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2회(2018.9.17.) 우리말 겨루기 문제 심층 해설[달인 도전편]
-이경희(56) 님 우승 : 사흘날(x)/사흗날(o)
♣우리말 달인에 오르는 쉬운 방법 : 문자나 ‘카톡’을 할 때, 긴가민가하는 것이 있으면 맞춤법을 검색해 보세요. 그걸 습관화하면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글쓰기를 해보는 것. 일기나 수필을 쓰면서, 그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확인하게 되면 금상첨화죠. 요체는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부딪는 일상적인 것들을 챙겨보는 것. 단, 맞춤법/띄어쓰기에 관한 기본 원칙/원리들을 1차 공부한 뒤에요. 낱개의 낱말들만 외우려 들면 쉬 지쳐서 중도 포기하게 되고, 활용 문제(띄어쓰기와 표준 표기 등)에서 전혀 힘을 못 씁니다. 실제로 두 달 정도만 시간을 투자하여 원칙들을 공부하고 나면 그 뒤로는 아주 편해집니다. 맞춤법/띄어쓰기 앞에서 우리말이 어렵다는 소리부터 습관적으로 앞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영문법 공부에는 몇 년을 투자하면서도 우리말 어법 공부에는 채 두 달도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죠. -溫草 생각.
□ 맞춤법 문제
일반 문제에서 나온 맞춤법 문제로 나온 ‘사흗날/열흘날/이튿날/나흗날’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는 지지난번에 다룬 맞춤법 규정 제29항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와도 관련된다.
-사흗날(o)/사흘날(x); 나흗날(o)/나흘날(x); 열흘날/이튿날(o)
먼저,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는 규정과 관련된 맞춤법 규정 전문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제29항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 : 반짇고리(바느질~)/사흗날(사흘~)/삼짇날(삼질~)/섣달(설~)/숟가락(술~)/이튿날(이틀~)/잗주름(잘~)/푿소(풀~)/섣부르다(설~)/잗다듬다(잘~)/잗다랗다(잘~).
[해설] ‘ㄹ’ 받침을 가진 단어(나 어간)가 다른 단어(나 접미사)와 결합할 때, ‘ㄹ’이 [ㄷ]으로 바뀌어 발음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 이 경우 역시 합성어나,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결합하여 된 파생어는 실질형태소의 본 모양을 밝히어 적는다는 원칙에 벗어나는 규정이지만, 역사적 현상으로서 ‘ㄷ’으로 바뀌어 굳어져 있는 단어는 어원적인 형태를 밝히어 적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정의 대상은 ‘ㄹ’이 ‘ㄷ’으로 바뀐 것이므로, 제7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ㄹ’ 받침이 ‘ㄷ’으로 바뀐 단어로는 ‘(나흘날) 나흗날/(잘갈다) 잗갈다/(잘갈리다) 잗갈리다/(잘널다) 잗널다/(잘다랗다) 잗달다/(잘타다) 잗타다’ 따위도 있다.
즉, 이 규정에 따라 ‘나흘’이라는 말처럼 ‘ㄹ’ 받침을 가진 말이 ‘-날’과 결합하여 그 발음이 ‘ㄷ’으로 바뀌고 그 발음법이 굳어져 있는 경우(‘나흗날’)에는 그 발음을 따라서, 본래의 어원적인 표기 대신 바뀐 (굳어진) 형태대로 표기한다. 즉, 이 경우에는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새 형태로 보는 셈이다.
따라서 ‘이튿날/사흗날/나흗날’ 들은 그 굳어진 발음대로 적은 경우로서 옳은 표기가 되는 반면, ‘열흘날’과 같은 말은 ‘열흗날’로 발음되지 않으므로, 본래의 표기인 ‘열흘’을 살려 적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열흘길, 초열흘날’ 등과 같이 뒤에 다른 말이 오더라도 ‘열흘’의 발음이 변하지 않으므로 ‘열흘-’로 적는다.
이것들은 본래 ‘ㄹ’ 받침이었던 말이 발음 관행에서 ‘ㄷ’으로 변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규정을 뒤집어 해석해 보면, 다음과 본래의 어원이 바뀐 것임을 밝히기 위해 굳이 ‘ㄷ’으로 표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내 책자 여러 곳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중 이번 출제와 직접 관련된 부분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늦어도 사흣날 아니면 나흩날이면 될 거야 : 사흗날, 나흗날의 잘못. ⇐‘삼짇날’도 같음.
