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곳에 있다 : https://blog.naver.com/jonychoi/22166255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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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기증을 두 번 하다 : 깨끗이, 아름답고, 당당하게 가는 법 장례식장이 싸움판 되기 오래 전 고향 후배 부친의 장례식에 가서, 상제*들과 밤을 함께했을 때다, 아꼈던 후배일 뿐만 아니라 지근거리의 이웃이어서, 나는 그 집의 형제자매들과도 아주 가까웠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는 그 집 누나나 여동생을 포함하여 그 근방 꼬마들이 동네 수리조합 수로에 모여 텀벙거리며 놀았던지라 볼 것 안 볼 것조차 다 보고 지냈던 처지. 그냥 얼굴만 내밀고 돌아올 수가 없었다. [*註. '상주'와 '상제' : 상가에 가서 흔히 쓰는 '상주(喪主)'는 주(主)가 되는 상제(喪制) 한 사람에게만 쓰이는 말이다. 즉 많은 상제 중에 맏이만 상주라 하고 나머지는 상제들이다. 따라서 '지금 상주들이 모두 어디 있느냐'는 어법은 잘못이다.] 밤이 이슥하고 문상객들도 뜸해졌을 때 후배의 둘째형에게서 고성이 터졌다. 그리고 이내 형제자매들 간의 소란스러운 언쟁으로 번졌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화장과 매장으로 의견이 나뉘었고, 그 집안의 으뜸 문제아였던 둘째만 매장을 고집하고 나머지는 화장파.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곳에 공동묘지가 없는 데다 그 집엔 선산을 가꿀 처지가 아니어서 남의 산에 슬쩍 매장해야 처지였다. 결국 형제자매들 간의 다툼은 평소에 섭섭했던 이야기들까지 나오며 술잔이 깨지는 등의 난투극 상황까지 갔고, 만취 상태의 둘째형이 끌려나가서야 끝났다. 제삼자인 나는 후배가 내 옆으로 올 때까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사실 장례식 후 형제자매간, 혹은 친인척 간에 싸움판까지 벌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리고 그 주동자의 대부분은 평소에 고인과 가깝지 않았거나, 왕래도 뜸했던 고참급 인사들 중 '괜한' 격식부터 따지는 이들이다. 고인의 의사나 평소 취향과는 무관하게 형식적인 치레 격식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평소 서로 맘에 안 들던 사람(들)의 언동까지 트집 잡아, 큰 싸움판으로 키운다. 장례식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치레/과시의 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런 때 문제의 근원을 알고 보면 단순하다. 목소리 큰 사람들은 주로 문상객 숫자, 조의 화환 숫자, 조의금 규모, 묘지 크기, 고가의 수의에 어울리는 고급 관... 따위에 관심한다. 모두 고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들이다. 제아무리 고가의 수의를 입고 고급 관으로 모셨어도 몇 시간도 안 돼서 200g 안쪽의 재로 변한다. 복도 양쪽을 가득 메운 화환도 겨우 이틀 정도 서 있다가 쓰레기장으로 간다(영악한 장사꾼들은 표지와 시든 꽃 몇 개만 바꾸어 또 다른 곳으로 보낸다). 장례식까지도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허례허식의 제물이 돼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형제자매간에도 얼굴을 붉히고, 허례허식일 뿐인 형식을 고집하는 목소리 큰 친인척들과 언쟁도 하게 된다. 심지어 장례식을 치르고 빚을 지는 이들도 있다. 요즘 장례비 평균이 1400만 원 정도라는데, 혼인 비용 1200만 원보다도 더 든다. 그중 큰 부분이 장지(묘지) 마련 비용과 수의/관/염습 등이다. 순수한 영안실 음식값 등의 접대 비용은 300~400만 원 정도이고 그 밖의 소모품비, 절차 비용, 대행 비용 등등이 100만 원 안쪽이다. 묘지 비용이 빠지고 수의를 생략한 뒤 관 등도 저렴한 것을 사용하면 장례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더구나 빚을 지면서도 그럴 듯하게 치를 것인지, 아니면 검소하게 치를 것인지를 두고 유가족 간에 언쟁하기, 아름답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인이 미리 장례 내용까지도 정해두고 가는 방법이다. 묘지에도 법이 있다. 선산이라고 멋대로 묘를 쓸 수는 없다 : 장묘법과 장사(葬事)법 매장을 할 경우에도 실은 관련 법규들이 있다. 선산에 묘를 쓴다고 해서 맘대로, 멋대로 해서는 안 된다.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다. 