그렇다. 정남 님은 ‘결단'으로 적었다. 앞서 1편에서 공부 자료를 언급한 이유 중의 하나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대형 태풍 한 번에 올해 농사 절딴났어 : 결딴났어의 잘못. ←결딴나다[원]
결국 그걸 절딴내고 말았어 : 결딴내고의 잘못. ←결딴내다[원]
[설명] ①‘절딴나다/~내다’ : ‘결딴나다/~내다’의 잘못. 즉, ‘절딴-’이란 말이 없음. ☞비슷한 의미의 ‘거덜 나다’는 띄어 씀. 한 낱말이 아님. ②‘결딴내다’는 ‘결딴나다’의 사동사.
[참고] ‘자르거나 베어서 끊음’을 뜻하는 ‘절단(切斷/截斷)’의 경우는 ‘절단나다’가 없고, ‘절단되다’가 있음.
결딴나다? ①어떤 일/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 ②살림이 망하여 거덜 나다.
□ 달인 도전 문제
- 문제 유형과 수준
근래 바뀐 달인 도전 문제 유형의 공통점이라면 평이한 문제들을 주로 배치하되 한두 개의 고난도 문제를 섞는 것, 2단계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고급 어휘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의 출제가 부쩍 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회에 비교적 까다로운 문제들도 지난 회와 같이 어휘 실력과 관련되는 문제였다. ‘빼쏘다/아들내미/스무남은밖에’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특히 ‘스무남은밖에’는 앞서도 적은 것처럼, 이 접사 ‘-남은’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은 난생처음 대하는 표기였을 듯하다. ‘섞박지/오랜만’ 또한 어휘력과 관련되는 문제였고.
따라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결국 고급한 맞춤법 실력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어휘 실력을 배경으로 해서 탄생한다고...
이번에는 2단계 사고를 해야 하는 종합형 문제가 3개나 나왔다. ‘들릴런지/들릴는지/들른런지/들른는지; 스무남짓밖에/스무남은밖에/스무남은 밖에/스무남짓 밖에; 내려 놓자 마자/내려놓자 마자/내려 놓자마자/내려놓자마자’가 바로 그것들.
‘들릴런지/들릴는지/들른런지/들른는지’는 ‘들리다(x)/들르다(o)’를 고른 뒤 ‘-런지(x)/-는지(o)’를 생각해야 했다. ‘스무남짓밖에/스무남은밖에/스무남은 밖에/스무남짓 밖에’에서는 ‘남짓’은 의존명사이고 ‘남은’은 접사라는 걸 구분해야 했고, 그 뒤에 ‘밖에’가 조사라는 것까지 생각해야 했다. 물론 ‘스무남은’이 한 낱말의 수.관형사라는 걸 아는 이라면 그런 수고를 건너뛸 수 있었고... ‘내려 놓자 마자/내려놓자 마자/내려 놓자마자/내려놓자마자’ 역시 ‘내려놓다’가 한 낱말의 복합어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한 뒤, ‘-자마자’가 어미라는 것까지 떠올려야 했다. 모두 차례대로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했다, 그래서 2단계 사고라 한 것.
○ 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 ‘웬일(o)/왠일(x)’을 살펴보기로 한다. 까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암기하려고만 들면, 아주 자주 헷갈리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맞춤법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와, 이게 웬떡/왠떡이냐? : 웬 떡의 잘못.
웬 일은 무슨 웬 일? 예사 일이지 : 웬일, 예삿일의 잘못.
[설명] ‘웬’은 관형사인데, 복합어로는 ‘웬일/웬셈/웬걸?/웬만큼≒웬만치?/웬간(어근)’ 등이 있고, 그 밖의 경우는 관형사로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됨.
[참고] 웬일인지(o); 왠지(o)/웬지(x).
웬? ①어찌 된. ¶웬 영문/- 까닭/- 걱정/- 날벼락/- 눈/- 돈/- 걸음/- 물인지 모르겠다. ②어떠한. ¶웬 낯선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아요 : 왠지의 잘못.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
이거 웬지 으시시하다보니 으실으실해지는데 : 왠지 으스스하다보니, 으슬으슬의 잘못.
웬지 기분이 이상하다 : 왠지의 잘못.
