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세월과 넉 장의 제주도 사진, 그리고 ...
20년 전이던 1992년의 마나님 모습.
서귀포 칼 호텔 잔디밭 아래, 팔각정이 있는 곳.
1991년 부서장 연수 때, 나 혼자 가서 잘 놀고 왔는데
그게 미안해서 모시고 갔따아.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06년.
유치원 졸업반(?)이던 공주.
엄마가 머물던 자리에 두 번째로 섰다.
(해마다 공주의 생일인 들어 있는 10월이면 2004년부터
내리 6년을 제주도로 갔고, 그때마다 저 호텔에 머물곤 했는데
처음에는 저 자리의 의미를 얼른 떠올리지도 못 했고,
그 자리에서의 사진 촬영은 생각을 못 한 채
연못 주변의 식물과 잉어 촬영 등만 했다.
나넌 한참 뒤에야 제대로 생각을 떠올리는
형광등 표 아이큐. ㅎㅎㅎㅎㅎ)
다시 1년 뒤인 2007년의 그 자리 .
울 공주가 당진의 고산초 초딩 1년 신고식을 치른 해.
저때만 해도 울 공주 입에서는 노상 '네 엄마아~~' 소리가
나오던, 따개비 표 공주였는데...
또 다시 한 해가 흐른 2008년의 10월.
날씨가 무척 흐렸다.
방어 잡이 배들이 안개 때문에 서로 박치기를 했다는 얘기를
옆 집으로 회 먹으러 갔을 때 들었다.
*
저 호텔에 드는 것은 유난히 내가 저곳을 탐해서는 아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던 게 처음 뜻이었는데
나중엔 정이 들었다.
저 넓은 잔디밭도 그렇지만, 저 사진 왼편에 설치된 무지개송어 양식장에 끌릴 정도로.
(송어 양식장은 조중훈 회장의 놀라운 선견지명의 산물.
당시 석조송어로 명명된 송어가 1급수에만 자란다는 것과
호텔 옆 용혈천 물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생각이 맞아서 시험 설치한 것인데
그 덕분에 석조숭어의 확장 보급이 가능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선견지명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도...)
참 저곳엔 애기범부채가 군락을 이루다시피 하고 있다.
잔디밭 왼쪽 산책길 주변에.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서인지
가을이면 그 구근들이 알몸으로 땅 위에 버려지다시피 한다.
꽃이 참으로 야무지고 참하다.
이게 당시 땅 위에 버려지다시피 하고 있던 구근들이다.
잠깐 주웠는데도 저처럼 많았다.
당진에 머물 때, 내가 서울에서 마련해 가지고 갔던 애기범부채.
제주도에서 가져온 구근들은 그 다음 해에 대문 가를 장식했다.
아주 이쁘게.
*
2009년 10월을 끝으로 제주도 행을 접었다.
당시 폐암 말기로 2년 넘게 투병하고 계시던 장모님 생각에.
우리만 철마다 좋은 구경을 하러 다니는 게 죄스러워져서.
지난 11월 8일이 장모님 1주기였다.
문득, 장모님 확진 직전에, 그것도 한 겨울에
제주도 설경 구경을 시켜드린 건, 그나마 조금 잘한 짓이라는 생각이
언뜻 스쳐갔다.
2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모습으로 훑어 보기.
문득, 우리 세월의 뒤를 이어
딸랑구가 그 기억을 되살려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언젠가, 먼 훗날에.
어느 곳엘 가더라도 장모님과 함께 한 곳이면
그 분 모습을 오버랩 시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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