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아파트 재산세보다 소나타 한 대가 내는 세금이 두 배?
1.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 잡겠다 했을 때,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이던 우원식과 국토건설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미 의원이 한목소리로 했던 말입니다. 더구나, 당시 김 의원은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원 출신으로 건설 분야에도 일가견을 가진 실무형 장관으로 여겨져 믿음직하기도 했죠.
그런데... 그 뒤 부동산 시장 이상 현상을 잡겠다고 나온 정책들은 죄다 그 흔해빠진 대출 규제 쪽이었습니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따위를 지정하네 뭐네 해댔지만, 그 핵심은 대출과 관련된 DSR이나 DTI와 같은 걸 손대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부동산 취득 자금줄 쪽으로만 눈길을 돌리는 거죠. 번지수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주택(아파트) 가격 상승 바람은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검증 작업을 정부가 대신 해준 덕분입니다. 정부가 기껏 해봤자, 그런 일 정도라는 걸 부동산 투기자들에게 알려준 셈이죠. 그리고, 거기에 뛰어든 큰손들은 모두 돈 있는 사람들이지, 집 사기 위해서 대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아닌데도 정부는 그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려 들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물더라도 아파트 매매계약 해지를 해대는 이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지금 그런 괴상한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선량한(?) 1가구 1주택자들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집 한 채 마련해 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 규제와 관련된 시책을 아무리 강화해 봤자 부동자금으로 떠도는 돈들을 들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발길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돈 버는 건 부동산이야!’가 그들의 경전 제목이지요. 가구 수 대비 공급 주택량이 100%를 넘긴 지 십수 년째인데, 늘 공급 부족 얘기를 해대는 괴상한 세상에서는 그들의 휘젓기가 아주 잘 먹힐 수밖에 없습니다.
2. 10억짜리 아파트 재산세보다 소나타 한 대가 내는 세금이 두 배?
서울의 20평형대 아파트, 웬만하면 시세가 10억 또는 그 이상이죠. 계산 편의상 10억으로 하겠습니다. 이 아파트의 재산세는 현재 도시계획세니 뭐니 하는 이것저것들을 다 해도 100만 원 안쪽이 됩니다. 그 주된 이유는 세금을 먹이는 과세표준 가격이 시세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데다(거의 시세의 절반 이하), 세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의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걸 곱한 것인데요. 공시가격 자체가 현재 시세의 70~80% 정도라서 시세가 10억짜리인 아파트의 공시가격(한국감정원 공시 자료)을 보면 거의 7~8억 원대로 나옵니다. 시세 4억짜리는 3억 정도로 나오죠. 시세의 3/4정도라 보면 빠릅니다. 이 공시 가격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삼지 않고 거기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주택의 경우는 60%)을 곱해야, 과세 표준 가액이 됩니다. 다음과 같이 되는 거죠.
시세 10억 → 공시 가격 7~8억. x 60% ⇒ 과세표준 4.5억 ~ 4.8억.
즉 과세 대상 가액(과세표준)은 시세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 과세표준은 다시 6천만 원/1.5억 원/3억 원/3억 원 초과 등의 4구간으로 나뉘어 각각 그 세율이 0.1%~0.4%로 달라집니다. 거기에 지방마다 조례로 정한 도시계획세니 뭐니 하는 것들이 조금 추가되죠. 시세 10억짜리의 경우 건물분 재산세만은 73~76만 원 정도 되지만, 이처럼 부가되는 세금들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10억짜리 아파트에서 부담하는 재산세는 백만 원이 안 됩니다. 한 마디로 시세의 0.1%도 안 되는 겁니다.
