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잡학/뒷얘기]
이스라엘/터키 없고, 대만은 國歌/국기 없고, 축구엔 카작스탄이 없다
아시안게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군요.
어제 잊지 못할 경기, 한국-베트남 간의 축구 경기가 열렸죠.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경기 내내 '베트남도 제발 두 골을 넣어라!' 하면서 응원하게 되더군요.
겨우 1골이라서 좀 서운(?)했습니다.
전국 축제일이었던 베트남 사람들의 기분이 떠올라서요.
뒷얘기 몇 가지를 하겠습니다.
참. 그 전에요. 오늘 현재의 메달 집계를 보죠.
1. 메달 현황
Rank NOC G S B Total
1 China 102 67 50 219
2 Japan 52 47 63 162
3 Republic of Korea 37 42 50 129
4 Indonesia 30 22 36 88
5 IR Iran 19 16 17 52
6 Chinese Taipei 13 17 21 51
7 Uzbekistan 12 17 16 45
8 DPR Korea 12 8 11 31
29 Korea 1 0 2 3
37 Syria 0 0 1 1
아시안게임은 한중일 3국의 운동회고 나머지는 곁다리/들러리일 뿐이라는
비난이 많다고 적은 적 있죠? http://blog.daum.net/jony-choi/1359
실제로도 그렇긴 합니다. 위의 메달 집계를 보면, 더욱더요.
이번 18회의 이변은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급부상.
우리를 바짝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우린 일본을 따라가기에 헉헉대고요.
자국에 유리한 종목들을 편입한 이유도 있긴 하지만
아시아의 신흥 스포츠 강국임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제력=경기력. 곧 돈이 있어야 엘리트 스포츠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게
저기에서도 드러나서,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합니다.
일례로, 컴파운드 양궁 활이 선수용으로 120만 원쯤 하는데
라오스에서는 그게 6달치 봉급이라네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지원과 중고품을 써서 연습한답니다.
위의 집계를 보면 금메달을 하나만 따도 29위가 됩니다. (우리 단일팀)
그리고 동메달을 하나만 따도 37위에 오릅니다.
참가국 45개국 중 동메달 하나도 못 딴 나라가 8나라나 된다는 얘기죠.
참, 메달을 두고 금 우선주의가 아예 몸에 배다 보니 금보다도 더 값진
은메달과 동메달에 대해서는 관심도 안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도 그렇지요.
우리나라의 종목별 메달 획득자의 상세 내역은 여기로 가보셔요.
값진 은메달/동메달 선수들, 적지 않습니다. https://en.asiangames2018.id/medals/noc/KOR.
2. 아시안게임 불참국 : 이스라엘/터키
지리상으로는 분명히 아시아인데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하지 않는 나라가 두 개 있습니다.
바로 터키와 이스라엘.
터키는 '아시아'라는 이름의 원조국인데도 (터키의 '아나톨리스' 반도에서 유래)
유럽 연합(EU)에 가입하여 유럽 국가로 편성돼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의 극히 일부(3%)가 그리스 반도 쪽에도 있어서, 글자 그대로 양다리를 걸친 국가.
터키의 國技는 축구라 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죠.
또 여자 배구는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라서
우리 김연경 선수가 최고 연봉(120만 유로. 약 16억 원)을 받고 뛰기도 했죠.
근데요. 놀라운 것은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배구 선수들은
실내 코트 선수들이 아니라 비치볼 선수들이라네요.
비치볼 선수 5인이 1~5위이고 나머지 5인 중의 으뜸이 김연경.
김연경은 '식빵'으로 대표되는 입이 건 선수이기도 해서 인기죠. ㅎㅎㅎ
이스라엘은 진짜배기 아시아 국가인데도, 참가 자격이 없어서 불참.
중동 국가들이 힘을 쓰고 있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AC)에서 축출된 지 오래입니다.
3.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하는데, 축구에는 참가할 수 없는 나라 : 카작스탄
이 나라는 유럽 축구 연합(UEFA)에 가입돼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는 참가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아시아 축구 연맹에는 가입돼 있지만, 아시안게임엔 참가할 수 없는 나라도 있죠.
바로 호주와 뉴질랜드. 이 두 나라는 OAC 회원국(NOC)이 아니어서 참가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이들 나라가 아시아 축구 연맹에 가입한 이유는 짐작하듯, 월드컵 축구 참가 자격 획득 때문입니다.
4. 아시안게임 참가는 국가 기준이 아니라 NOC(국가올림픽위원회) 기준이다 : 대만/홍콩/마카오 등...
축구 월드컵이 열리면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팀과 스코틀랜드 팀의 두 팀이 서로 겨룹니다.
나라는 한 나라인데도요. 그것은 참가 자격이 각국의 축구 협회에게 주어지기 때문이고
영국에는 두 개의 축구 협회가 FIFA 회원이라서입니다.
(그래서 월드컵에 나갈 때는 우리 선수들도 유니폼에 태극기 대신 축구협회 로고인 호랑이를 달고 나갑니다.)