[설명]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로서,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뜻하는 부사. 즉, ‘왠지’는 이유와 관련된 ‘왜’에서 나온 말이며, ‘웬’은 뜻밖의 일이 일어나거나 일이 기대하던 바와 다르게 전개될 때 ‘어찌 된’이나 ‘어떠한’의 의미로 쓰는 관형사. 복합어를 만들기 위해 ‘웬+지’ 꼴을 이루더라도 의미가 없음. 복합명사로는 ‘웬일/웬셈’ 정도. ‘웬 떡이냐’에서도 관형사. 다만, 복합어로서 ‘웬만치≒웬만큼’은 한 낱말의 부사이며, ‘웬걸’은 감탄사.
[달인 도전 문제]
- 출제된 문제 : 나를 쏙 ___ 우리 ___ 나이도 이제 ____ 되지 않았는데, 예순이 넘은 나와 입맛까지 닮았다. 마침 ____ 집에 ____ 웬일로 아침부터 전화해 엄마표 ___ 꺼내 놓으라더니, 저녁 늦게 도착한 아들은 가방을 ___ 김치 하나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 주어진 말들 : 빼다박은/빼쏜/빼댄; 아들내미는/아들래미는; 석박지를/섞박지를/석밖지를; 들릴런지/들릴는지/들를런지/들를는지; 오랫 만에/오랫만에/오랜 만에/오랜만에; 스무남짓밖에/스무남은밖에/스무남은 밖에/스무남짓 밖에; 내려 놓자 마자/내려놓자 마자/내려 놓자마자/내려놓자마자
- 정답 : 나를 쏙 빼다박은/빼쏜(o)/빼댄 우리 아들내미는(o)/아들래미는 나이도 이제 스무남짓밖에/스무남은밖에(o)/스무남은 밖에/스무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예순이 넘은 나와 입맛까지 닮았다. 마침 오랫 만에/오랫만에/오랜 만에/오랜만에(o) 집에 들릴런지/들릴는지/들를런지/들를는지(o) 웬일로 아침부터 전화해 엄마표 석박지를/섞박지를(o)/석밖지를 꺼내 놓으라더니, 저녁 늦게 도착한 아들은 가방을 내려 놓자 마자/내려놓자 마자/내려 놓자마자/내려놓자마자(o) 김치 하나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부분은 추가/보완 설명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간접적으로 설명된 것들의 출제가 날로 늘어난다. 유형별 출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특히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문제 풀이를 될 수 있으면 도전자 입장에서 해보려 한다. 풀이에 접근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실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듯해서다.
[풀이]
-빼다박은/빼쏜/빼댄
이 문제는 이곳 문제 풀이에서 네 번 다뤘다[628/633/635/719회]. 바로 지난주안 719회에서도 다뤘고. 그만치 여러 번 나온 기출 낱말이란 뜻도 된다. 공부를 하면서 이곳 문제 풀이에도 관심하시라고 누차 말하는 까닭을 너끈히 짐작들 하시리라.
이럴 때 열 중 아홉이 ‘빼다박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올바른 표기는 ‘빼다 박은’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 이유는 우리말에 ‘빼다박다’라는 낱말이 없기 때문이다. 낱말은 한 무더기의 말이므로, 반드시 붙여 적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 낱말인 ‘빼쏘다’가 정답이다. 제시어에 보이는 ‘빼대다’라는 말은 없는 말. 내 책자의 관련 부분 전재로 상세 설명을 대신한다.
◈그 집 큰 아들은 완전히 아비를 빼다박았어 : 큰아들, 빼닮았어(똑땄어)의 잘못.
빼다박았군 빼다박았어. 엄마를 빼박았다 : 빼닮았군 빼닮았어, 빼쏘았다의 잘못. ←빼닮다/빼쏘다[원]
[설명] ①빼다박다/빼박다 : ‘빼닮다(≒빼쏘다/똑따다)’의 잘못. ♣[주의] ‘빼다(가) 박다’라는 관용구가 있어 헷갈리기 쉬운데, 이것은 ‘모양/상황 따위가 비슷하다’는 뜻이지, 그대로 닮음을 뜻하는 ‘빼닮다/빼쏘다’ 등과는 그 뜻에서 차이가 남. ②큰아들≒맏아들.
빼닮다? 생김새/성품 따위를 그대로 닮다. ¶성격이 엄마를 빼닮은 딸들.
빼쏘다? 성격/모습이 꼭 닮다. ¶성격이 엄마를 빼쏜 딸들.
똑따다1? 꼭 맞아 떨어지게 알맞다.
