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회(2018.6.18.) 우리말 겨루기 문제 심층 해설[달인 도전편]
-너무나 아쉬운 정혜숙 님의 달인 도전 실패 : 십년지기(o)/십 년 지기(x)
♣우리말 달인에 오르는 쉬운 방법 : 문자나 ‘카톡’을 할 때, 긴가민가하는 것이 있으면 맞춤법을 검색해 보세요. 그걸 습관화하면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글쓰기를 해보는 것. 일기나 수필을 쓰면서, 그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확인하게 되면 금상첨화죠. 요체는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부딪는 일상적인 것들을 챙겨보는 것. 단, 맞춤법/띄어쓰기에 관한 기본 원칙/원리들을 1차 공부한 뒤에요. 낱개의 낱말들만 외우려 들면 쉬 지쳐서 중도 포기하게 되고, 활용 문제(띄어쓰기와 표준 표기 등)에서 전혀 힘을 못 씁니다. 실제로 두 달 정도만 시간을 투자하여 원칙들을 공부하고 나면 그 뒤로는 아주 편해집니다. 맞춤법/띄어쓰기 앞에서 우리말이 어렵다는 소리부터 습관적으로 앞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영문법 공부에는 몇 년을 투자하면서도 우리말 어법 공부에는 채 두 달도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죠. -溫草 생각.
□ 맞춤법 문제
일반 문제에서 맞춤법 문제로 나온 것 중 두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00없이’ 꼴 중 잘못된 표기들인 ‘볼성없이(x)/볼썽~(o), 할일~(x)/하릴~(o), 구김~(x)/꾸김~(o)’.
‘볼성없다’는 ‘볼썽없다(어떤 사물의 모습이 보기에 역겹고 보잘것없다)’의 잘못. ‘볼성’에 쓰인 ‘성’이 ‘性’과는 뜻이 멀어서 소리 나는 대로 적게 된 말이다. ‘볼썽사납다/남볼썽(남을 대하여 볼 면목)’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문학 작품에 ‘남볼성’으로 잘못 적은 경우도 보이는데, 북한어다.
‘할 일 없이’와 ‘하릴없이’는 다르다. ‘할일없다’란 말이 없으며, ‘하릴없다’는 실제로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1.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2.조금도 틀림이 없다.’를 뜻하는 전성 복합어다. 두 번째 의미로는 ‘틀림없다’의 유의어. 이 말, ‘할 일 없다’는 띄어쓰기 문제로도 자주 나오는 것이니, 이참에 확실히들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예를 들면, ‘할 일 없이(o)/할일 없이(x) 어슬렁거리는 녀석’이다.
‘구김없다’는 없는 말로, ‘구김[살](이) 없다’로 적어야 한다. ‘구김’은 다음과 같이, ‘구김살’ 혹은 ‘구김새’와 동의어다.
구김[명] 1. ≒구김살(구겨져서 생긴 잔금. 표정/성격에 서려 있는 그늘지고 뒤틀린 모습). 2. ≒구김새(말/글이 이치에 닿지 않아 막히는 모양).
그런데 여기서 조금 헷갈리게 되는 건, ‘구김<꾸김, 구김살<꾸김살’의 관계 때문이다. 이 때문에 ‘꾸김없다’의 뜻풀이에서 ‘구김’과 관련짓게도 되는데, 이 말은 ‘숨기거나 속이는 데가 없이 정정당당하다’는 뜻하는 말로, 그러한 구김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복합어다.
[* ‘한 걸음’과 ‘한걸음’ : 걸음의 횟수를 나타낼 때는 ‘한 걸음’. ‘한걸음’은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쉬지 아니하고 내처 걷는 걸음이나 움직임’을 뜻하는 말로, ‘한걸음에 달려나갔다’ 등으로 쓰인다. 주의해야 할 띄어쓰기.]
-어리마리(o)/어리버리(x); 악다물다(o)/앙다물다(o); 천상배필(o)/천생배필(o); 생때같다(o)/생떼같다(x)
간단히 설명하면, 흔히 쓰는 ‘어리버리’는 없는 말로 비표준어이고, ‘어리마리’는 ‘잠이 든 둥 만 둥 하여 정신이 흐릿한 모양’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도 ‘어리버리’와는 크게 다르다.