게다가 전해에 냈던 재산세에 비하여 터무니없는 높은 세금을 내서는 납세자들이 놀라신다며, 집값에 따라 세액 증가 상한을 각각 5, 10, 30% 이하로 묶어두기도 했습니다[지방세법 제122조(세 부담의 상한)]. 시세가 올라 공시 가격이 제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좋은 집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전해에 낸 세금의 130% 이상으로 내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승용차로는 가장 많이 타고 다닌다는 소나타의 세금을 알아봅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분 보유세(재산세)는 무조건 배기량 기준입니다. 1000cc 이하는 배기량당 80원, 1600cc 이하는 140원, 그리고 1600cc 초과는 200원. 만약 소나타 2000cc짜리라면 세금은 40만 원이 되는데, 여기에도 교육세와 같은 부가세들이 좀 붙죠. 이 금액은 2500만 원짜리 새 차 가격 기준으로도 1.6%이상에 해당됩니다. 시가 대비 아파트 재산세율 0.1%의 15배 이상입니다. 중고차인 경우에는 이보다도 더 터무니없이 높은 세율이 될 건 뻔하고요. (노령 차량은 12년 이상 되어야 하죠.)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다니면서 내는 세금은 이뿐이 아닙니다. (보험료나 수리비 등은 세금이 아니니 생각지 않기로 하죠.) 유류비에 바치는 세금이 놀랍죠. 우리가 흔히 유류세라고 부르는 게 그것인데(7개의 세금과 준조세를 합친 통칭. 세법에서는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 그 세율이 판매가의 60%나 됩니다. 그중 하나인 교통세는 거의 정액세(529원/리터)여서 원유값이 설령 배럴당 1달러 아래로 내려간다 해도, 휘발유값은 천 원 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그런 구조이죠.
서울시 승용차의 1년 평균 운행거리(마일리지)가 약 2만km에서 조금 모자라는데요. 계산의 편의를 위해 2만km라 치고 연비 10km/리터를 적용하고, 휘발유 값은 1500원/리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한 해 동안 2000리터 정도를 주유하고 그 연료비로 3백만 원을 쓰게 되지요. 그중 60%가 세금이니까 180만 원을 유류세로 바치는 겁니다. 결국 소나타 한 대가 1년에 바치는 세금이 220만 원 이상인 거죠(자동차 재산세 40만+주행세 180만).
새 차 가격 기준으로도 담세율이 자그마치 9%대에 이릅니다. 아파트 담세율의 90배가 되는 거죠. 경유차의 경우도 대동소이한 것이 기름값은 리터당 100원 정도의 차이인데 배기량이 3000cc 이상이 대부분이어서 자동차세가 60만 원 이상이 되기 때문이죠.
3.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을까요, 소나타 굴리는 이가 많을까요
말썽꾼이 된 BMW 520D를 두고 ‘강남소나타’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서울 강남 사람들에겐 그 따위 차는 누구나 타는 ‘소나타’급이라는 뜻으로 비하한 것인데요. 그만큼 소나타가 국민차 수준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위에 내건 질문의 답은 뻔합니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당연히,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소나타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산층에 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세금을 거의 백 배 가까이 내고 있는 셈입니다. 일상용품이 돼 버린 승용차 한 대를 굴리고 있을 뿐인데도요.
여기서 주택(아파트) 보유세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중과해야 된다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그 첫 번째 작업은 현재 시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과세 가액을 시가(매매가)로 바로잡는 일이고요. 그 과정에서 실 거주자로서 1가구 1주택 보유자 등에게는 세액 감면을 대폭해 주어(세율은 그대로 두고), 세금 폭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등의 선의의 피해자 구제책을 이모저모 고려해야겠지요.
대신, 투기성 다주택 보유자, 고가 주택 보유자, 투기성 매매 성향자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일일이 현지 조사를 실시하여 현재보다는 최소한 5배 이상의 세율 인상을 통해서, 부동산 불패 신화의 고리를 단절해야 할 것입니다. 투기임이 분명할 때는 투기세를 신설하여 시가의 10% 정도를 징벌적 세액으로 징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예전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중과 방식처럼, 일정 기간 보유 목적과 활용 상황을 확인하여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수단이라는 걸 보유자가 증명해내지 못하는 한, 투기성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그리하여 겨우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다니는 서민형 중산층이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의 재산세 부담율의 백 배 이상을 부담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부동산 투기 잡기. 간단합니다. 비정상적인 보유자들을 선별하여 정신 번쩍 차릴 정도로 특별 보유세율을 설정만 해도, 앗 뜨거워라 소리를 내지르며 부동산 투기에서 손을 떼려고 할 것입니다. 종부세의 대폭 강화와 확대는 그에 따른 자연적인 처방이 될 것이고요. 진정한 선의의 보유자와 투기성 보유자를 구별하여 세금 폭탄을 적절히 투하하는 것, 그것이 대출 규제책보다는 열 배 이상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溫草 [Aug. 2018]
[追記] 위 글과 관련, 장하성 실장이 아래와 같이 밝혔군요. 만시지탄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머리가 돌아가는 정책 입안자들이라면 당연히 그리고 마땅히 부동산 투기 수요를 솎아내 차단해야지요...
장 실장은 이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언급한 부동산 투기 규제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앞서 장 실장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실수요는 보호하되 투기수요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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