똑따다2? 찍어 낸 듯이 닮다. ¶딸들의 외모나 하는 짓은 엄마를 똑땄다.
-아들내미는/아들래미는; 석박지를/섞박지를/석밖지를
이것들은 어휘력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조어법 관련 문제. 즉, 둘 다 표준 표기와 관련된 문제다.
‘아들내미/딸내미’를 흔히 ‘아들래미/딸래미’로 쓰는 이들이 100명 중 99명쯤 된다. 조어 구조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발음대로 적는 버릇에 길들여져 있어서다. 일반인들은 그리해도 되지만, 달인을 꿈꾸는 이들은 그리해선 안 된다. 잘못인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긴가민가하는 걸 그때마다 챙겨보라는 말을 문간에 매단 것도 그 때문이다. 관련 설명을 전재한다.
◈막 걷기 시작한 우리 집 딸래미 : 딸내미의 잘못. [유]‘아들래미(x)/아들내미(o)’
[비교] 온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 정나미의 잘못. ⇐‘ㅣ’모음 역행동화 불인정.
[주의] 이가 다 빠진 오무라미라서 : 오무래미의 잘못. ⇐‘ㅣ’모음 역행동화 인정.
[설명] ‘딸내미’에서의 ‘-내미’는 ‘-나미[남(生)+이]’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나 어원이 불분명하고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해도 뜻이 손상되거나 혼란이 오지 않음. ‘오무래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편, ‘정나미’의 경우에는 애착이 생기는(나는) 의미가 살아 있으므로,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 ☞‘피라미’ 항목 참조.
오무래미? 이가 다 빠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낮잡는 말.
◈내가 피래미에 불과한 너를 굳이 상대하랴 : 피라미의 잘못.
[설명] ‘동그래미(x)/동그라미(o)’와 같은, 불필요한 ‘ㅣ’모음 역행동화의 사례. ‘-라미’ 꼴을 선택한 것은 ‘동그라미’의 어원과 관련되는 ‘동그랗다’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임. 이처럼 ‘-래미’를 버리고 ‘-라미’를 택한 것으로는 ‘맨드라미/쓰르라미/귀뚜라미/나라미(물고기의 가슴지느러미의 일상적 명칭)’ 등도 있음.
[주의] ‘오무래미(이가 다 빠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낮잡는 말)’는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해도 뜻에 영향이 없으므로, ‘오무라미(x)/오무래미(o)’.
‘석박지를/섞박지를/석밖지를’은 의미소 구분 문제. 따라서 문제를 대하면 무조건 답부터 떠올리려 하지 말고, 문제 유형(출제자가 어떤 의도로 출제한 것인지)을 잠깐 살펴보면 답이 의외로(저절로) 쉽게 짐작될 때가 많다.
‘섞박지’는 ‘배추와 무ㆍ오이를 절여 넓적하게 썬 다음,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를 이르는데, 조리 과정에 한데 섞어서 버무리는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섞’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표기도 ‘섞’으로 한 것.
이처럼 우리말에는 올바른 표기에서 이러한 의미소를 살려 적어야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된 내용 역시 이곳에서 아주 여러 번 다뤘다. 한 번 더 관련 내용 일부를 전재한다. 자주 대할수록 기억 활성화에 도움이 되므로.
내 책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이참에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도 훑어보시기 바란다. 원형을 밝혀 적는 것 역시 이 의미소 살려 적기와 관련된다.
◈[중요]♣의미소[意味素]의 특징과 활용
[예제] 별미적다(x)/별미쩍다(o); 오이소배기(x)/오이소박이(o); 언덕받이(x)/ <예>언덕바지(o); 오래비(x)/오라비(o); 올개미(x)/올가미(o); 놈팽이(x)/놈팡이(o); 시골나기(x)/서울나기(x)/시골내기(o)/서울내기(o); 불그락푸르락(x)/붉으락푸르락(o); 얽히설키(x)/얼키설키>얼기설기(o); 구비구비(x)/굽이굽이(o)
-특징 : 의미소[意味素]란 낱말에서 실질 의미, 즉 관념을 표시하는 언어 요소로서, 어근/어간과 같음. 독립하여 홀로 쓰이지 못할 경우도 많음.