선산의 맨 아래쪽, 동네와 접하는 길가 가까이 쪽에 모셨다. 그랬더니 그 길을 통로로 이용하는 유일한 집에서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혐오 시설인 묘지를 길가에 설치했다고. 참으로 웃기는 건 장모님 묘가 높은 봉분이 있거나 큼지막한 석물 몇 개라도 세운 것이 아니라, 높이 10센티 정도의 돌을 사각형으로 배치하고 봉분을 높이 15센티 안팎으로 평평하게 해놓은 것인데도 그랬다. 아래 사진의 모습이다. 카메라를 세워서 찍다 보니 사진상으로는 봉분이 제법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평장(平葬) 수준이다. <사진 : 어느 해 봄철의 장모님 묘소. 비석 대신 평소 즐기시던 찬송가 <신실하신 주>와 시편 23편을 새긴 아크릴판을 바쳤다. 울 마마님 작품이다. 비석을 세우면 봉분이 유난히 낮은 묘소를 가리게 되어 세우지 않았다> 민원인 또한 이웃인지라, 우리는 즉시 이장했다. 햇볕이 잘 들고 주변 소나무들이 옹위하고 있는 곳으로. 위의 사진이 이장한 뒤의 모습이다. 이 이장 신고도 민원 해소 차원에서 시청에 했다. 매장을 할 때도 법규가 있다고 위에 적었다. 사실 실정법상으로는 모든 묘지 개설은 자치단체장의 허가 사항이다. 공설묘지, 가족묘지, 종중ㆍ문중묘지 또는 법인묘지는 물론이고 개인묘지 또한 그렇다. 개설 전 신고를 하고 법정 규모 이내일 때는 자동 허가가 나온다. 일례로 다중 묘지 시설 내의 분묘 1기는 분묘와 상석(床石)ㆍ비석 등 시설물까지 포함하여 10제곱미터(3평 정도. 합장하는 경우에는 15제곱미터)를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선산 등에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개인묘지도 30제곱미터(9평 정도)를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장묘법(葬墓法)이라고 불리는 게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 그런 법률은 없다. 예전에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을 줄여 부르다 보니, 그런 명명법이 유통되었지만, 현재는 장사법(葬事法)으로 부른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6376호, 2019. 4. 23., 일부 개정]의 약칭인데, '장사'(商業)와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 문제적 약칭이라서인지 실무자들은 여전히 '장묘법'으로 부르고 있다. 사실 '장사법'이라 하면 장사를 가르치는 법으로 가장 먼저 이해하기 쉽다. 기억해 두자. 선산에 내가 묻히더라도 9평 이상을 차지할 수는 없다. 적발되면 법정 면적 내로 개설하거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호화 묘지를 없애려는 취지다. 호화 분묘와 명당 자리에 관한 여담 하나. 예전에 호화 묘지 단속을 대대적으로 한 적이 있다. YS 정부와 노태우 시절에. 두 번에 걸친 단속과 벌과금 처분에도 끄덕없이 버틴 두 사람이 있었다. 기아 김선홍 회장과 한보 정태수 회장. 둘은 100~300평대의 대형 호화 분묘의 주인이었는데, 정태수는 임야 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하고 매스컴에도 오르내렸다. 두 사람 모두 명당 자리를 고수하려는 게 주된 취지. 특히 정 회장은 세무 공무원을 접고 사업에 나서면서 시시콜콜 무속인의 말대로 했던 사람. 그런데, 둘 다 사법처리가 되고 말았다. IMF 사태가 터지면서 김 회장은 5년의 실형을 살았고, 정 회장은 형집행정지 도중 외국으로 도피하여 몇몇 나라를 전전하다가 타국에서 사망 후 900달러짜리의 무연고자 장례를 치렀다. 아들이 있음에도 둘 다 가짜 외국 여권을 갖고 있어서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서... 알고 보면 그처럼 자손에게 복을 가져온다는 명당 묘지 자리도 실은 헛것에 불과하다. 시신 기증을 두 번 하다 나는 이곳 파주로 오기 전에 시신 기증을 했다. 처음에는 장기 기증을 하려고 했으나, 절차가 조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고물이 된 내 몸에 쓸 만한 게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아 시신 기증 쪽으로 바꿨다. 시신 기증을 해도 각막 등은 이용이 가능하다. 시신 기증과 장기 기증의 근본적인 차이를 유족 입장에서 보면 장례를 치를 시신이 있는지 없는지다. 시신 기증은 사망진단서를 끊어 약정 대학 병원에 통보하면 대학병원 측에서 앰뷸런스를 보내어 시신을 대학병원 해부학 실습실 창고로 운구한다. 그 시신이 해부학 실습에 쓰이려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게 되므로, 시신 없이 장례를 치른다. 