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고용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집값의 초양극화가 나타나는 등 경제 곳곳에 비상등이 들어오며 도대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근본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경제부처 장관 중 관료 출신은 각각 1명에 불과하고 모두 학계·정치인 출신이다 보니 동화책 속 비현실적인 정책을 쏟아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이념과 정부 만능에 치우쳐 오만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이 보는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어공’이 점령한 ‘기울어진 운동장’=무엇보다 경제라인에 현실 경험이 부족한 ‘어공(어쩌다 공무원·학계나 정치인 출신 공무원)’이 대거 포진한 것이 크다. 청와대 정책실에는 5명의 수석·보좌관이 있는데 윤종원 경제수석을 빼고 모두 어공이다. 경제부처도 10곳 중 관료 출신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뿐이고 8명이 어공이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도만 기업 출신이다.
물론 관료를 기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학계의 신선한 시각에서 개혁을 추진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스스로 참여정부 때 ‘관료에게 포획돼 실패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관료 기용을 꺼리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해왔지만 현 정부는 문제의식만 있고 현실감각은 없는 셈이다.
②“정부가 시장 이길 수 있다”는 오만=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남발하는 것도 주요 문제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정책.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때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를 규제를 ‘찔끔찔끔’ 내놓은 것이라 보고 지난해 8·2대책으로 규제책을 총망라해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의 폭등과 지방 부동산의 폭락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시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발전된 경제일수록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데 현 정부는 계속 시장을 이기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폭력’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③‘동굴의 우상’에 빠져 잘못 수정 안 해=정책 당국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9일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이런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모두발언에서 고용지표가 악화된 원인을 두고 최저임금을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이를 두고 정책 담당자들이 ‘동굴의 우상’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하성 정책실장 밑에서 수학한 한 대학 교수는 “장 실장 수업을 들어보면 삼성SDS에 대한 소액주주 운동과 대기업 상대 소송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기업에 대한 악감정이 많이 드러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공무원이 되면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④‘전 정부와 달라야 한다’ 차별화 강박에 정부發 ‘쇼크’ 양산=전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는 차별화 강박도 문제다. 사실 박근혜 정부 때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많았다. 기초연금, 기업의 소득을 가계로 보내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전 정부 때 시행됐고 근로장려세제(EITC)도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전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 탄핵 뒤 집권한 정부여서 가시적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2년간 최저임금을 약 30% 인상하는 등 경제가 가장 기피하는 ‘쇼크’를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
⑤‘촛불’에 대한 과도한 부채의식=촛불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노동계·시민사회단체 등에 과도한 부채의식을 진 것도 지적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친노동 정책만 있고 고용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정책은 안 보인다’는 지적에 “지지층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친기업적 정책을 쓸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근에 와서 기업투자와 고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지지층 눈치를 보다가 실기한 결과가 현재의 고용지표 악화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①‘어공’이 점령한 ‘기울어진 운동장’=무엇보다 경제라인에 현실 경험이 부족한 ‘어공(어쩌다 공무원·학계나 정치인 출신 공무원)’이 대거 포진한 것이 크다. 청와대 정책실에는 5명의 수석·보좌관이 있는데 윤종원 경제수석을 빼고 모두 어공이다. 경제부처도 10곳 중 관료 출신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뿐이고 8명이 어공이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도만 기업 출신이다.
물론 관료를 기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학계의 신선한 시각에서 개혁을 추진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스스로 참여정부 때 ‘관료에게 포획돼 실패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관료 기용을 꺼리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해왔지만 현 정부는 문제의식만 있고 현실감각은 없는 셈이다.
②“정부가 시장 이길 수 있다”는 오만=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남발하는 것도 주요 문제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정책.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때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를 규제를 ‘찔끔찔끔’ 내놓은 것이라 보고 지난해 8·2대책으로 규제책을 총망라해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의 폭등과 지방 부동산의 폭락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시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발전된 경제일수록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데 현 정부는 계속 시장을 이기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폭력’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③‘동굴의 우상’에 빠져 잘못 수정 안 해=정책 당국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9일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이런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모두발언에서 고용지표가 악화된 원인을 두고 최저임금을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이를 두고 정책 담당자들이 ‘동굴의 우상’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하성 정책실장 밑에서 수학한 한 대학 교수는 “장 실장 수업을 들어보면 삼성SDS에 대한 소액주주 운동과 대기업 상대 소송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기업에 대한 악감정이 많이 드러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공무원이 되면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④‘전 정부와 달라야 한다’ 차별화 강박에 정부發 ‘쇼크’ 양산=전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는 차별화 강박도 문제다. 사실 박근혜 정부 때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많았다. 기초연금, 기업의 소득을 가계로 보내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전 정부 때 시행됐고 근로장려세제(EITC)도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전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 탄핵 뒤 집권한 정부여서 가시적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2년간 최저임금을 약 30% 인상하는 등 경제가 가장 기피하는 ‘쇼크’를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
⑤‘촛불’에 대한 과도한 부채의식=촛불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노동계·시민사회단체 등에 과도한 부채의식을 진 것도 지적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친노동 정책만 있고 고용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정책은 안 보인다’는 지적에 “지지층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친기업적 정책을 쓸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근에 와서 기업투자와 고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지지층 눈치를 보다가 실기한 결과가 현재의 고용지표 악화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