[참고] 형태소와 실질형태소 : 형태소(形態素)는 ①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이야기책’의 ‘이야기/책’ 따위. ②문법적 또는 관계적인 뜻만을 나타내는 단어나 단어 성분. 실질형태소는 형태소 중에서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상태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철수가 책을 읽었다’에서 ‘철수/책/읽’ 따위. 형태소는 최소 단위가 단어나 단어 성분인데, 단어 성분일 때는 ‘읽었다’의 ‘읽(어간)’과 같이 의미소와 겹치기도 함.
-활용 : 다음과 같이 옳은 말[표기]의 판별과 의미 획정에 크게 도움이 됨.
(1)‘-쩍다’와 ‘-적다’가 붙은 말의 구분/판별에 유용
(활용 예) ①‘딴기쩍다’ : ‘딴기적다’의 잘못. ⇐‘적(少)’의 의미소 살림. ②‘별미적다’ : ‘별미쩍다’의 잘못. ⇐‘별미(別味-)’이므로 의미소 ‘적(少)’일 듯하나, 별미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므로(특별히 좋은 맛/음식), 의미소를 살리면 도리어 반대의 의미가 됨. ‘칠칠찮다’를 써야 할 경우에 그 반대로 ‘칠칠맞다’를 흔히 잘못 쓰는 경우와 비슷함.
⇒‘-적다’ : 괘다리적다, 괘달머리적다, 열퉁적다, 맛적다, 재미적다, 퉁어리적다
‘-쩍다’ : 객쩍다, 갱충쩍다, 맥쩍다, 멋쩍다, 미심쩍다, 수상쩍다, 겸연쩍다/계면쩍다, 의심쩍다, 귀살쩍다/귀살머리쩍다.
(2)‘-박이’와 ‘-배기’의 구분/판별에 유용 : ‘박는다’는 뜻의 의미소 ‘박-’이 살아 있으면 ‘-박이’. <예>오이소박이, 차돌박이, 덧니박이, 고석박이, 점박이, 금니박이, 네눈박이, 장승박이, 붙박이 등등.
(3)‘-받이’와 ‘-바지’의 구분/판별에 유용
①‘언덕받이’에 있는 게 우리 집 : ‘언덕바지’의 잘못. ⇐‘언덕받이’는 의미소 ‘받’과 무관한데, 만약 의미소를 살리면 언덕을 (들이)받게 되는, 괴상한 상황이 됨.
②반대로, ‘가루받이/가슴-/각성-/개구멍-/거름-/걸레-/꽃가루-/씨-/턱받이’ 등은 의미소 ‘받-’이 있어 각각 ‘가루/가슴’ 등을 받는다는 의미가 드러남. 다음의 예를 보면 이 두 가지 경우의 차이가 분명해짐. <예>개구멍받이(개구멍으로 받은 아이) ↔개구멍바지(개구멍을 낸 바지).
(4)‘ㅣ’ 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는 경우의 낱말 판별에 유용
①‘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는 말들 : 잠뱅이(x)/잠방이(o); 오래비(x)/오라비(o); 올개미(x)/올가미(o); 놈팽이(x)/놈팡이(o); 지팽이(x)/지팡이(o); 홀애비(x)/홀아비(o); 외눈백이(x)/외눈박이(o); (오이)소백이(x)/(오이)소박이(o); 노랭이(x)/노랑이(o)
②‘ㅣ’ 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는 말들 : ‘-나기(x)/'-내기(o); '-쟁이(o)'
<예>시골나기(x)/서울나기(x)/시골내기(o)/서울내기(o); 소금장이(x)/소금쟁이(o); 신출나기(x)/신출내기(o); 빚장이(x)/빚쟁이(o); 풋나기(x)/풋내기(o); 중매장이(x)/중매쟁이(o)
[설명] ①의 경우에서 역행동화를 인정하면, 어근(의미소)의 의미가 심각하게 손상될 경우가 많음. 예컨대, ‘잠뱅이/오래비’를 인정할 경우, ‘잠방-’이나 ‘오라-’의 의미가 사라지고(‘오라비’의 준말이 ‘오랍’인 데서도 드러나듯, ‘오라’의 꼴은 중요*), 전혀 무의미하거나 (‘잠뱅’) 뜻이 전혀 다른 (‘오래’) 의미소가 됨. 반면 ②의 경우는 역행동화를 인정해도 의미소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 <예>‘시골-, 서울-, 소금-, 신출-, 빚-, 중매-’. 그러므로, 역행동화를 인정해도 의미소에 변화나 영향이 없을 때만 ‘ㅣ’ 모음 역행동화를 인정.