한편 장기 기증의 경우는 장기 적출팀들이 급파되어 필요 장기를 현장에서 즉시 적출한 뒤 시신을 봉합하여 유족에게 인도한다. 유족들은 그 시신으로 장례를 치른다. 시신 기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별적인 대학병원과의 접촉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장기 기증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통합 관리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직접 실무를 관장하는 건 아니고 각 지역에 산재한 여러 사설 봉사 기관(주로 재단 형태)에 실무를 위임하여 처리하고 있는데, 각 지역별로 실무를 관장하는 법인체들을 '장기이식 등록기관'이라고 한다. 실제로 장기 이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장기이식 등록기관과 접촉해야 한다. [상세 사항은 이곳의 다른 게시판에서 다뤘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1517458299] <사진 : 시신 기증 카드 앞면(좌) 뒷면(우) 깨끗이, 아름답고, 당당하게 가는 법 장례식장에서 유족이나 친인척 간에 벌이는 의견 충돌. 남들 보기에도, 당사자들 간에도 참으로 불미스러운 일이다. 그 뿌리를 아예 자르는 일, 그건 고인이 생전에 정리해두면 된다. 그걸 서면으로 정리해 두는 게 <사전장례의향서>다. 어떤 장사 방법(매장/화장/시신기증)을 택할 것인지, 수의/관은 어떻게 할 것인지(수의는 꼭 입지 않아도 되는 것), 장례식 등에 관한 당사자의 선택을 기록한다. 한국장례문화원에 그 양식이 있고, 그걸 적어 그곳에 보관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유언장에 적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야 화장이지만, 시신 기증이므로 아무것도 필요없다. 나중에 대학병원에서 보내주는 골분을 받아 내 가족 자연장지에 묻으면 그걸로 끝. 심지어 장례식도 없애고 할 수 있으면 그냥 단출하게 모여서 장례 예배 정도나 드려도 좋다고 이미 울 마마님께 넌지시 일러둔 것도 있다. 깨끗이, 아름답고, 당당하게 가는 법. 간단하다. 이승의 마지막 모습도 자신이 미리 연출/기획해 두면 된다. 그런 일을 두고, 기분이 어떻고, 미리 뭘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느냐 등으로 딴지를 걸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은 한마디로 지저분한 사람이다. 그런 이들이 장례식장에서 자식들 간의 언쟁을 만들어낸다. 나의 일은 내 손으로 당당하게 선택/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신 기증이든 장기 기증이든 할 수 있는 한은 하는 게 좋다. 썩어 문드러질 육신의 어느 일부라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백 번 해도 좋다. 죽어 있는 그대는 몸에 칼을 대든 뭘 하든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알 수도 없으니 그 현장을 상상으로 떠올리며 끔찍해할 필요도 없다. (단언하자면, 장기 기증은 뇌사자 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또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명을 떼어주어 생명 연장을 시키는 일. 그 장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이 전국 도처에 있다. 자식일 수도, 이웃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일을 결정함에 있어서, 남들 눈치 절대로 볼 일 아니다. 당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가장 멋진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더욱 멋진 사람이다. 그 일은 누구나 해 낼 수 있다. 다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생각을 그냥 단순하게 실천에 옮기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아래는 참고 자료(사진 3장)다. 내 죽음의 깔끔한 뒷마무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상세한 사항은 1577-4129로 전화 상담을 하면 된다. 반가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필요 자료도 아주 잘 보내준다. -溫草 생각[29 Se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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