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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얼굴만 보여도 채널을 돌리는 이유] 연예인 관찰예능, 의미도 재미도 없다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18. 8. 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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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티브이 앞에 앉으면 아주 못된, 제일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맙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도 그리되어 버렸습니다.

화면을 대하고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그런 유사 프로그램 앞에 다시는 앉게 되지 않아서입니다.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따위의 프로그램을 한 번 이상 본 게 없고

그나마 그렇게 힐끔거린 것 중에서도 끝까지 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초등학생도 뻔히 알 수 있는 문제

(예를 들면 다음 중 백제의 왕이 아닌 사람은? : 의자왕, 온조왕, 소수림왕, 성왕) 따위를

내고는 그걸 맞혔네, 못 맞혔네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서는

속이 확~~. 채널 획. 그리곤 다시는~~ 끝.


그러니 요즘의 이른바 연예인이라는 애들이 나와서

그야말로 웃기는, 아무런 의미 없는 짓들을 하면서 화면을 채우는 걸

바라보는 일은, 저와는 전혀 맞질 않습니다.

(물론 까다롭고 못된 제 취향 탓이 더 크지만요.)


저는 '정글의 법칙', '나는 자연인이다', '코리안 헌터'류와 같이 

꾸밈이 적으면서도 몸으로 직접 해내는,

입으로가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정법' 같은 건 하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포맷이 앞서는 듯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새로 나오는 출연진들의 몸 사리지 않는 모습(비록 연출이 섞이긴 했겠지만)들이 좋습니다.

뒤의 두 프로그램 역시 어쨌거나 몸으로들 해내는 모습들이 더 많고요...


한마디로 이것들은 그 나름대로의 메시지가 있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하는 착각도 들면서

재미도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듣고 바라보기만 한다기보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화면에 대고 군소리로나마 대꾸도 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방송에 나온 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만.)


아래 기자의 글, 정말 정곡을 찌르는군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소리만 요란스럽다.'


거기에 저는 이런 말을 보태고 싶군요.

'호들갑을 떠는 꼴과 내용이 바로 그 출연자의 자질(품질)인데

즐겁기보다는 되레 꼴 사나운 것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온초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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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 논란으로 본 연예인 관찰예능, 의미도 재미도 없다

박명수와 그의 아내 한수민. SNS로 자신이 만든 코팩을 홍보하다 저속한 손동작을 해 논란이 됐다.      

TV 속에 식상함이 차고 또 넘친다. 언제 안 그랬던 때가 있나 싶지만, 어느 채널을 돌려도 모두 연예인 관찰 예능인 요즘은 더 그렇다. 초창기 관찰 예능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일상 속에서 우리네 삶과 맞닿는 '평범함'을 조명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요즘 관찰 예능은 그저 연예인과 그 가족들이 써내려가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바빠 보인다. 우리네 일상과는 동떨어져 의미도 재미도 찾을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리만족’은커녕 시청자들 눈살만 찌푸린다.

최근 SNS로 코팩을 홍보하다 저속한 손동작을 해 논란이 된 ‘한수민’ 사태는 사실 연예인 가족 예능의 폐해로 볼 수 있다. 일반인도, 그렇다고 연예인도 아닌 한수민은 그간 남편 박명수와 함께 예능에 수시로 모습을 나타냈다. MBC ‘무한도전’에 처음 나와 방송 진출의 뜻을 분명히 했고 실제로 박명수와 함께 SBS ‘싱글와이프’, 최근에는 TV조선 ‘아내의 맛’에도 출연하는 등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해왔다.

대중과 괴리됐던 연예인 가족 예능 속 한수민
SBS 예능 '싱글와이프'에 출연했던 박명수 아내 한수민 [사진 SBS]

하지만 박명수의 후광을 입어 방송인이 됐다는 ‘불공정함’과 더불어 그의 이미지가 유명 한의원 원장, 수십억대 건물주 등으로 규정되며 시청자들의 반감을 불러왔다. SBS ‘싱글와이프’에서는 박명수 부인으로 사는 것의 괴로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누가 박명수 부인 하라고 시켰느냐”며 그의 눈물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개인 SNS에서의 행동이 단초가 되긴 했지만, 그간 그가 예능에서 보여왔던 대중과의 괴리감과 이로 인해 쌓였던 불편함이 논란을 증폭시킨 측면이 크다.

요즘의 연예인 관찰 예능은 갈수록 대중이 보길 원하는 일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최근 “방송 최초로 성유리의 사생활을 공개하겠다”고 내세웠던 SBS Plus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을 보자. 지난 27일 첫 방송은 느지막이 일어나 강아지와 놀고, 리코더를 불고, 골프와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성유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그저 '스타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내세우니 어린 나이부터 방송활동을 해서 불면증이 있다는 그의 얘기 또한 절절히 와 닿을 리 없다.

SBS Plus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 [사진 SBS Plus]
'현실 육아' 대신 해외 여행 다니는 육아 예능
아빠 육아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에 성공한 육아 예능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현실 육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와 함께 수시로 해외 여행을 떠나고, 그저 웃고 즐길 뿐이다. 방송 초기 보여줬던 육아의 고단함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여행 예능과 연예인 가족 예능, 육아 예능을 합쳐 놓은 정체성 모호한 프로그램이 됐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새로운 가족의 아이를 출연시켜 그 귀여움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기 급급하다.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여행 관찰 예능 또한 마찬가지. 일반인의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 숙소를 '최악의 숙소'라며 "벌칙방"이라고 칭하거나(tvN '짠내투어'), 별다른 의미 없이 친한 연예인들의 우정 여행을 보내주니(KBS2 '배틀트립', TV조선 '땡철이 어디가') 공감보다는 의아함을 자아낼 뿐이다.

"메세지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
KBS2 배틀트립 [캡처 KBS2 '배틀트립']

연예인 관찰예능이 애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엿볼 수 있는 공감과 위로 때문이었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연예인도 결국 별 것 없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이라는 동질감 말이다. 일례로 SBS '동상이몽2'에 나왔던 우효광·추자현 부부를 보자. 재력가인 이들이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밥 조금만 더 먹겠다"며 아내에게 애교를 부리는 남편 등 그들의 현실감 있는 사랑스러움 때문이었지, 남 부러울 것 없는 그들의 환경이 주는 '대리만족' 때문은 아니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적지 않은 관찰 예능이 '메시지'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며 "의미도 재미도 없는 '소음' 같은 관찰 예능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저 스타, 혹은 스타의 가족이 나왔으니 보라는 식의 '메시지' 없는 관찰 예능은 공허하다. 왜 관찰 예능이 각광 받았는지, 그 시작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이 관찰 예능에 바라는 건 그저 뻔한 대리만족이 아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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