(5)올바른 어간/어근 파악에 유용
<예>‘모재비헤엄/모자비헤엄’(x) : ‘모잽이헤엄’의 잘못. ⇐모+잽이(-잡이). 즉 ①모+잡이(의미소 ‘잡’) 꼴의 회복 (‘ㅣ’모음 역행동화 허용). ②모잽이[≒옆쪽]이라는 명사 존재.
<예>‘불그락푸르락’(x)/‘붉으락푸르락’(o) : ⇐의미소 ‘붉’의 의미를 살림.
<예>넘어져도 ‘오뚜기’처럼 일어난다 : ‘오뚝이’의 잘못. ⇐의미소 ‘오뚝+이’(물건/사람)
<예>‘넙적뼈/넙적다리’(x) : ‘넓적뼈/넓적다리’의 잘못. ⇐의미소 ‘넓’ 살림.
<예>‘눈꼽’ 좀 떼라 : ‘눈곱’의 잘못. ⇐의미소 ‘곱’. ☜[참고] ‘곱창’에서의 ‘곱’(≒기름의 뜻)도 고유어 .
<예>물 위를 뱅뱅 도는 ‘물매미’ : ‘물맴이’의 잘못. ⇐물 위를 ‘맴’돌므로. 매미와 무관.
(6)의미소와 무관하게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들의 판별에도 유용
<예>‘아뿔사(앗불싸)’ : ‘아뿔싸’의 잘못. ⇐의미소와 전혀 무관하게 발음대로 적는 경우이므로, 만약 ‘아뿔사’를 허용하면 실제 발음에서 {아뿔+싸}가 아닌 {아뿔+사}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음. ⇐받침 ‘ㄹ’ 뒤에서 일반적으로 경음 발음이 되지만, 실제 발음에서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음.
<예>뒤치닥거리 : ‘뒤치다꺼리’의 잘못. ‘뒤치닥거리’를 인정하려면 ‘관심거리/웃음거리’나 ‘먹을거리/볼거리’에서처럼, ‘뒤치닥’이 명사(형) 또는 관형어가 되어야 하는데, 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음.
(7)드물게, 비슷한 구조라 할지라도 의미소 반영이 다를 때도 있음
<예>얼키고 설키다 보면 다 이웃 : ‘얽히고설키다’의 잘못. ←얽히고설키다?
일이 일단 ‘얼키고’ 나면 영 해결하기 어려워 : ‘얽히고’의 잘못.
아휴 복잡해. 여간 ‘얽히설키’ 해야 말이지 : ‘얼키설키>얼기설기’의 잘못.
[설명] ‘얼키설키’에서 의미소 ‘얽’은 중요하지만, 문제는 뒤에 연결되는 ‘설기’와의 부조화. 어울림을 위해서는 ‘얽히섥히’여야 하는데, 이는 더욱 어색. 또한 ‘얽’의 -ㄺ- 받침에서 앞 받침만 발음되므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원칙]. ∴얼키설키(o)
(8)올바른 준말의 구분/판별에도 유용
<예>‘얼마+만큼’ →‘얼만큼(x)/얼마+큼(o)’; ‘오래+간+만’ →‘오랫만(x)/오랜만(o)’
[설명] 준말에서는 의미소는 살리고 조사/접사/어미 등을 줄임. 위의 경우, ‘얼마’와 ‘오래(원형 : 오래다)’는 의미소이므로 살리고, ‘만큼(조사)→큼, 간(접사)+만(의존명사)→만’으로 줄인 것.
(9)명사형 만들기 원칙에 따라, 의미가 없거나 방해되는 의미소를 배제하여 소리 나는 대로 적을 때도 있음. ⇒[원칙] 명사형을 만들 때 ‘-이/-음(-ㅁ)’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는 말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예1) 딱딱이(x)/딱따기(o); 짬짬이(x)/짬짜미(o); 굽돌이(x)/굽도리(o); 날나리(x)/날라리(o); 맥아리(x)/매가리(o)
(예2) 꼬락서니, 끄트머리, 바가지, 바깥, 사타구니, 싸라기, 이파리, 지붕, 지푸라기, 짜개, 모가치 등.
