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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 혹시 <장수 행복 노트>란 게 있다는 것 아시나요?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9. 6. 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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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림이 배꼽으로 나오면 이곳으로 : https://blog.naver.com/jonychoi/22157210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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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장수 행복 노트>란 게 있다는 것 아시나요?


<장수 행복 노트>!  이 말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겁니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한 차원 높이려는 목적으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데, 지난번 이곳 게시판에서 화장장 예약과 관련하여  꼭 기억해 두면 좋은 곳이라고 했던 곳입니다. 전국의 화장장 예약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을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합니다. 그 덕분에 예전에는 상조업체들이 미리 예약을 독점하는 바람에 아주 먼 곳의 화장장까지 가야만 했던 일들이 줄었죠. 지금은 유가족들만 할 수 있습니다. 그 바람에 화장장 이용을 주요 영업 수단으로 삼아 온 상조업체들이 줄도산했고요. 아래 인터넷이나 전화번호로 접속하면 됩니다.


인터넷 주소 : http://www.ehaneul.go.kr/portal/index.do

전화 : e하늘관련 상담 1577-4129*.  *보건복지 관련 단축번호 129 앞에 4(死) 자를 덧붙인 것임. 


왜, 무엇을 적는 것인가?


쉽게 말하면, 이것은 나의 장례 방법과 절차를 미리 알아보기 쉽도록 작성하여, 장례 절차가 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종이 한 장의 '노트'인데요.  이 노트 작성을 통해서 나의 죽음 후에 치를 나의 장례 의향을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한마디로 <나의 장례식 설계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의 유언 내용 중 장례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명확하게 의사표현으로 정리하여 미리 한 장에 담는 일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 견본 자료에서 보듯, 크게 다섯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장법(葬法), 수의(壽衣), 관, 장례식 정도, 기타 


장법(葬法)은 크게 화장/매장/시신(장기) 기증으로 나뉘고, 수의도 흔히 보통의 것, 고급, 평소의 옷 등으로 나뉘죠. 도 보통과 고급으로, 장례식도 검소한 쪽(가족/친지 중심)과 풍성한 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작성해 두면 무엇이 좋은가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장례 비용은 1400만 원대라고 돼 있습니다. 결혼식 비용 1200만 원보다도 높습니다.

그런데 이 비용들을 잘 살펴보면, 쓸데없는(?) 지출이 엄청 많습니다. 이를테면 수의만 해도 20~30만 원대에서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있는데요. 사실 화장의 경우에는 고인이 수의를 입고 계시는 시간이 채 하루도 되지 않습니다. 관(棺)도 그와 똑같습니다. 제아무리 고급 관이라 해도 입관 후에는 관 뚜껑 위를 하얀 천으로 덮어 운구하기 때문에 고급 재질인지 뭔지 구분도 안 되는 터이고, 최고가의 관이라 하더라도 화장을 하게 되면 고인이 주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 남짓입니다. 매장을 한다 해도 2~3년도 안 돼서 윤곽만 남고요.


그런데 대체로 보면 자식들을 필두로 저가의 수의/관을 채택하면 마치 큰 불효를 저지르는 듯만 하고, 실제로 장례업체의 직원들은 물품 선택 시에 은근히 이런 말들을 합니다. '마지막 가시는 분이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모시는 것이 효도 아니겠습니까?' 운운... 특히, 자식들보다도 고인의 형제자매들이 조카들에게 고가품을 선택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그로 인한 이견 때문에 장례를 치르고도 안 좋은 마음으로 헤어지기도 하지요.


지난번 제가 오래 전에 작성해 두었던 제 유언장 내용 일부를 설명하면서, 이런 내용으로 적은 게 있다고 언급한 게 있습니다 : 수의는 노(No)! 그냥 평소 옷으로. 관도 제일 싸구려로. 몇 시간 후 타 버릴 것들에 '절대로' 한 푼도 낭비하지 말라. 화장 후에 가족 수목장(樹木葬)으로. 장례 기간은 논의해서 정하되 가급적 짧게 (최대 3일장). 산 사람들이 장례 후 피곤해하지 않는 쪽으로! 영정 사진도 찍어 두었다. 장례식장도 간소하고 소박하게.

https://blog.naver.com/jonychoi/221522500354


그런데, 지금은 그 내용에서 수의/관을 언급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시신 기증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신 기증을 하면 해당 의과대학에서 2~3년 내에 해부학 실습 시간에 사용한 뒤에 병원 측에서 화장을 해서 골분함만 전달해 주기 때문에, 그걸 받아서 가족 수목장지에서 처리하면 됩니다. 즉, 장례식을 한다 해도 시신 없이 그저 조문만 받고, 영결식만 각자의 방식대로 치르면 끝납니다. 염습/입관 따위도 필요 없고 장의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희망 노트의 기타란에 적어두려는 것이 두어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는 부의금에 관한 것입니다. 제 생각은 부의금을 거절했으면 싶지만, 그마저 자식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부의금을 들고 오는 이들이 있어 그걸 받게 되면 장례 비용에 우선 충당하고, 남은 것은 상의해서 정하되 그런 상의란 게 때로는 껄끄러울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연장자의 뜻에 따라 지혜롭게 처리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까지 적어야 하느냐 하겠지만, 부의금 배분을 놓고 자식들 간에 소송까지 빚어진 사례도 적지 않으니, 참고들 하시라는 뜻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판례는 부의금도 '유류분* 비율대로 배분하라' 쪽입니다. )