[설명] ①원말인 ‘사흘/나흘’에 있는 ‘-ㄹ’의 어원을 살리기 위해 ‘ㄷ’ 받침으로 표기한 것. <예>술+가락 →숟가락. 바느질+고리 →반짇고리. ②‘사흗날’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뜻이 있음. ‘나흗날’도 마찬가지.
사흗날? ①셋째 날. ②≒사흘(세 날). ③≒초사흗날(매달 초하룻날부터 헤아려 셋째 되는 날).
□ 달인 도전 문제
- 문제 유형과 수준
요즘의 달인 도전 문제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고난도 어휘력 문제의 등장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사실 달인 자리에 오르려면, 갈고닦은 어휘력 자체에서 다른 이들과는 달라야 한다.
1편에서 적었듯, ‘포족(飽足)하게/즘에’는 아예 고급 어휘력 관련 문제여서 낱말 뜻만 제대로 알면 정답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표준어 표기를 고르는 문제인 ‘느지막한/널브러져/거든그려’ 또한 사실 ‘느지막하다/널브러지다/거든그리다’라는 표준 어휘를 알고 있느냐 하는 문제나 다름없었다.
‘좀 더 큰 옷’과 ‘한 입으로 두말’은 복합어 판별 능력 시험을 겸한 2단계 사고 문제. 즉, ‘좀더’와 ‘두말’이란 말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어휘 실력 시험에 더하여, 띄어쓰기 문제인 ‘큰 옷’과 ‘한 입’을 결합시킨 한 층위 높은 문제였다.
이번에 출제된 낱말들과 활용 문제들 또한 ‘포족하게’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에서 다룬 것들. 특히 ‘즘’의 경우는 ◈[고급]♣‘이-/그-/저-’가 들어간 낱말 중 주의해야 할 복합어들이라는 항목에서 다룬 것으로, 이곳 문제 풀이에서 세 번 이상 전재하면서 주의할 말로 다음과 같이 볼드체 처리까지 한 바 있다 : 이즘≒이즈음(o)/그즘≒그즈음(o)/저즘(x)/접때(o)
○ 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 이곳에서 다룬 것들 중에서 출제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 집’의 띄어쓰기나, ‘한잔하다’가 등이 대표적.
오늘은 두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 ‘살이 찐 건지’에 보이는 어미 ‘~ㄴ지’와 이와 형태가 비슷한 의존명사 ‘~ㄴ 지’를 구분하기와 ‘생일상’의 띄어쓰기.
-어미 ‘~ㄴ지’와 의존명사 ‘~ㄴ 지’의 구별
이곳에서 예전에 다룬 바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 번 다룬 것이므로 내 책자의 관련 부분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차분히 읽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더욱 좋은 것은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것을 꾸준히 구분해서 사용해 보는 것. 그러면 쉽게 몸에 붙는다. ‘기간을 뜻하지 않을 때는 어미’라고 기억하면 편리하다.
이는 ‘갈게요/볼게/올게’ 등에 보이는 ‘~ㄹ게’는 어미인 반면, ‘(그는 틀림없이) 갈 거야[올 거야/볼 거야]’ 등에 보이는 ‘거’는 의존명사 ‘것’의 구어체라는 걸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던 것과도 흡사하다. 위의 내용과 이 ‘거’의 띄어쓰기 구분 문제는 출제되면 고급 문제가 된다. 주의해서 공부해 두지 않으면. [참고 : ‘그는 틀림없이 올게야’에 보이는 ‘게야’는 ‘것이야’의 구어체로서, 잘못된 표기가 아니다.]
◈얼마나 부지런한 지 벌써 그걸 다 했다 : 부지런한지의 잘못. ⇐‘-ㄴ지’는 어미.
[설명] 여기서 쓰인 ‘-ㄴ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판단과 관련시키는 연결어미. 그러나, ‘-ㄴ지’는 다음과 같이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도 쓰임. ¶부모님들께서도 안녕하신지?
[주의] ‘지’만은 기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그가 저처럼 부지런해진 지 오래다.
다음은 내 책자의 의존명사 종합 정리 항목 중의 일부다.
지? 기간을 뜻하는 의존명사. ¶집 떠난 지; 그를 본 지도 오래 되었다. [주의] ‘지켜보고 있은 지 2일째(x)’ : ‘~ 있는 지 2일째(o)’
-ㄴ지? ‘-ㄴ지’의 꼴로 어미. ¶그가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은지 휘파람을 분다; 하고 싶지 않은지; 아는지 모르는지.