[설명] ①예컨대, ‘딱따기’를 ‘딱딱이’로 적으면 딱딱거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짬짬이’는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라는 부사가 됨. ‘굽돌이’ 역시 굽 부분에서 ‘돌아가는(回)’ 것이라는 의미가 되어 ‘굽도리’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됨. ‘날나리’에 보이는 ‘나리’ 역시 ‘알나리깔나리’ 등에서 보이는 ‘-나리’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날라리’로 표기하는 게 맞음. ‘맥아리‘를 인정하면, ‘-아-’의 의미 규정이 이뤄지지 않음. ②예2의 경우, ‘모가치’는 본래 ‘몫+아치’ 꼴의 말이고, ‘싸라기’는 ‘쌀+아기’로 분석되며, 지붕 역시 ‘집’에서 온 말이지만, 명사형 표기 원칙에 따라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경우들임.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 참조.
-들릴런지/들릴는지/들를런지/들를는지
2단계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 우선 ‘들르다(o)/들리다(x)’임을 알아야 하고, '-런지(x)/-른지(x)/-는지(o)'를 차례대로 떠올려야 정답 고르기가 무난해지는 문제였다. 그러므로 ‘들릴-’로 표기되었거나 ‘-런지’가 들어간 것은 모두 잘못이므로, ‘들를는지’가 정답.
이 ‘들르다(o)/들리다(x)’와 어미 '-ㄹ런지(x)/-ㄹ른지(x)/-ㄹ는지(o)'는 기출 문제. 전에도 출제되었지만, 이처럼 결합형으로 출제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2단계 사고 문제라 하는 것.
◈퇴근길에 가게에 들려 두부 한 모만 사와라 : 들러의 잘못. ←들르다[원]
[설명] ‘들르(다)+어 →들러’로 활용. ‘들려’는 ‘들리(다)+어’의 꼴로 다른 뜻.
◈‘~ㄹ른지/~ㄹ런지’: ‘~ㄹ는지’의 잘못. ¶눈이 올는지 날씨가 좀 포근해졌다; 그 사람이 과연 올는지; 그가 훌륭한 교사일는지; 제 동생이 일은 잘할는지요?
[주의] ‘~일라/~일라나/~일러니/~일러라/~일런고’의 경우에는, 모두 ‘ㄴ’이 아닌 ‘ㄹ’임.
~ㄹ는지?①뒤 절이 나타내는 일과 상관이 있는 어떤 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비가 올는지 습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②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그 사람이 과연 올는지; 그녀도 같이 떠날는지. ③ 앎이나 판단ㆍ추측 등의 대상이 되는 명사절에서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누가 알겠는가?
◈♣주의해야 할 어미 : 어미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어간에 붙여 적음.
<예> 크나큰 은혜(‘-나 -ㄴ’); 크디큰 나무(‘-디 -ㄴ’); 얼어 죽을망정(‘-ㄹ망정’); 뭐라도 할라치면(‘-ㄹ라치면’); 시키는 대로 할밖에/내놓으라면 내놓을밖에(‘-ㄹ밖에’); 재주도 없을뿐더러(‘-ㄹ뿐더러’); 죽을지언정(‘ㄹ지언정’); 밥도 먹지 못하리만치(≒못하리만큼); 지나치리만큼 친절하다; 너는 학생이니만큼; 모두 다 내놔야만 할진대(‘-ㄹ진대’); 서울에 가거들랑(‘-거들랑’); 눈치챌세라(‘-ㄹ세라’); 내가 주인일세말이지(‘-ㄹ세말이지’); 뱀까지 잡아먹을쏘냐(‘-ㄹ쏘냐’); 저걸 드릴깝쇼(‘-ㄹ깝쇼’); 뭘 해야 할지 몰라(‘-ㄹ지’. ‘-는지’도 마찬가지로 어미); 모두 다 알다시피(‘-다시피’); 입사하자마자(‘-자마자’) 부도라니; 말할 것도 없이 좋고말고(‘-고말고’); 죽는 일이 있더라도(‘-더라도’); 확인한바(‘-ㄴ바’) 사실이더군; 곧 해드릴게요(‘-ㄹ게’).
-오랫 만에/오랫만에/오랜 만에/오랜만에 : 달인에 도전하는 분들에게는 기본적인 수준의 문제로, 기출 낱말이기도 하다. 주의할 것은 ‘오랫동안’은 한 낱말이란 것.