흔히 ‘앙다물다’로도 많이 쓰는 ‘악다물다’는 둘 다 표준어다. 후자가 그 뜻에서 약간 더 다부진 결의를 담고 있지만, 대체로 두 말은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악다물다’와 ‘악물다’는 아래에서 보듯 근친 관계다. ‘악다물다’에서는 다무니까 입이 쓰이고, ‘악물다’에서는 입 대신 이를 쓰는 차이가 있다. (까다롭기도 하여라!) 참고로, ‘악물다<윽물다’의 관계다.
악다물다 : 단단히 결심하거나 무엇을 참아 견딜 때에 힘주어 입을 꼭 다물다.
악물다 : 단단히 결심하거나 무엇을 참아 견딜 때에 힘주어 이를 꼭 마주 물다.
참고로 ‘악쓰다(악을 내어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하다)’는 한 낱말의 복합어다. 반면 ‘눈치(를) 보다(남의 마음과 태도를 살피다)’는 관용구로서 ‘눈치보다’는 없는 말. ‘손대다/손쓰다’는 한 낱말이지만 ‘손(을) 떼다, 손(을) 빼다’는 관용구로서, ‘손떼다/손빼다’는 잘못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복합어 선정 기준이 심히 자의적이라는 점에서다. ‘사랑을 하다 →사랑하다’에서처럼 ‘눈치를 보다’와 ‘눈치보다’를 함께 인정하면 띄어쓰기를 포기하는 사태를 엄청 줄일 수 있는데, 안타깝다. 이런 사례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중에 다른 게시판 <맞춤법 택배 서비스>난에서 모아서 다루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에 대비하여 공부하시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현행 규정을 따라야 할 밖에... 이처럼 주의해야 할 관용구들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바로 이러한 관용구 표기 문제 때문에, 이번 달인 도전자도 ‘못박다/못 박다’에서 실족했다. 현재로는 ‘못(을) 박다’의 관용구로만 인정하고 있어서다. 이것을 관용구 형태와 ‘못박다’의 두 가지 모두를 인정하면 좀 좋으랴. ‘생각을 하다’나 ‘생각하다’나 무에 다른가.
‘천상배필(o)/천생배필(o)’도 무척 까다로운 예다. 현재는 ‘천생’의 의미로 ‘천상’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천생’만 표준어로 선정되었다[표준어 규정 2장 4절 17항]. 예를 들면 '천상연분(x)/천생연분(o)'이다. 그럼에도 이 말만은 두 가지 모두를 표준 표기로 인정했다. 그 연유가 분명치 않다.
'생때같다(o)/생떼같다(x)'는 위의 것들에 비해서는 기초적인 편. 단순한 어휘 문제라서다. 알다시피 ‘생때같다’는 ‘아무 탈 없이 멀쩡하다. 공을 많이 들여 매우 소중하다’를 뜻하는 복합어. 전자의 의미로는 ‘건강하다’와 비슷하다. ‘생때같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그녀는 딴사람이 되었다.’ 식으로 쓰인다.
‘생떼같다’는 아예 없는 말로, 생떼를 써야 할 경우에는 ‘생떼 같은 말로 억지를 부렸다’라고 적어야 한다. 이때의 ‘같은’은 누차 강조했듯 형용사 ‘같다’의 활용형이므로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한다.
□ 달인 도전 문제
- 문제 유형과 수준
근래 바뀐 달인 도전 문제 유형의 공통점이라면 평이한 문제들을 주로 배치하되 한두 개의 고난도 문제를 섞는 것, 2단계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고급 어휘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의 출제가 부쩍 는 것, 그리고 양자택일 식의 찍기에 의존할 수 없도록 제시어를 서너 개 이상 배치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즉, 문제적 낱말 중심으로 몇 개를 익힌 사람들은 빼고, 확실하게 원리 원칙까지 공부해둔 이에게만 달인 자리를 허락하고 있다.
이번 회에 비교적 까다로운 문제들도 지난 회와 같이 어휘 실력과 관련되는 문제였다. ‘하전하전/달막이다’ 등이 고급 어휘였고, ‘휑뎅그렁하다>횅댕그렁하다’ 또한 공부해 두지 않은 이에게는 고급 어휘였다.
