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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의 희한한 명언들] ‘관계를 맺고 과정을 시작할 수도’, ‘이부망천(離富亡川)’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18. 6. 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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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의 희한한 명언들] ‘관계를 맺고 과정을 시작할 수도’, ‘이부망천(離富亡川)’

 

1. 트럼프, ‘관계를 맺고 과정을 시작할 수도

 

신문 기사 제목에서 이 표현을 대하고는 웃음부터 터져서 혼났습니다.

트럼프다운(?) 말이라는 생각과 오바마의 명언도 떠오르면서요.

 

오바마가 백악관의 마지막 만찬 때, 이런 말을 했죠. 그날 그곳에 참석한 이들은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죄다 그를 칭송하는 글[]들을 남긴 모임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외교 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등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왔습니다.

 

관계는 우리말에서 남녀 간의 성교를 완곡하게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아주 오래 전 유행했던 낡은 유머 중에 이런 것도 있었을 정도지요.

 

군대에 애인을 면회하러 온 여대생에게 면회신청서를 주면서 기재하게 하는데

관계란에다 ‘1이라고 적자, 그걸 본 면회소 책임자가 사실대로 적으라

다그칩니다. 그러자 횟수는 잘 기억 안 남이라고 고쳐 적었다는...

 

일본어에서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그는 많은 여성과 관계했다(くの女性関係した)’로 씁니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웹스터 사전에 성교(sexual intercourse)의 함축어라고 나와 있죠.

중국에서는 '꽌시'로 읽히며, 인맥(관계)을 뜻하는데 실체적으로 접촉한 관계망을 뜻합니다.

말로만 아는 이가 아니라, 실물로 여러 번 접촉한 게 핵심이죠.

최소한이 악수이고 그 다음은 식사... 등등.

 

관계를 맺고 과정을 시작할 수도’...

트럼프 방식으로 재해석하자면, ‘일단 섹스 후 사랑해 보기쯤 되나요?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탓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영화 제목으로 의역한 <독서 후 섹스>라는 말도 떠오르는 걸 어떡합니까.

원제 <The Reader>는 우리나라에서는 <책 읽어주는 남자>개봉됐죠.

200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작품인데도, 흥행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기 노출 운운하면서 호사가들의 입에만 더 많이 오르내리느라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 영화 <The Reader>의 대표 화면

 

2. 정태옥의 이부망천(離富亡川)’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한 신조어입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희대의 수확물들이 거명될 텐데, 그중 수위를 다툴 듯도 합니다.


정태옥 사진

정태옥 국회의원, 전 공무원 58세(만 56세). 자유한국당 대변인 
출생   1961년 11월 27일
소속   자유한국당 (대구 북구갑)
신체   165cm, 65kg


정태옥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대변인이 자당의 인천시장 후보인 유정복을 응원한답시고 모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서 이야기하다가 쏟아낸, 곧 '서울에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거기서도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고 한 걸 매스컴에서 사자성어로 즉석 조립한 거죠. 부천/인천 사람들이 난리 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막상 지원 대상자였더 유정복도 그에게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호통을 치고 나섰습니다. 오죽 다급해졌으면 홍준표조차 그를 징계위에 회부하라고 그랬을까요.

 

더 웃기는 것은 그가 행안부 공무원 시절에 임명직인 인천시 기획관리실장도 했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끝으로 20대 국회의원(대구시 북구 갑)이 됐지만요.

 

그런데, 이 사람도 좀 머리가 모자라기는 모자랍니다. 대충 생각하는 '대충파'인 거죠. 부천(富川)은 그 이름에서도 보듯, 가난한 동네가 절대로 아닙니다. 예전부터 그 유명한 복사골이어서 먹고 사는 데엔 그다지 지장이 없었죠. 고강동의 터줏대감이었던 수주 변영로 선생이 들으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나실 듯하군요. 유일한 박사로 유명한 유한양행의 터전도 부천이고요, 부천시는 직할시 미만 도시 중 거대 도시에 들어가는, 현재 인구 85만 명을 자랑하는 대도시죠. 국회의원을 네 사람씩이나 뽑습니다.

 

그가 말한 원문(?)을 예시하면 이렇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 그가 인천에서 근무할 때 제대로 시정을 이끌기나 했는지 모르겠는 게, 그가 언급한 중구나 남구 역시 망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례로 중구는 대표적으로 인천항을 끼고 있어서 늘 북적거리는 동네이고, 인천공항을 품고 있는 영종도도 중구죠. 하여간 무척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하기야, 자한당의 대변인이라는 친구들, 정말 재미있는(?) 집단입니다. 이번에 사달을 일으킨 정태옥 외에 전희경/홍지만/김연식 등의 대변인이 4명 있고, 장제원이 수석대변인. 이 중 장제원은 홍준표의 입노릇을 너무 충실히 하다가 지금은 완전히 찌그러들었습니다. 구설에 오르지 않은 건 김연식 정도? 어쩌면 발언 차례가 안 와서 그런 행운(?)을 차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멀쩡한 사람들도 정치판에만 나가면 또라이들이 되곤 합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죠. 제가 우리나라의 4대 불가사의 중 두 번째로 꼽은 게 이런 것이기도 합니다 : “대체로 꽤 똑똑하다는 소릴 듣는 판.검사 출신들이 어째서 정치판에만 가면 또라이 수준의 말과 행동을 예사로 할까

 

참고로, 저 정태옥도 고대 법대를 나와 행시에 합격했던, 한때는 멀쩡한 똑똑이였습니다. 그것참.

 

                                                                                                   -온초 [Ju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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