‘오랜만’은 ‘오래간만’ →‘오랜만’으로 준 말이다. 자세히 보면 ‘간’에서는 ‘ㄴ’만 남고 ‘만’이 고스란히 살았다. 이것은 ‘만’이 주된 의미소라서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간(間)’은 ‘사이(동안)’을 뜻하는 조사격으로 작용하고 정작 중요한 동안의 의미는 ‘만’에서 따왔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 만인가’에서처럼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로서의 ‘만’의 의미를 주된 의미로 삼은 것.
그 때문에 요즘 조어법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한 ‘대충파’들 100명 중 99명쯤이 애용하는 ‘간만에’라는 표현은 엉터리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에 그 사이(‘간’)을 규정하는 말이 없이 ‘간만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 ‘간’은 사이(동안)를 뜻하는 말이라 했다. ‘어느 새, 요사이(=요새)’ 등에 보이는 ‘새/사이’의 한자어 표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앞에 ‘어느/요’ 등의 한정어(수식어)가 와야만 뜻이 완전해지는 말인 까닭에, 그런 것들이 없이 그냥 ‘간만에’라고만 해서는 ‘사이 만에’라는 괴상한 기형아가 되고 만다.
무식한(無識漢)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런 말을 무조건 따라 하는 그 가벼운 버릇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숱한 면접 낙방자들이 떨어지고 나서도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면접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서) 감점되는 것이 언어라는 얘기를 이곳에서 여러 번 한 바 있다. [여하간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싸구려 유행어 따위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표준말만 사용하는 것이 감점을 막는 첩경이고, 그런 태도가 몸에 밴 젊은이들일수록 사실 다른 면에서도 올곧고 써먹을 만하다.]
우리말에서 준말을 만드는 규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탄탄한 기준은 주된 어소를 살린다는 점이다. 간단히 예시하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
가리가리 →갈가리(o)/갈갈이(x). ‘가리’의 준말이 ‘갈’이므로. ‘갈갈이’로 적으면 ‘가리가리이’의 준말이 됨.
얼마만큼 →얼마큼(o)/얼만큼(x). ‘만큼’에서의 ‘만’은 비교 조사격. ‘큼’이 분량을 나타내는 주요 어소이므로 ‘만’은 아예 버리고 ‘큼’만 살린 것. 즉, 조사 ‘만큼’을 준말로는 ‘큼’으로 표기한 것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이 준말의 올바른 표기 중에는 내 책자의 표제어 앞에 [고급][중요]의 표지를 덧댔을 정도로 고급 문제도 많다. 그만큼 까다롭다. 이와 관련하여, 상세한 것은 내 책자의 ◈[고급][중요]준말의 원칙과 적용 사례 항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스무남짓밖에/스무남은밖에/스무남은 밖에/스무남짓 밖에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스무남은’이란 말이 수.관형사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신 분들도 적지 않을 듯. 하지만, 이 말 역시 이곳 문제 풀이에서 여러 번 다뤘던 말이다. 자랑하자면 접사 ‘-남은’에 대해서 종합적/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우리나라에서 내 책자뿐이다.
여기서 ‘-남은’의 표기가 낯설고 ‘스무남은밖에’라는 표기에 자신이 없어서 ‘남짓’에 솔깃하신 분들이 많았다는 얘길 들었다. ‘남짓’은 의존명사다. ‘한 달/되 남짓, 열 명 남짓, 만 원 남짓’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따라서 남짓을 쓰려면 ‘스물 남짓’으로 띄어 적어야 하고 표기도 ‘스물’로 바뀌어야 한다.
‘밖에’는 조사다. 따라서 수사 ‘스무남은’+조사 ‘밖에’의 결합이므로 정답은 ‘스무남은밖에’가 된다. 흔히 대하지 못한 꼴이어서 선뜻 정답으로 선택하기가 어렵겠지만, 원칙과 규정을 확실히 알고 있으면 자신 있게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즉, 고급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대번 알아볼 수 있는 문제로 이번 출제 중 최고난도에 속했다.
예전에 전재했던, 내 책자 자료의 일부를 다시 전재한다.
◈여나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 여남은의 잘못.
남은 사람들이 스무남은 명쯤이나 되었을까 : 맞음.
동네에 집이라곤 예수나문 채나 될까 : 예수남은의 잘못. 없는 말.
[참고] 그의 나이는 마흐나문 정도로 보였다 : 마흔 조금 넘어의 잘못. 없는 말.