띄어쓰기 중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못박다/못 박다’. 도전자도 재도전에서 이걸 손댔을 정도로... 현재로는 이 말이 ‘못(을) 박다’라는 관용구로만 인정돼 있어서 띄어 적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문제점은 위에서 언급했다.
‘여봐란듯이’와 ‘십년지기’의 띄어쓰기 문제는 공부량과 관련되는 것으로, 문제 수준 자체는 고난도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번에는 2단계 사고 문제, 곧 바른 기본 표기를 고른 뒤 다시 올바른 활용/어미/접사 등을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 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 ‘한턱내기로(o) 하다/한턱 내기로(x) ~’를 살펴보기로 한다. 무척 까다로운 고난도의 띄어쓰기 문제다.
이 말은 전에 ‘한잔하다’와 함께 다룬 말이기도 하므로, 짧게 적자면 ‘한턱내다/한턱먹다’ 등은 한 낱말로 인정된 복합어다. 여기서 ‘한잔/한턱’에서 보이는 ‘한’은 딱히 하나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는 걸 주목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한턱내다/한턱먹다’ 역시 ‘한바탕 남에게 음식을 대접하다/대접받다’를 뜻하는데,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지 않은가. 꼭 기억들 해두시기 바란다. ‘한잔하다/한턱내다(~먹다)’는 한 낱말이란 것을.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은 말들이다.
[달인 도전 문제]
- 출제된 문제 : 첫 월급을 탄 ___가 오늘 ___ 한턱내기로 했다. 모처럼 돈에 ____ 않고 먹겠다는 기대로, 익어가는 소고기 앞에서 ____ 속을 달래는데 한참 입술만 ____이던 친구가 지갑을 놓고 나왔다고 한다. 다음에 내라 ____ 고기를 뒤집는 내 마음이 ___ 씁쓸했다.
- 주어진 말들 : 십년지기/십 년지기/십년 지기/십 년 지기; 여보란듯이/여보란 듯이/여봐란듯이/여봐란 듯이; 쪼달리지/쪼들리지; 하적하적/하전하전/하절하절; 횡댕그렁한/횡뎅그렁한/휑댕그렁한/휑뎅그렁한; 달막/달박/달삭; 못박고/못 박고
- 정답 : 첫 월급을 탄 십년지기(o)/십 년지기/십년 지기/십 년 지기가 오늘 여보란듯이/여보란 듯이/여봐란듯이(o)/여봐란 듯이 한턱내기로 했다. 모처럼 돈에 쪼달리지/쪼들리지(o) 않고 먹겠다는 기대로, 익어가는 소고기 앞에서 횡댕그렁한/횡뎅그렁한/휑댕그렁한/휑뎅그렁한(o) 속을 달래는데 한참 입술만 달막(o)/달박/달삭이던 친구가 지갑을 놓고 나왔다고 한다. 다음에 내라 못박고/못 박고(o) 고기를 뒤집는 내 마음이 하적하적/하전하전(o)/하절하절 씁쓸했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부분은 추가/보완 설명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간접적으로 설명된 것들의 출제가 날로 늘어난다. 유형별 출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특히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문제 풀이를 될 수 있으면 도전자 입장에서 해보려 한다. 풀이에 접근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실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듯해서다.
[풀이]
-십년지기/십 년지기/십년 지기/십 년 지기
복합어 구분 문제. 이 말이 한 낱말의 복합어인 이유는 ‘십년지기’에 쓰인 ‘십년’이 정확히 ‘십 년’을 뜻하는 말이 아니어서다. 아래의 뜻풀이에서 보듯 ‘아주 오랜 기간’을 뜻한다. 이곳에서 수없이 말해 왔듯,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닐 땐 복합어다.
구면지기[舊面知己][명] 예전부터 잘 알아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십년지기[十年知己][명] 오래전부터 친히 사귀어 잘 아는 사람.
평생지기•[平生知己][명] 평생을 두고 가까이 사귀는 친한 벗.
형제지의•[兄弟之誼][명] 형제 사이와 같이 정답게 지내는 벗의 우의.
