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돌직구 304]‘신은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의 기도까지도, 신은 가끔 들어준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9. 12. 21. 08:27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돌직구 My Words 304]

신은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의 기도까지도, 신은 가끔 들어준다


신은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의 기도까지도, 신은 가끔 들어준다.

그것처럼 절실한 진짜 기도는 없다는 걸 신은 알기 때문이다.

                                           -溫草 생각 [19 Dec. 2019]

~~~~~~~~~~~~~~~~~~~~~

오래된 영화로 <裸者와 死者>(The Naked and the Dead)(1958)가 있다.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 노먼 메일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4131#]


그 영화의 핵심은 부상을 입은 뒤 부하들이 힘겹게 들고 온 들것 덕택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중위가 그가 부관으로 모셨던 여단장에게 하는, 다음과 같은 마지막 대화에 죄다 담겨 있다:


예전에 여단장님이 제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 하겠습니다. 저는 부하 사병 셋이서 나를 들것에 싣고 30km의 적진 험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 온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너무나 힘들어서 도중에 나를 버려도 되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처럼 사람에게 진실로 더 크게 작용하는 건 공포의 힘(Power of fear)도 아니고, 힘이 지닌 공포심(Fear of power)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공포의 힘을 택하고 밀어붙이기를 하셨던 여단장님이나, 힘이 지닌 공포심을 택하고 여단장님께 맞서고 싶었던 저도 둘 다 틀렸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나중에 부상당한 중위를 들것에 싣고 끝까지 걸어낸 사병 중의 하나가 이렇게 외친다. 신이란 존재가 인간끼리 살상을 해대는 전쟁을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신은 나쁜 놈이야(God is bad guy)’.


그런 그가 들것을 들고 해변에 도착했을 때 배가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자 이런 기도를 한다: ‘주님. 저는 지금까지 기도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죽어가는 남자(중위)를 위해서는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이 남자를 살려주십시오!’. 그러자 잠시 후 마치 신이 그 기도에 응답한 듯 상륙선이 나타난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나쁜 놈이야라고 욕하듯 내뱉는 사람의 기도까지도, 신은 가끔 들어준다는. 왜냐. 그런 기도처럼 절실한 진짜 기도는 없다는 걸 신은 아니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본래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진짜로 절실한 기도, 진실한 기도는 십중팔구 바깥세상(타인)을 향한다. 그런 기도를 신은 가납(嘉納)하고 응접한다.

우리 주변엔 제 앞섶만을 주로 챙기고 기도하는 성도와 엉터리 성전들이 너무 많다. 거기서 성도/성전의 도금(鍍金)을 벗겨내고 나면 드러날 실체들이 때로는 무척 궁금해질 때도 가끔 있다.

                                                          -온초 생각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