-ㄹ지? ①추측에 대한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어미. ¶그가 올지 안 올지 모른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덤벙거리기만 했다; 얼마나 날씨가 추울지 바람이 굉장히 불어; 내가 몇 등일지 걱정이 가득했다. ②추측에 대한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뒤에 보조사 ‘요’가 오기도 함. ¶이 그림이 심사 위원들의 마음에 들지?; 도서관은 시원할지?; 그분이 혹시 너의 아빠가 아니실지?
☞[구별 요령] ‘기간’을 뜻하지 않으면 어미. 구별용 대표적 예문.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미. ¶그런 지 10년 만에. ⇐‘지‘는 의존명사.
-‘생일상’은 왜 한 낱말의 복합어인가
‘생일상’은 알다시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음식을 차려 놓은 상’이다. 즉, 글자 그대로, 생일이 주체가 되어 차리는 상이거나 생일에게 차려주는 상, 또는 생일(선물)로 주는 상이 아니다. 여기서의 ‘상(床)’은 ‘상차림’의 준말로 여겨도 된다. 그래서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어서 한 낱말의 복합어다. 이와 같이 어림짐작과는 달리 그 뜻풀이를 정확히 떠올려 보면 글자 그대로의 뜻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아래의 말들도 ‘-상(床)’이 들어간 한 낱말의 복합어들인데,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의 뜻들을 떠올리며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님을 깨닫는 데 도움들이 되시길 바란다.
제사상(祭祀床) : 제사를 지낼 때 제물을 벌여 놓는 상. ≒제상/제물상
잔칫상(-床) : 잔치를 벌이기 위하여 음식을 차려 놓은 상.
저녁상(-床) : 저녁밥을 차려 놓은 상.
이 상이 들어간 말 중에 표기에서 무척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차례상(o)/차롓상(x)’. 이유는 두 가지. 본래 ‘차례’는 한자어 ‘茶禮’의 전와로 보아 이 말을 한자어로 여기기도 하지만 (그러나, 사전 표기에서는 이를 [-禮]로 적는다), 발음 또한 사이시옷 발음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차롇쌍}으로 발음하는데, 올바른 발음은 {차례상}이다. 참고로, 이 ‘차례상’은 사전에 독립 표제어로 올라 있지는 않지만, ‘상차림’을 뜻하는 의미로 쓰일 때는 생산성이 있는 형태소로 보아, 한 낱말이 된다. ‘다과상’ 또한 마찬가지다.
[달인 도전 문제]
- 출제된 문제 : 동생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___ 저녁을 먹었다. 생일상을 ____ 먹은 뒤 동생이 바닥에 ____ 잠이 들려 할 ____ 나는 ____ 준비한 옷 선물을 주었다. 최근 살이 찐 건지 동생은 ____ 필요해 보였고, 곧 살을 빼겠다고 했지만 나는 ____하지 말고 교환하자고 했다.
- 주어진 말들 : 느지막한/느즈막한, 포족하게/푸죽하게/포직하게/푸직하게, 널부러져/널브러져, 쯤에/즘에, 거든그려/거뜬거려/그든그려/그뜬그려, 좀 더 큰옷이/좀더 큰 옷이/좀 더 큰 옷이, 한입으로 두말/한입으로 두 말/한 입으로 두말/한 입으로 두 말
- 정답 : 동생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느지막한(o)/느즈막한 저녁을 먹었다. 생일상을 포족하게(o)/푸죽하게/포직하게/푸직하게 먹은 뒤 동생이 바닥에 널부러져/널브러져(o) 잠이 들려 할 쯤에/즘에(o) 나는 거든그려(o)/거뜬거려/그든그려/그뜬그려 준비한 옷 선물을 주었다. 최근 살이 찐 건지 동생은 좀 더 큰옷이/좀더 큰 옷이/좀 더 큰 옷이(o) 필요해 보였고, 곧 살을 빼겠다고 했지만 나는 한입으로 두말/한입으로 두 말/한 입으로 두말(o)/한 입으로 두 말 하지 말고 교환하자고 했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부분은 추가/보완 설명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간접적으로 설명된 것들의 출제가 날로 늘어난다. 유형별 출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특히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풀이]
- 포족하게/푸죽하게/포직하게/푸직하게, 쯤에/즘에
이 두 말을 함께 예시한 것은 정확한 낱말 뜻을 알면 답이 보이는 어휘력 문제였던 까닭이다.