도전자에게 아쉬웠던 것은 주어진 시간은 끝까지 마지막 1초까지 문제에 집중하지 않은 것. 더 생각하면 헷갈리게 된다고 지레 단정하고는 포기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때문에 재도전 시에 뒤늦게 떠오른 이 ‘십년지기’를 두고 아쉬움의 한숨을 길게 내쉬어야 했다.
-하적하적/하전하전/하절하절
앞서 언급했듯이 공부량을 시험하는 고급 어휘 문제. 평소에 허전하다에 쓰인 허전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하전하전>허전허전’을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즉, 난생처음 보는 그런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도전자는 정답을 아주 잘 골랐다. 곁에 놓인 ‘하적하적/하절하절’은 아예 사전에 없는 말들로, 함정용으로 배치한 낱말들. 관련 낱말 뜻풀이는 1편에서 했으므로, 생략한다.
- 여보란듯이/여보란 듯이/여봐란듯이/여봐란 듯이
표준 표기와 띄어쓰기 문제로 자주 출제되는 것 중 하나.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는 고난도일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공부한 이들에게는 B급 정도의 난도. 이 말은 이곳에서, 아래에서 보듯 띄어쓰기 주의 문제 낱말로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주의할 것은 ‘(남) 보란 듯이’와 같은 경우는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니므로, 띄어쓰기에서 조심해야 한다. 출제된 말들 외에 다른 것들에도 관심해서 살피라는 얘기를 늘 되풀이하는 이유를 충분히들 아시리라 믿는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들을 전재한다.
◈우리도 여보란듯이 살아보자구 : 여봐란듯이, 살아보자고의 잘못.
[설명] ①보란듯이(x) →보란 듯이(o). ¶나 보란 듯이(o); 너 보란 듯이(o). ②‘여보란듯이’는 ‘여(汝) 보란 듯이’로 추정되지만 없는 말로 ‘여봐란듯이’의 잘못.
◈우리도 남보란듯이 살아보자구 : 남 보란 듯이(혹은 ‘여봐란듯이’), 살아보자고의 잘못.
[설명] ①‘보란듯이’(x) →보란 듯이(o). ¶나 보란 듯이(o); 너 보란 듯이(o). ②‘여보란듯이’도 잘못. 없는 말. ⇐‘여(汝) 보란 듯이’로 추정되는 말.
[활용] 여봐란듯이? 우쭐대고 자랑하듯이. 떡하니? 보란 듯이 의젓하거나 여유가 있게. ⇐모두 한 낱말.
◈♣‘듯이’의 관용적 용법 중 띄어쓰기 주의 :
[예제] 거짓말을 떡먹듯이 하는 녀석이야 : 떡 먹듯의 잘못.
너 그 자리에서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어 : 쥐 죽은 듯의 잘못.
[참고] 바깥세상은 쥐죽은듯하였다 : 쥐 죽은 듯하였다(쥐 죽은듯하였다)의 잘못.
[설명] ①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떡먹듯이/쥐죽은듯이’는 파생어가 아닌 관용구로서, 정확한 표기는 ‘떡 먹듯/쥐 죽은 듯’이며, ‘-듯이’가 들어간 파생어는 ‘여봐란듯이’뿐임. ②예문만으로는 연결어미 ‘-듯이’를 사용하여 ‘떡 먹듯이’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그런 경우에도 ‘쥐 죽은듯이’는 성립되지 않으며 (어간 ‘죽’에 어미 ‘듯이’가 연결되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관용구로서 굳어진 표현이기 때문에 임의로 바꿀 수가 없음. ③[주의] ‘듯이’와 달리 보조용언 ‘듯하다’의 꼴은 앞말과 붙여 쓸 수 있음(허용). ¶쥐 죽은 듯하다 ⇒죽은듯하다; 눈이 내릴 듯하다 ⇒내릴듯하다
- 쪼달리지/쪼들리지
기본적인 어휘력 문제. 흔히 ‘쪼달리다’로 써 온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 때문에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분들은 제대로 된 공부 자료로 이런 말들을 샅샅이 훑어 두셔야만 한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살림이 쪼달리다 보면 사람노릇도 못 하기 마련 : 쪼들리다, 사람 노릇의 잘못. ←쪼들리다[원]
[참고] 병신 노릇도 갖가지 : 병신노릇(혹은 병신구실)의 잘못.