아시안게임 역시 참가 자격은 국가가 아니라 NOC(국가올림픽위원회)입니다.
아시안게임 홈페이지를 보면 나라 이름 대신에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약어를 씁니다.
여기서 가장 서럽게 튀는 게 대만입니다. Chinese Taipei로 표기되는...
대만은 외교적으로 국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1971년 유엔에서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국가 승계를 했기 때문이죠.
[국가 승계란 국호를 바꾼 나라를 새 회원국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90년대의 USSR(소비에트연방공화국) 대신 러시아 연방(Russia Federation)을 인정하는 것도 그 예.]
그래서 대만의 NOC 약칭이 저리된 것이고, 국기나 國歌 역시 사용하지 못합니다.
대만(중화민국)의 국기인 '청천백일기' 대신에 NOC 깃발(대만오륜기)을 걸고
국가를 연주해야 할 때는 IOC에서 제정된 '國旗歌(Song of National Flag)'를 씁니다.
(나라 상실의 대표적인 비애!)
사진 : (좌) 대만(중화민국) 국기 : 청천백일기 사진(우) : Chinese Taipei NOC 깃발
<사진 : 인천 아시안게임 때 시상식에서 오른 대만 깃발>
<사진 : 이번 자카르타 게임-볼링- 시상식 대에서 대만 선수들이 들고 선 대만 깃발>
홍콩과 마카오 역시 NOC 자격으로 출전합니다. 깃발은 아래와 같은 걸 쓰는데요.
국가 연주 때는 대만과 달리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씁니다.
<사진 (좌) 홍콩 NOC 깃발 사진(우) 마카오 NOC 깃발>
[*<의용군행진곡> :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씩씩한 국가로 꼽히는데요. 듣고 있으면 저절로 애국심/전투심이 생길 정도.
이 곡의 작사가는 상해에 머물던 극작가 田漢인데, 작사 당시 국민당의 체포를 목전에 두고 있었죠.
이 작사 내용을 보고서 작곡자도 일필휘지로 작곡하고는 그 또한 국민당 체포 영장을 피합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혁명사를 장편으로 만든 영화 하나 중에서는 이 작사가가 조선계 비슷하게
묘사된 것도 있습니다. 당시 상해에는 동북방에서 활동하던 자생적 공산당원이 많이 합류하기도 했죠.]
참, 대만을 국제 관계에서 몰아낸 중국. 두 나라의 실제 관계가 궁금하죠?
짐작과는 달리 중국은 진짜 대국입니다. 큰 나라다운 배포를 보입니다.
양안관계(兩岸關係)라 하여 겉으로는 엄청 찧고 싸워대지만, 1국2체제라는 큰 틀 안에서
같은 민족의 이념 차이라는 걸 인식하고, 같은 민족인 개개인들에 대해서는
거의 자유 왕래 수준으로 오갑니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의 남북관계에서처럼 수많은 선언들을 남발하면서 이뤄진 게 아니라
공식적인 문서 하나 없이 그저 구두로 합의한 뒤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꼭 배워둬야 합니다. 두 나라는 국가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같은 나라 사람으로 여김)
여권 대신 아래와 같은 통행증으로 내왕합니다.
<사진(좌) : 중국인이 대만에 갈 때 받는 통행증. 사진(우) : 대만인이 중국에 갈 때 받는 통행증>
본토인이 대만을 갈 때나, 대만 사람이 본토를 갈 때 이 통행증 발급은 모두 중국에서 합니다.
대만 사람은 현재 이 통행증으로 본토에 들어가 최장 5년 동안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본토 내 사업장을 가진 사람, 가족이 있는 사람들까지 통 크게 배려한 거죠.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미국 아해들 눈치 안 보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그래서도
하루빨리 와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어도 미국넘들이 반대할 게 뻔하고
골목 깡패 왕대장 격인 미국의 허락 없이는 우린 아무 것도 못할 정도거든요.
5. 베트남에 대한 올바른 인식 : 베트남은 大國이다!
흔히 베트남 하면 약소국 개념을 떠올리면서 國富에 대해서도 얕보기 쉬운데요.
땡~! 베트남은 대국입니다.
인구만도 9600만 명으로 우리의 두 개 가깝고요.
국토는 우리나라(남북을 합친)의 1.5배 크기.
남북 간의 거리만도 1600km쯤 되어 서울-부산을 3배 왕복해야죠.
동서 간의 거리 중 제일 넓은 곳이 서울-부산 거리보다 더 먼 600km이고요.
(수도 하노이와 남쪽 호치민시를 연결하는 게 국도 1호선인데
그 길을 차로 내려오려면 이틀을 잡아도 바쁩니다.)
베트남.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랍니다.
[참고 : 국명 표기 베트남(viet-nam)은 한자어 '越南'의 베트남 식 표기에서 나온 말이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본래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윁남'으로 읽었는데
베트남 문자를 정리한 프랑스 신부가 'viet'으로 표기한 게 기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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