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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2] '그 나물에 그 밥'과 '그 밥의 그 나물'은 다르다, 왜일까?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8. 7. 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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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마디 My Words 202]

 

그 나물에 그 밥그 밥에 그 나물은 다르고,

밥만 바뀌어도 나물 맛이 달라진다.

 

우리 속담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 있습니다. 흔히 서로 그 격이 어울리는 것끼리 짝이 되었을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초록은 동색[草綠同色]’이란 말도 있지만, 같은 처지의 사람과 어울리거나 기우는 것일 뿐 짝을 이루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도 있지만, 엄격히는 좀 의미 차이가 납니다. 이 말은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대상자들의 격이 서로 어울리는 쪽보다는 별 차이가 없는 쪽을 강조할 때 쓰입니다. 대동소이(大同小異) 또한 이와 비슷하죠.

 

그 나물에 그 밥은 나물과 밥의 수준(내용)이 그게 그거여서, 잘나든 못나든, 그냥 대충 한 묶음으로 처리해도 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은 있지도 않지만, 이 말을 곰곰 생각해 보면 밥이 나물을 좌우한다는 뜻도 됩니다. 시원찮은 밥에는 나물도 시원찮기 마련이고, 좋은 밥에는 나물도 괜찮거나 괜찮아 보인다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같은 나물인데도 밥만 바뀌어도 그 맛은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경우 흔합니다.

 

제가 당진에 잠깐 내려가 있을 때인데요. 그곳에는 쌀 축제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행사장으로 얼른 뛰어갔지요. 안내를 보니 수동식 탈곡기도 있고,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 딸내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그 기억들을 잠시라도 심어두려고요. 온갖 짓거리들을 하면서 아주 즐겁게 놀았습니다. 뭔 짓들을 했는지는 이곳에 기록해 뒀습니다 :  https://blog.naver.com/jonychoi/20043019430

그러다가 퀴즈 등의 이벤트가 있어서 끼었지요. 그러고서 타 낸 상품들이 1킬로짜리부터인 여러 개의 해나루쌀 포대. 집에 와서 그걸로 밥을 해먹었는데, 와아!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최고의 밥맛!! 밥만 있으면 찌개 하나만으로도 오케이고, 많은 반찬들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당연히 당진 해나루쌀만 찾았고, 친지들에게 선물도 바지런히 했습니다. 그러고 난 뒤 한참 뒤에야 그 맛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제가 먹었던 쌀들은 모두 2~3일 전에 도정한(찧은) 것들이었습니다.

 

한참 뒤 햇반이란 게 나왔고, 그걸 먹어본 이들은 집 밥보다도 두세 배는 맛있다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비밀 역시 바로 도정 날짜에 있었습니다. 밥을 짓기 이삼 일 전에 벼를 쌀로 만들면 그렇게 맛있는 밥이 되는 거였지요.

 

그처럼 밥맛은 중요합니다. 아니, 밥이 맛있으면 반찬도 가리지 않게 됩니다. 한 끼 식사의 으뜸 자리에 밥이 놓이는 거죠.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 앞에서 잠시 멈칫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밥의 품질()에 따라 나물의 그것도 좌우됩니다. 도리질을 부르는 밥이라면 나물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그 끼니는 그렇고 그런 것으로 격하됩니다.

 

더 긴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 삶에서 가장 으뜸이 되어야 하는 것, 그건 바로 기본 내지는 기본적인 것이겠죠. 육체적으로는 허리쯤일 게고, 정신적으로는 생각의 뼈대쯤? 그러므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지도 자명하죠. 얼굴 치장 따위가 아닌 허리와 두 다리 제대로 세우기가 최우선 사항이 되어야 할 게고, 욕심으로 채워진 마음에 정화수를 부어서라도 사고방식 곧추세우기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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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뀌면 품격도 달라집니다. 밥이 바뀌면 저절로 나물의 풍미도 달라지듯이요.


                                                             -溫草 [Ju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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