[설명] ‘병신노릇/소경노릇’은 한 낱말. ☞‘노릇’ 항목 참조.
- 횡댕그렁한/횡뎅그렁한/휑댕그렁한/휑뎅그렁한 : 어휘력과 모음조화 실력을 아울러 시험하는 문제. 공부해 두신 분들에게는 쉽다. ‘횅댕그렁<휑뎅그렁’이므로.
특히 제시어 중에 ‘횅댕’과 비슷한 ‘횡댕’이 있어서, 주의 깊게 살펴서 공부해 두지 않으면 헷갈리기 쉬웠다. 공부를 할 때 조어법의 원리에 관심하면 굳이 욱여넣기로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매번 언급한 이유를 이런 말들에서도 되짚으시기를.
◈명절 뒤 자식들이 떠나니 집 안이 휑뎅그레하다 : 휑뎅그렁하다의 잘못.
휑뎅그렁하다>횅댕그렁하다? ①속이 비고 넓기만 하여 매우 허전하다. ②넓은 곳에 물건이 아주 조금밖에 없어 잘 어울리지 아니하고 빈 것 같다.
참고로, 위의 예문에 제시된 ‘집 안’의 띄어쓰기에도 주의들 하시길. 여러 번 언급했듯이 구체적인 집의 안은 ‘집 안’이고, ‘집안’은 ‘가족을 구성원으로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가는 공동체. 또는 가까운 일가’를 뜻하는 한 낱말의 복합어다. 즉,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그와 나는 한집안이야’라 할 때의 ‘한집안’(혈연관계가 있는 같은 집안).
주의할 것은 ‘집안일은 해도 해도 표가 나지 않는다’에서 쓰인 ‘집안일’도 한 낱말의 복합어라는 점이다. 집 안에서 해내는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인데도... 그 이유는 ‘집안일’에는 그 밖에 ‘자기 집이나 가까운 친척 집에 생기는 일/행사’의 의미도 있어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때도,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므로 복합어에 든다.
- 달막/달박/달삭이다
어휘력 문제로 고급. ‘달삭이다’는 없는 말로 ‘달싹이다’의 잘못. 1편에서 상세히 설명했으므로 관련어 설명만 보인다. ‘달막이다<딸막이다. 들먹이다, 달싹이다<딸싹이다’ 등으로 좀 복잡한 내력이 있는 고급 말들에 속한다.
참고로, 우리말에서의 큰말, 거센말 등은 주로 음성모음 채용이나 격음/경음 바꿈으로 이뤄지는데, 가장 흔한 것이 의성/의태어 계통. 달막<들먹이나 달싹<들썩의 경우는 모두 앞말에서 음성모음을 채용한 경우이고, 달막<딸막의 경우는 경음 채용의 경우. ‘달싹달싹<들썩들썩/딸싹딸싹<뜰썩뜰썩’을 보면 음성모음과 경음 채용의 두 가지 변화 모두가 들어 있어서, 무척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이러한 큰말/거센말의 경우, 뜻풀이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흔히 ‘거볍다>가볍다’로 생각하는 이 두 말의 경우, 뜻풀이를 보면 ‘거볍다’는 ‘무게가 적다’로, ‘가볍다’는 ‘무게가 일반적이거나 기준이 되는 대상의 것보다 적다’로 되어 있어서, 그 차이를 명확히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정작 문제는 이런 말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뜻풀이를 해놓은 경우다. 이를테면 ‘거분하다’는 ‘들기 좋을 정도로 거볍다. 말/행동 따위가 거볍다. 몸의 상태가 거볍고 상쾌하다’로 나오고, ‘가분하다’는 ‘들기 좋을 정도로 가볍다’를 위시로 모두 ‘거볍다’를 ‘가볍다’로만 바뀌어져 있다. 일반인들이 그 뜻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낼 재간이 없다.
