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러 본 바오밥나무
바오밥나무. 그 이름들은 익히 안다.
쌩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들을 통해서.
하지만 실물들을 대한 분들은 드물지 싶다.
그래서, 실제로 있는 나무인가 의아심이 들기도 했을지도 모를 일.
아래 사진들에서 보다시피 실제로 있는 나무다.
떽쥐베리는 우편물 운반 항공기의 조종사로서
실제로 아프리카를 드나들었고, 그때 이 바오밥나무를 대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 그걸 그려 넣었고.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유명한 바오밥나무 길.
저 길을 소 달구지를 끌고 오가거나, 사진 속의 여인들처럼
물동이를 이고 오간다.
비가 오면 발목까지 질척거린다.
저 길 초입에 있는 바오밥나무.
언뜻 보면 마치 나무를 뽑아서 거꾸로 꽂은 듯하기도 하다.
실제로도, 현지에서는 신이 성질을 부려서(?) 그리 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것은 내년 상반기에 개장할 <국립생태원>의 식물관에 식재할 목적으로 들여다가
현재 이식 적응 중인 바오밥나무. 호주산이다.
마찬가지로 국립생태원에 이식 적응 중인 바오밥나무.
모양으로 보아 짐바브웨 산이 아닌가 추정된다.
짐바브웨의 것은 난장이처럼 줄기의 배가 더 나오고, 키가 좀 작고 가지가 많다.
이것은 10여 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된 마다가스카르 산 바오밥나무.
한택식물원의 모습인데, 바오밥나무를 이식하려면 저처럼 잎을 모두 잘라서
최소한의 호흡/흡수로 생존한 뒤, 적응을 거쳐 잎이 나도록 한다.
(다른 나무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저처럼 나무 줄기가 두껍고 잎이 적은 것들은
특히 저렇게 삭발(?)에 가깝게 잎들을 제거한다.)
나무의 배(?)가 병처럼 부풀어서
영어로 별칭은 bottle tree로도 불린다.
위 사진(한택식물원) 속의 바오밥나무가 적응 과정을 거쳐 새 잎들이 난 모습이다.
맨 위의 자연 상태에서 자라난 것들과 잎의 크기와 모양이 아주 다른 걸 볼 수 있다.
자연 환경에서의 잎들이 위풍당당하다면, 이 인공 환경에서의 잎들은
자디잘고, 맥이 좀 빠져 있다. 마치 버들잎처럼.
그리고 수피를 보라. 자연환경의 것은 미끈하고 주름살 하나 없지만
인공 환경에서는 쭈글쭈글... 수피 노화 현상에 가깝다 할 정도.
심하게 몸살을 앓은 탓이다. 적응 과정에서.
이 사진은 6년 전에 찍은 것.
*
이 바오밥나무는 씨앗으로 번진다.
아프리카에서는 야생동물들이 그 씨앗을 먹고 배설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사진 속의 화분 다섯 개 중 윗쪽으로 두 개가 바오밥나무가 발아한 것.
발아 후 4일째인데, 믿어지시는가?
그처럼 생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바오밥나무 씨앗은 그 껍데기가 아주 두껍다.
해서 발아 방법은 충격요법이라는 걸 쓴다.
(동백꽃 씨앗 같은 것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충격요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씨앗 껍데기 옆구리에 칼 등으로 칼집을 내는 것과
또 하나는 펄펄 끓는 것과 같이 뜨거운 물에 살짝 넣었다 꺼내는 방법.
나는 칼집 내기 방법을 썼다.
씨앗 다섯 개를 사다가 했는데 (국내에서 판다.)
처음에는 저 충격요법을 몰라서 무턱대고 기다렸다는 것.
그러다가 칼집 내기를 시도했더니 두 개에서 싹이 나왔다.
그리고, 나중에 뜨거운 물 처리를 했더니, 또 하나가 발아.
결국 발아 성공은 3/5. 처음 시도 치고는 꽤 괜찮은 성과였다.
발아 1주일 뒤의 모습.
5엽시대.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의 모습.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을 때의 모습.
이때는 날씨 적응에 자신이 없어서,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한 녀석,
바깥에 두 녀석을 놓고 시험했다.
밖에 내놓은 녀석도 무럭무럭.
베란다에 있던 녀석도 무럭무럭.
밖에 내놓은 녀석이 좀 더 실했다.
발아 후 넉 달 정도 되었을 때의 모습.
발아 후 6개월이 지나자, 키가 1미터를 넘겼다.
그 뒤의 이야기.
겨울이 되어, 녀석들의 고향 생각이 나서 걱정이 되길래
내 방으로 모셨다. 아열대 원산의 플루메리아와 더불어.
그리고 한 겨울 잘 지내고 그 다음 해엔 아예 노지에 이식해서 키웠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다시 실내로 옮기려니, 너무 커 버린 것.
게다가 그 겨울을 넘기고 나면 우린 당진을 떠나야 했고.
하여, 그 집의 새 주인이 될 이들에게 미리 양도했다.
계속 잘 키우고 있는지, 아님 겨울철 이동 건사 때문에
어찌 잘못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국립생태원에서 현재 이식 적응 중인
드래곤 트리라는 희귀종이다.
이것도 실은 국내에 몇 군데 도입되어 있는데, 잘들 몰라서 언론에서 최초 도입 운운하기도 한다.
일산 호수공원 안의 조그만 아열대 식물관에도 있고,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서도 본 것 같다.
그리고, 한때 유명했다가 지금은 조락해 간,
시계꽃 군락으로 유명한 서산의 모 식물원에도 있다.
암튼 내년 상반기에 열릴 <국립생태원> 자연전시관들을 가시면 좋은 구경들 하실 수 있다.
한꺼번에 4000종 넘게.
그리고, 그게 내 고향 멍청도 서천에 있당. ㅎㅎㅎㅎ
장항선 종점인 장항역 뒤편에.
그리고 거길 가면 인근에 있는 <국립해양자원관> 구경도 할 수 있고
10분이면 건너 갈 군산에서 푸짐한 <군산식> 식사도 맛 볼 수 있당.
(돈 안 드는 홍보니까, 마구 해야쥐.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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