‘포족(飽足)하다’는 그 말을 처음 듣는 이들도 있다 할 정도로 드물게 쓰는 말인데 ‘배불리 먹어서(飽) 만족하다(足)’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흔히 쓰는 ‘포식(飽食)하다’와 포만감에 보이는 ‘포만(飽滿)하다’의 의미가 합쳐진 말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쓰는 ‘만끽(滿喫)하다’와 사촌 간쯤 된다고 해야 할까. 아래에 관련어 뜻풀이를 보인다. 전에 ‘끽하다’가 출제되었을 때 설명했던 말이기도 하다.
끽하다•[동] 할 수 있을 만큼 한껏 하다.
만끽하다[滿喫-][동] ①마음껏 먹고 마시다. ②욕망을 마음껏 충족하다. [유]누리다/즐기다/포식하다
포끽하다[飽喫-][동] ≒포식하다(배부르게 먹다).
몰끽하다[沒喫-][동] 남기지 않고 다 먹다.
돈끽하다[頓喫-][동] 한꺼번에 마음껏 많이 먹다.
포족하다[飽足-][형] ①배부르고 만족하다. ②아주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다.
포만하다[飽滿-][형] 넘치도록 가득하다. ¶포만/포만감?
‘쯤에’와 ‘즘에’는 둘 다 옳은 표기지만, 지문 속의 문맥상 어떤 말이 옳으냐를 묻는 문제. 따라서, 이 말들의 의미(낱말 뜻)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어휘력 문제였다.
‘쯤’은 명사 뒤에 붙어서 ‘알맞은 한도, 그만큼가량’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내일쯤/이쯤/얼마쯤/중간쯤/그런 사정쯤/이달 말쯤’ 등과 같이. 따라서 앞의 명사에 붙여 적는다. (주어진 지문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봐도 ‘할 쯤에’란 말은 잘못이므로, ‘할 즘에’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시간 제약으로 그리할 수 없었을 듯도.)
반면, ‘즘’은 ‘일이 어찌 될 무렵’을 뜻하는 의존명사 ‘즈음’의 준말이다. 따라서 위의 지문에서와 같이 ‘할 즘에’로 띄어 적어야 한다.
위에서도 적었듯, 이 ‘즘’은 내 책자 중 ◈[고급]♣‘이-/그-/저-’가 들어간 낱말 중 주의해야 할 복합어들이라는 항목에서 다룬 것으로 이곳 문제 풀이에서 세 번 이상 전재하면서 주의할 말로 다음과 같이 볼드체 처리까지 한 바 있다 : 이즘≒이즈음(o)/그즘≒그즈음(o)/저즘(x)/접때(o).
그러니 이곳 문제 풀이에서 늘 입에 달고 해대는 말, 곧 출제된 말 외에도 함께 설명하는 것들에 관심하라는 말의 쓰임을 여러분들이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내 책자의 항목 표기 앞에 [고급]이라는 표지가 붙은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것들이라는 뜻이다. 출제되면 당연히 고난도의 문제가 된다. 이번에도 이 ‘쯤에/즘에’ 문제는 고난도에 속하는 세 문제 중 하나였다. 이른바 ‘안방 달인’들도 서둘러 답을 고른 분들이라면 꽤 많이 실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느지막한/느즈막한, 널부러져/널브러져, 거든그려/거뜬거려/그든그려/그뜬그려
이 세 문제는 올바른 표준 표기를 고르는 문제인데, 달리 생각해 보면 어휘력 시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느지막하다/널브러지다/거든그리다’를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문제이기도 하므로.
한편 이것들은 흔히 잘못 쓰기 쉬운 모음 표기와 관련된 문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밑줄 그은 모음 표기에서 흔히들 실수하기 쉬워서다. ‘거든그리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전에 이곳에서 이 모음 표기에 주의하라고 했던 말들이기도 하고. 특히, ‘느지막하다’와 ‘널브러지다’는 기출 문제.
내 책자 수록분 중 관련 부분을 일부 전재하니, 이번에 출제된 것들 외에도 관심하여 활용 출제에들 대비하시기 바란다.
◈[중요]♣‘즈(으, ㅡ)’(x)와 ‘지(이,ㅣ)’(o) : 흔한 잘못. ☞♣‘ㅡ’ 모음이 쓰여야 할 곳에 ‘ㅣ’ 모음이 잘못 쓰인 경우들 항목 참조.
[예제] 넌즈시 한마디 해주긴 했는데 모르지 : 넌지시의 잘못.