[설명] ‘여남은/예수남은/스무남은’은 각각 ‘열/예순/스물이 조금 넘은 수. 또는 그런 수’를 뜻하는 수사·관형사임. 현재 ≪표준≫에는 이 세 낱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으나, 다른 숫자의 경우에도 ‘-남은’을 붙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다만 발음 편의를 위한 받침 탈락 등은 추가 고려 사항. <예>쉰남은.
여남은째 ?? 순서가 열 번째가 조금 넘는 차례. 또는 그런 차례의.
스무남은 ?? 스물이 조금 넘은 수. 또는 그런 수의.
- 내려 놓자 마자/내려놓자 마자/내려 놓자마자/내려놓자마자
이것도 2단계 사고 문제. 여러 번 설명했듯이, ‘내려놓다’인지 ‘내려 놓다’인지를 가리는 복합어 판별 여부가 1차 관문. 두 번째는 어미 ‘-자마자’를 올바로 알아보는 것. ‘내려놓다’가 한 낱말의 복합어이고, ‘-자마자’는 어미이므로 ‘내려놓자마자’가 정답.
이 두 가지 또한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것들이다. ‘-자마자’가 주의해야 할 어미라는 말도 여러 번 한 바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이곳에서 여러 번 다뤘으므로, 이번에는 관련 부분 전재를 생략한다. (이미 분량이 초과 상태이기도 하고).
다만, 이참에 한 가지 고급 문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놓다’가 들어간 복합어들은 그 활용에서 ‘내려놓아/내려놔’ 등의 두 가지 모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걸 ‘내려 놔’로 띄어 적기도 하는데(복합어이므로 띄어 적으면 도리어 잘못이다!), 노파심에서 해당 부분만 전재한다.
◈그는 내논 자식이었어 : 내놓은의 잘못. ←내놓다[원]
그 내 돈 빨리 내놓아/내놔 : 맞음. 둘 다 가능함.
[설명] ①‘내놓다’ : 본말은 ‘내어놓다’이며, ‘빨갛다→빨간/빨가니’ 등으로 활용하는 ‘ㅎ’불규칙용언과 달리 ‘내놓다’는 규칙 용언. 즉, ‘내놓아(준말은 ‘내놔’)/내놓으니/내놓는/내놓소’로 규칙 활용하므로 어간 ‘내놓-’에서 ‘ㅎ’이 탈락한 ‘내논-’은 잘못. ②‘내놓다’의 어간 ‘내놓-’ 뒤에 ‘-아’가 붙은 ‘내놓아’가 ‘내놔’와 같이 줄면 준 대로 적을 수 있으며(한글 맞춤법 제35항, 붙임1), 그중 이 ‘놓다’의 변화형 ‘놔’가 준 대로 적는 규정에서 가장 예외적인 표기에 속함(‘놓다’는 ‘놓아(놔)/놓으니/놓는/놓소’로 활용). ‘-놓다’가 쓰인 복합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이 변화를 따른다는 것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음. <예> 내려놓다/빼놓다/늘어놓다/수놓다(繡-)/까놓다/털어놓다/곱놓다/덧놓다/되놓다/들놓다/들여놓다/뒤놓다/맞놓다/먹놓다/막놓다/빗놓다/뽕놓다/펴놓다/벋놓다/뻥놓다/올려놓다/터놓다 따위.
***
요즘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달인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내 책자 부록으로 수록한 한글 맞춤법 규정 상세 해설과 용례 부분을 꼭 마지막으로 읽고 가시기 바란다. 모든 출제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원리 원칙을 명확히 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즉, 최종 정리가 말끔하게 이뤄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내 책자의 적중률이 높은 것은 그러한 용례들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대하는 예문들과 결합시키고 그 폭을 넓힌 뒤, 종합화한 덕분이다.
오늘도 여전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게 되시길 빈다. [끝]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8년 개정판. 새로 나왔습니다!
-2009년 이후 2018년 초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습니다.
세 번째의 개정판(736쪽).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합니다.
표준어 표기(맞춤법) 외에 띄어쓰기를 함께 다룬 책자로도 유일하고요.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열공 우리말> 2017
재미있게 슬슬 읽으면서, 12000여 개의 낱말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대할 수 있는 우리말 관련 사항을
딱딱하지 않게, 재미를 곁들여 광범위하게 다뤘다.
어느 페이지를 들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저절로 '오오 그으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