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때로는 덤이 더 의미 있고 풍요로울 때가 있다

[꼰대의 돌직구 My words 001 - 삶에서의 덤]

 

인생에서 때로는 덤이 더 의미 있고 풍요로울 때가 있다 

 

때로는 줄기나 본체인 일상 내역보다도 거기에 덧대지거나 얹혀지는 우수리들이 더 깊고 오랜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선의의 덤으로 확실하게 읽혀질 때 우리의 心琴이 잘게 떨려오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안온하게 덥혀오는 여운은 바로 그런 것들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때로는 덤이 더 의미 있고 풍요로울 때가 있다.

                                                   -온초 생각 (May 2010) 

                                                                              ~~~~~~~~~~~~~

 

죽순을 따러 갔다가, 죽순 한 대도 보지 못했지만 그 대신 최고로 멋지고 이쁜 쑥들을 대형 포대와 중형 비닐주머니에 가득 따서, 차에 싣고서 아미산 뒷길을 서행으로 내려오는데...

 

길가의 어느 집앞을 지나는 순간 마마님과 내게서, 동시에 비명이 새어나갔다.

야아~! 멋지다아~!!

어맛! 어머나! 어머나아~!!

 

우리들의 찬탄은 그 집앞에 곱게 꾸며진 화단을 대하고서 거의 동시에 뻗어나갔다. 그 감동의 실물을 직접 사진으로 대하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하지 싶다.

 

 

 

 

 

 

 

 

 

 

 

 

하늘매발톱의 종합 완성판이라고나 할까... 현재 통용되고 있는 모든 색깔의 하늘매발톱이 총집결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는 가장 흔히 보는 남청과 노란 색, 두 가지뿐인데...

 

하기야, 내가 돌아다녀본 당진 시골집들은 위대(!)하다고 할 정도로,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놀라운 모습들을 살그머니 內裝하고 있는 집들이 참 많다. 

 

장고항으로 들어가기 직전 언덕받이의 어느 집에는 색색의 접시꽃 다섯 가지를 전부 심어 기르는 집도 있다. 접시꽃 색깔이 그처럼 다양하다는 걸, 그 집에서 처음으로 배웠다.

 

그리고, 고대면사무소 근처 어느 카센터 뒷집은 공작단풍 집합소라고 할 정도로 정원 안에 온갖 크기와 다른 모양의 공작단풍들이 살그머리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적인 조경업자의 집도 아닌, 그저 평범한 농부의 집일 뿐인데도... (나중에 이곳 이별 기념으로, 짬 있을 때 죄다 포스팅할 요량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녀석과 아래에 이어서 여러 장 보일 녀석들은 꽃 모양이 조금 다르다. 꽃받침의 변형인지는 모르겠으나 꽃 뒤로 늘어진 술들이 날렵하고 멋지다.

 

 

 

 

 

 

 

얼마나 멋진가... 하늘매발톱! 녀석들의 群舞 饗燃을 우리만 맛보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우리가 차를 세우고 꽃밭으로 올라가자 여인 하나가 우릴 맞았다. 잔디밭 마당가에서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던 손을 서둘러 닦으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럼요... 찍으세요!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참으로 이뻤다.

 

꽃밭을 훑어보니, 참으로 묘한 것이 그곳에 심어진 것들은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 게다가, 꽃밭의 흙들도 아무렇게나 섞어놓은 게 아니라 마사토류. 그것도 트럭으로 한 차 사다가 깐 것이란다.

 

꽃밭 가꾸는 데에 들인 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촉촉이 젖어있는 것에다 마사토. 그리고 풀 한 포기 없는 것들 하며...  

 

 

꽃밭을 계속 둘러보는데, 나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 역시 우리 집과 거의 판박이. 외래종 나리로 많이 번지고 있는 소치 (높이 15센티 정도), 중치 (20센티 근방)에다 오리엔탈백합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큰 놈까지...

 

그중 중치 녀석 무더기를 가리키며, 녀석들이 꽃을 피우면 색깔이 넘 짙은데다 좀 천박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라고, 여인이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중치 무더기 중 한 녀석을 가리킬 때였다. 여인이 말했다.

- 그건 백합인데요... 제가 이 동네로 온 지가 35년째인데,

   그때부터 기른 거에요.

 

아뿔싸... 그랬다. 중치와 백합들이 섞여 있었는데, 내가 꽃대가 솟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채, 높이만 보고서 성급하게 뱉었던 것...

- 그렇군요. 아이구, 제가 꽃대를 안 보고서 그만. 저쪽의 저 천박한 녀석은 꽃대가 하나만 달랑 나오긴 해도  보통 7~8개의 꽃송이집을 달고 솟는 법인데...  이 녀석은 저희 집에는 없거든요. 다른 녀석들은 아주 많은 편인데...

 

나의 성급한 실수는 여인의 베품으로 이어졌다.

- 그럼 하나 가져다 키우세요...

 

나는 여인이 들고온 삽을 빼앗다시피 한 뒤 조심스럽게 한 그루를 덜어냈다. 캔 자리를 손으로 다듬고, 주변을 눌러준 뒤

손에 묻은 흙을 씻으러 집옆의 수돗가로 갔다.

 

그곳에는 여인이 삶아 내온 고사리가 있지 않은가? 그날 아침 막 따온 참이라고 했다. 어허 이럴 수가... 우리도 아침녘이면 매일 운동 삼아 산에 올라 고사릴 따온다고, 그날 아침에도 그랬고, 그걸 삶아 널고 나온 길이라고 이실직고했다.

 

여인은 우리가 차에 오를 무렵, 어디 사는지 물었다. 언제든 지나는 길에 다시 들르라는 말에, 우리는 울집 이사 일정을 대면서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표했다.

 

우리가 차를 끌고 그곳을 떠날 때까지  여인은 꽃밭가에 서서 우리를 거꾸로, 마음 안으로, 마중했다.

 

                                    *

우수리, 덤, 귀*... 우리말 중에 참으로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것들이기도 하다. 본체나 주대상보다도 더 의미 있는 여운을 남길 때, 특히 그렇다.

 

(*주 : '귀'는 돈머리에 붙은 우수리를 뜻하는데, 예컨대 105,100원의 경우, '십만 원에 귀가 붙었다'는 식으로 쓰인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때로는 줄기나 본체인 일상 내역보다도 거기에 덧대지거나 얹혀지는 우수리들이 더 깊고 오랜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선의의 덤으로 확실하게 읽혀질 때 우리의 心琴이 잘게 떨려오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안온하게 덥혀오는 여운은 바로 그런 것들이기도 하다.

 

35년 전에 그곳으로 와서 살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여인은 그 동네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아주 곱게, 아미산 자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기야, 수돗가에서 다시 훑어본 여인은 49~52세쯤으로 보였다. 農婦치고는 참으로 맑고 곱게 새겨진 연륜이 그녀의 얼굴에 이쁘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꽃밭을 그처럼 곱고 이쁘고 가꾼, 바지런한 여인. 우연히 조우했지만, 어쩌면 삶의 안팎이 우리와 판박이일 듯한 여인...

 

그녀가 우리 부부에게 베푼 백합 한 그루... 그것은 그날 우리에게 가장 확실하게 읽혀지고,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미쁜 덤이었다. 그 백합이 우리와 함께 머무는 한은 잊혀지지 않을...  [May 2010]                                                                                    -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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