그 말을 듣더니 저으기 당황하더군 : 적이의 잘못.
가즈런히 정리 정돈을 하면 좀 좋아 : 가지런히의 잘못.
넌즈시[부] ‘넌지시’의 잘못.
늦으막이[부] ‘느지막이’의 잘못. [참고] 느지감치[부] 꽤 늦게. [유]느지거니.
저으기[부] ‘적이’의 잘못.
가즈런하다/간즈런~[형] ‘가지런하다’의 잘못.
가즉하다[형] ‘가직하다’의 잘못. (가직하다 : 거리가 조금 가깝다).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는 창고 : 널브러져의 잘못. ←널브러지다[원]
잡동사니들이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었다 : 널브러져의 잘못. ←널브러지다[원]
여인은 기진맥진하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 너부러져가 더 적절. ←너부러지다[원]
[설명] 약간 까다로운 구분인데, 널브러지는 것과 너부러지는(혹은 나부라지는) 것과의 큰 차이는 그 행동의 결과로 (주로 사람의 몸이) 바닥에 닿는지 여부. ‘널브러지다’는 ‘너즈러지다’에 가깝게 너저분하게 흩어진 상태가 주된 뜻임.
널브러지다[동] ①너저분하게 흐트러지거나 흩어지다. ②몸에 힘이 빠져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축 늘어지다.
너부러지다>나부라지다[동] ①힘없이 너부죽이 바닥에 까부라져 늘어지다. ②(속) 죽어서 넘어지거나 엎어지다.
너즈러지다[동]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흩어지다. [형]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이 너저분하다.
◈그 패물들 얼른 거든거리려무나[거둥거리려무나] : 거든그리려무나의 잘못.
[설명] ‘거든거리다/거둥거리다’는 ‘거든그리다’의 잘못.
거든그리다[동] 거든하게 거두어 싸다.
표준어 비표준어 비 고
거든그리다 거둥그리다 ①거든하게 거두어 싸다.
②작은말은 ‘가든그리다’.
- 좀 더 큰옷이/좀더 큰 옷이/좀 더 큰 옷이
이 문제의 요체는 ‘좀더’인가 ‘좀 더’인가 하는 것. 나아가, ‘큰옷/큰 옷’의 구분도 필요했고.
우선 간단히 말하면 ‘좀 더’이다. ‘조금 더’의 준말 꼴인데, 글자 그대로의 뜻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더욱’을 강조하는 ‘더욱더’는 한 낱말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고, 복잡한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로 하므로(‘더욱이, 더욱더욱’과 같은 말들과의 형태론적 비교 따위), 이런 말은 그냥 주의해야 할 말로 암기하는 쪽이 편하다.
‘큰옷/큰 옷’의 구분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편이 더 편하다고 해야 하려나. 한 낱말의 ‘큰옷’에는 ‘예식 때에 겉에 입는 도포와 같은 웃옷’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큰’에는 ‘큰집/큰일/큰손’ 등에 보이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좀 더’에 관련된 문제는 언제든 고급 문제로도 출제될 수 있다. 아래의 내 책자 전재분 내용을 찬찬히 읽어서 깊이 제대로 소화시키시기 바란다. 이번 출제는 아래 예문에 보이는 ‘좀 더 큰 것’의 활용 격이었다. 제시어 중에 ‘좀더 큰 옷’도 있었으면, 복수 정답 문제. (이 경우에도 '좀더 큰옷'은 잘못. '큰옷'으로 붙여 적으면 의미가 달라지므로).
◈좀더 하고 쉬는 게 어때? : 좀 더(‘조금 더, 조금만 더’도 가능함)의 잘못.
좀만에 이렇게나 많이 했어? : 조금 만에의 잘못. ⇐‘만’은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좀더 큰 것으로 없을까 : 좀 더 큰 것 (혹은 좀더 큰것)의 잘못.
[설명] ‘조금’의 준말로서의 ‘좀’은 명사가 아닌 부사. 그러므로 의존명사 등과 결합할 수 없으며[‘좀만에’(x)], ‘좀더’를 인정하면 ‘조금더’ 꼴을 인정하는 것이 됨. 보조사와는 결합이 가능하지만 ‘좀만(조금+만)’(o)은 ≪표준≫에 없고, ‘조금만’만 설명 용어로 쓰이고 있음. 원말 ‘조금’은 명사와 부사를 겸하는 말.