  [*'유류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에 담아두었습니다 : https://blog.naver.com/jonychoi/221445749398


두 번째로는 영정 사진과 장례식장(제단) 꾸미기입니다. 이제는 언제든 내게 죽음이 찾아오거나 죽음의 선고가 내려지게 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자리잡게 된 것은 2017년 가을의 어느 날부터인데요. 죽음의 선고 앞에서 거치게 마련인 '거부+항거'의 과정이 없이 '그냥' 순응의 단계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당연히 연명 치료는 거부하고요. (이 연명 치료 거부도 공인기관의 양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 뒷말이 없는데요.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확호히 하기 위해서도 했던 게 제 영정 사진을 제 손으로 찍어두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제가 본격적으로 찍어 본 최초의 '셀카'이기도 했고요. 그걸 블로그에 올렸더니만 하필 재수없게(?) 영정 사진이냐며, 틀에 박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기에 제가 거기에 이런 말을 매달기도 했습니다 : '언제라도 떠나갈 준비를 미리 해놓으면, 삶의 무게가 한참 가벼워지죠. 애면글면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게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일에 한 푼이라도 돈 낭비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어서, 절약 차원에서도요. 언제든 필요할 때 칼러 프린터로 집에서 한 장 뽑아 쓰면 되니까요.   

https://blog.naver.com/jonychoi/221324079812


영정 사진 후보작으로 4장을 선정해서 그걸 USB에 따로 담아 두었습니다. 그리했다는 이야기를 위의 기타란 두 번째 항목에 적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장례식장 꾸미기입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간소하고 소박하게'입니다. 제단 전체를 국화꽃으로 장식하는 그런 일 또한 낭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모범 사례로 저는 저와 똑같은 생각으로 꽃들을 낭비하여 학대하지 말라 하셨던 장모님 때의 사진을 USB에 함께 담아 두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각각 40년, 34년 전에 돌아가신 데다가 집에서 모셔서 참고 사례가 되지 못하는지라.) ​장모님은 장례식장 꾸미개용으로 동원되어 하루이틀 만에 쓰레기장으로 버려지는 국화꽃들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영정 둘레에만 최소한으로 쓰라 하셨죠. 그게 국화꽃들을 위해서나, 비용 절감을 위해서나, 허례허식 의식을 없애는 데에 두루 좋은 일일 것입니다.

 


요컨대, 저는 제 죽어서 제 몸뚱이 하나 처리하는 데에 과시용 허례허식이나 헛돈 쓰는 일 따위가 없기를 바랍니다. 엄밀히 생각해 보면 장례는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위안일 뿐이죠. 죽은 이는 황제 대우를 해준다 해도, 전혀 알지 못하니까요. 떠나는 자는 자신이 없는 곳에 머물 이들에게 최소한의 부담/피해만 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효도 강요나 눈치 보기를 가르치는 일은 망자가 저지르는 최후의 대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작성하고 작성 후 어떻게 처리하나


현재는 자신의 장례 절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주로 이 장례 문화에 관한 교육(출장 강의)을 받는 어르신들이 그 자리에서 작성들 합니다만, 어디서 작성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래에 보이는 견본을 복사하여 해당 항목에 표기만 하면 됩니다.


또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홈페이지 중 장수행복노트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거기에 작성해도 됩니다.  

http://www.kfcpi.or.kr/promote/jangsoo_list.do#eyJzZXJ2aWNlZGl2aWQiOiJCMDAwMDAwMDIxIn0


   

이 노트는 자신이 보관하거나 가족들에게 미리 교부해도 됩니다. 가족들이 갖고 있게 되면, 나중에 항렬이 높은 친척들이 와서 장례를 두고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할 때 그걸 보여주게 되면 조용해집니다. 제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망자의 뜻은 감히 거역할 수 없이 지엄하기 때문이죠.


아래에 이 장수 행복 노트의 견본을 보입니다. 복사가 가능하도록 해두었습니다. 도움들이 되셨으면 좋겠고, 주위에도 전파해 주십시오! 여러모로 좋은 일입니다. 미래의 망자에게도, 남을 가족들에게도요.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첫울음 소리와 더불어 꽤나 요란하게 왔습니다. 떠날 때는 최대한 조용히 아주 가볍게 , 최소한의 폐만 끼치고 가는 것이 그나마 그 신세를 갚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수행복노트 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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