일반적으로 음성모음은 큰말이 되어 양성모음이 쓰인 말에 비하여 크고, 어둡고, 무겁고, 약하거나 둔하게 느껴진다. 한편, 격음이나 경음이 쓰이면 거센말이 된다. ‘감감<깜깜’ 등에서처럼. 격음/경음 간에서는 격음은 진하거나 두껍고 무거운 느낌을, 경음은 가볍고 덜 두껍거나 덜 진한 느낌을 준다. ‘캄캄/깜깜’에서처럼. 이러한 차이들은 모두 어감상의 차이, 느낌상의 차이일 뿐으로 실질적 의미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우리말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워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어근이 의성/의태어 계통일 때는 모음조화와 격음(경음) 표기 모두를 생각해 보는 것이 어휘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올바른 표기 기억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굳이 억지로 암기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달막달막<딸막딸막.들먹들먹[부] ①가벼운 물체 따위가 잇따라 들렸다 내려앉았다 하는 모양. ②어깨/엉덩이 따위가 잇따라 가볍게 들렸다 놓였다 하는 모양. ③마음이 자꾸 조금 설레는 모양. ④말할 듯이 입술이 가볍게 자꾸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양. ⑤남에 대하여 자꾸 들추어 말하는 모양. ⑤남에 대하여 자꾸 들추어 말하는 모양. ⑥자꾸 가격이 조금 오르려는 기세를 보이는 모양. ⑦다친 데나 헌데가 곪느라고 조금 자꾸 쑤시는 모양. ¶달막이다[거리다]/~하다[동]
달싹달싹<딸싹딸싹[부] ①가벼운 물건이 잇따라 떠들렸다 가라앉았다 하는 모양. ②어깨/엉덩이/입술 따위가 자꾸 가볍게 들렸다 놓였다 하는 모양. ③마음이 잇따라 좀 들떠서 움직이는 모양. ¶달싹이다[거리다]/~하다[동]
- 못박고/못 박고
요약하자면, ‘못박다’라는 한 낱말이 없기 때문에 ‘못 박다’의 잘못이다. 즉, 이 말을 ‘못(을) 박다’라는 관용구로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다른 말들과의 형평성 면에서나, 언중들의 실제 쓰임 등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문제적이다. ‘손대다/손쓰다’는 복합어로 인정하면서도, ‘손떼다’는 ‘손(을) 떼다’의 잘못으로 삼은 이유가 궁색하기만 하다.
이에 관해서는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의 관용구 처리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위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여하튼 우리는 현행 규정에 따라 공부해 둬야 하므로, 내 책자의 관련 부분을 전재한다. 이참에 ‘뿌리박다’가 한 낱말이라는 것과 그 밖에 ‘박다’가 들어간 말들도 함께 익혀 두시길...
◈그렇게 못박는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하냐 : 못 박는의 잘못. ⇐관용구임.
한 자 한 자 못박아 말을 뱉었다 : 못 박아의 잘못. ⇐관용구임.
[설명] ①‘못박다’는 없는 말. ‘못(을) 박다’라는 관용구에서 온 말이므로 띄어 적음. ②[참고] 현재 ‘-박다’가 들어간 복합어들은 ‘처박다/윽박다/붙박다/되박다/맞박다/몰박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부사적 의미를 지닌 접사들임. ‘명사+박다’의 꼴로는 ‘뿌리박다’가 유일함.
못(을) 박다 ? ①다른 사람에게 원통한 생각을 마음속 깊이 맺히게 하다. ②어떤 사실을 꼭 집어 분명하게 하다.
***
요즘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달인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내 책자 부록으로 수록한 한글 맞춤법 규정 상세 해설과 용례 부분을 꼭 마지막으로 읽고 가시기 바란다. 모든 출제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원리 원칙을 명확히 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즉, 최종 정리가 말끔하게 이뤄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내 책자의 적중률이 높은 것은 그러한 용례들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대하는 예문들과 결합시키고 그 폭을 넓힌 뒤, 종합화한 덕분이다.
오늘도 여전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게 되시길 빈다. [끝]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8년 개정판. 새로 나왔습니다!
-2009년 이후 2018년 초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습니다.
세 번째의 개정판(736쪽).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합니다.
표준어 표기(맞춤법) 외에 띄어쓰기를 함께 다룬 책자로도 유일하고요.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열공 우리말> 2017
재미있게 슬슬 읽으면서, 12000여 개의 낱말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대할 수 있는 우리말 관련 사항을
딱딱하지 않게, 재미를 곁들여 광범위하게 다뤘다.
어느 페이지를 들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저절로 '오오 그으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