[예외/주의] ‘좀 더’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하지만, 연이어 한 음절 낱말이 나타날 때는 붙여 쓸 수 있음(낱 낱말 붙여 쓰기 허용 규정) : ‘좀 더 큰 것(o) →좀더 큰것(o)’.
좀[부] ①‘조금’의 준말. ②부탁/동의를 구할 때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삽입하는 말.
- 한입으로 두말/한입으로 두 말/한 입으로 두말/한 입으로 두 말
이 또한 2단계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였다. ‘한입/한 입’의 판별과 ‘두 말/두말’을 구별해야 했으므로.
이것들은 모두 아래와 같이 상황에 따라서는 쓸 수 있는 말들이다.
- 딱 한 입만 먹여 주세요; 한 입에 두 귀는 잘 듣되 말은 조심하라는 뜻.
- 한입거리밖에 안 되는 음식; 시위대는 ‘독재자는 물러가라’고 한입으로 외쳤다
- 두말없이 물러섰다/응낙했다.
- 그는 죽기 전에 딱 두 말만 했다 : ‘죽기 싫어’
한 낱말의 복합어 ‘두말’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 1.이랬다저랬다 하는 말. 2.이러니저러니 불평을 하거나 덧붙이는 말. 따라서, ‘두 말’이 아니라 ‘두말’이 주어진 지문에 적절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복합어 ‘한입’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 1.입에 음식물 따위가 가득 찬 상태. 2.한 번 입을 벌린 상태. 3.똑같은 말을 하는 여러 사람의 입.
하지만, 지문에서는 입 하나를 뜻하므로 ‘한입’은 적절하지 않고, ‘한 입’이어야 한다. 따라서 정답은 ‘한 입으로 두말’이 된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 낱말의 복합어로 쓰일 때와 따로 떼어 쓰일 때 그 의미가 달라지는 말들이 적지 않다. 내 책자에서 여러 곳에 그러한 사례들을 [비교]란에 담아 두었을 정도로. 공부들 하실 때 조금만 더 관심하여 그 차이들을 체질화하시기 바란다. 자주 대하면 저절로 문리가 터진다.
***
[중요] 예심 참가 관련 : 공지되었듯 8월과 10월엔 정기 예심이 없다. 두 달 치를 합쳐 오는 9월 30일(일요일)에 연다. 이번 9월부터 기존 출연자들은 최종 방송일 기준하여 2년이 지나야만 예심에 참가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해 보면 2017년 9월 20일에 방송된 684회 이전 출연자들만 그날 예심에 참가할 수 있다. (그해 9월 27일분은 기존 방송분의 짜깁기 방송)
이제는 달인 도전 문제의 수준이 준전문가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늘 강조하는 말, 맞춤법 책자들에서 문제적 낱말로 꼽는 기본적인 몇몇 것들만을 훑어서는 어림도 없게 되었다. 그만치 어려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원리/원칙 공부를 제대로 해두면 어떠한 응용문제가 나와도 겁내지 않고 달려들 수 있다는 배짱도 길러지게 된다.
늘 되풀이하는 말. 달인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내 책자 부록으로 수록한 한글 맞춤법 규정 상세 해설과 용례 부분을 꼭 읽고 가시기 바란다. 모든 출제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원리 원칙을 명확히 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즉, 최종 정리가 말끔하게 이뤄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내 책자의 적중률이 높은 것은 그러한 용례들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대하는 예문들과 결합시키고 그 폭을 넓힌 뒤, 종합화한 덕분이다.
오늘 우리 한민족의 분단 역사에 깊이 새겨질 그야말로 ‘사변적(事變的)’ 일대 쾌거가 평양에서 이뤄졌다. 그것이 모쪼록 ‘겨레 통일’이라는 민족적 대망의 물꼬를 확실하게 트는 가래질이기를 바라고 싶다. 그럴 것이라고 신앙한다.
오늘도 여전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게 되시길 빈다. [끝]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8년 개정판. 새로 나왔습니다!
-2009년 이후 2018년 초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습니다.
세 번째의 개정판(736쪽).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합니다.
표준어 표기(맞춤법) 외에 띄어쓰기를 함께 다룬 책자로도 유일하고요.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열공 우리말> 2017
재미있게 슬슬 읽으면서, 12000여 개의 낱말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대할 수 있는 우리말 관련 사항을
딱딱하지 않게, 재미를 곁들여 광범위하게 다뤘다.
어느 페이지를 들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저절로 '오오 그으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말 겨루기] 오늘(10월 1일) 결방 후 10월 8일엔 특집 방송(한글날) (0) | 2018.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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