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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에서 배우기: 望中者英 ‘觀種’終痴 勤勞手興 集一家成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22. 9. 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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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430]

중국 드라마에서 배우기: 望中者英 ‘觀種’終痴 勤勞手興 集一家成

 

望中者英 [편들지 않고 중간에서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가 으뜸이다].

‘觀種’終痴 [관종파(관심/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사람들)는 끝내 미친 짓으로 종치고 만다].

勤勞手興 [바지런히 몸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흥하고]

集一家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은 뭣이든 이뤄낸다]

 

                                                 -溫草 생각[29 Au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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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채널을 돌리다가 운 좋게 시간대가 맞으면 즐겨보는 중국 사극 드라마 하나가 있는데, <도화꽃 당신>(원제: 玉面桃花 總相逢)이다. 

 

여러 해 전 우리나라의 '중드' 중독자를 양산하며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걸작 <랑야방(琅琊榜> 시리즈, 중국판 <여로(女路)>로서 우리의 <여로(女路)>처럼 전 중국인을 티브이 앞으로 끌어 모았던 <꽃 피던 그해 달빛>(원제: 那年夜開月正圓)에 이어 내가 세 번째로 빠져든 작품이다. 

사진: 랑야방의 비극적 로맨스의 표본. 예황(좌)과 임수(매장소/소철). 소년 정혼 이래 둘은 끝까지 연모한 사이였는데... 나 역시 드라마가 끝나고도 이 두 사람의 그 기막힌 사연이 오래오래 가슴과 뇌리로 파고들었다.

 

 

사진: (좌) 랑야방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극 전개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다. 그런 복잡한 관계와 이면사들이 극을 끌어가는 힘이기도 하고... (우) 임수/매장소/소철의 세 이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이 드라마 한 편으로 회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특급 배우로 떴는데, 나는 이름도 모르다가 최근에야 알았다. 후거(胡歌)! 중국 내의 대표적 '집사'로, 배우자를 고를 때 고양이가 여인을 선택해야 그녀를 배우자로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

 

사진: <꽃 피던 그해 ~~>의 여주인공 쑨리는 신혼 때 남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청상과부. 불굴의 투지와 지략으로 시집을 부흥시키고 놀랄 만한 상재를 보인다. 우리의 드라마 <여로> 이상으로... 중국 내 인기 또한 그러했다고 한다.

 

 

사진: 72년 늦봄 ~가을, 드라마 <여로>가 방송되는 시각이면 서울 거리에 사람이 뜸했다. 택시기사들도 차를 세우고 그걸 봤다. (그때는 재방이 없던 시절). 그때 탤런트 장제욱 씨가 바보 연기로 확 떴는데, 너무 뜬 탓인지 그 뒤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최소한이 현재 60대이다.

<도화꽃 당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3~4회서부턴가를 보았다. 원제 '玉面桃花 總相逢'에서 드러나듯 오직 책읽기 쪽인 옥면 서생과 그와는 정반대 타입으로서 칼잡이 정육점 처녀이긴 해도 얼굴은 도화색인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어릴 적 정혼대로 처음은 거짓 결혼을 하지만, 나중에는 진짜 부부가 되어 온갖 사건에 연루된다.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비리 수사와 관료들의 권력 다툼이 얽혀서 심심할 짬이 없다. 게다가 야생마 같기도 한 여주인공의 언행은 카타르시스로도 작용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현재는 친정 겸 처갓집으로 낙향한 상태라서, 앞으로의 후반부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사진: <도화꽃 당신>의 두 주인공. 오른쪽 사진의 위 현판처럼 하나는 정육점 전문, 또 하나는 늘 책에 파묻히는 서생. 대조적인데도 연기들이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마치 기본 심성들이 그런 듯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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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中者英’은 이 드라마에서 암수(暗手)의 배후로 나오는 태사(태자의 장인이기도 하다)의 서재에 걸린 현판의 글귀다. ‘편들지 않고 중간에서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가 으뜸이다.’란 뜻이다. 권력 다툼의 한복판에서 생존해 온 사람답게 어울린다. 사자성구에서 ‘자(者)’가 들어가는 일은 매우 드문데, 떡하니 걸려 있어서 놀랐다.

 

한문에서 사람을 뜻하는 글자는 꽤 많다. 흔히 알려진 것으로는 ‘人, 者, 生(예: 학생/선생), (예: 농민/어민/서민), (예: 신호수/교환수), '-’ 등이지만, 그 밖에 ‘子, 客(예: 승객/협객/자객), 個, 兆, 戶, 物(예: 걸물)’도 문맥에 따라서는 사람을 뜻한다.

 

어째서 ‘者’가 드물게 쓰이는가 하면 훈이 ‘놈 자’인 것에서도 드러나듯, ‘~는 이, 놈, 녀석’의 뜻으로 약간 하대어이기 때문이다. ‘환자/병자, 저자/기자/작자’ 등이 그 예인데, 예전에는 ‘환자/병자’를 각각 ‘아픈 것, 병든 것(들)’로 표기했다. 요즘 ‘저자/작자’를 ‘글쓴 분’이 아니라 ‘글쓴 정도로 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생’은 ‘선생/기생/학생/중생’ 등에서 보듯 중립적 평어체다. 때로는 ‘소생(小生)’에서처럼 겸양의 뜻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생’보다 약간 상위의 중립어가 ‘부인/군인/주인’ 등에서 보는 ‘-人’으로 그냥 ‘사람’을 뜻한다. 스승을 포함하여 ‘이분, 저분’처럼 높이는 경칭에는 ‘자(子)’를 쓴다. 孔子/孟子, 公子(지체가 높은 집안의 아들)에서처럼. 

 

‘-가(家)’는 일견 최상부를 차지할 듯싶지만 ‘건축가, 외교가/전문가, 자본가/몽상가, 대식가/소식가/다변가(多辯家)’ 등에서처럼 각각 직업, 능숙도, 많이 가진 이,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잡식성(?)인 까닭에 인간의 품질 등급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이를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놈 →이 →사람 →분’의 순서다. 예를 들어 ‘學人, 學生, 學者’를 순서대로 늘어 놓으면, 學生(학생. 겸양어) →學者(학자) →學人(학인)이 된다. 즉 '배우는 (혹은 조금 배운) 사람' →'배운 이/놈' →'배운 분(사람)'의 순서. 우리가 흔히 높은 사람으로 여기는 學者도 한문에서는 그저 '배운 이(놈/녀석)' 정도다.

 

참 흔히 대하는 지방문 ‘顯考學生府君神位’에서의 ‘학생(學生)’은 배우는 중이거나 조금 배운 사람을 뜻하는 일반적인 용어가 아니라 학식은 있지만 벼슬에는 오르지 않은 선비를 뜻한다. 이 말은 學生만을 떼어 쓰지 않는데 그 이유는 ‘學生府君’ 자체가 거의 한 낱말이라서다. ‘부군(府君)’은 죽은 아버지나 남자 조상의 존칭어이기 때문에 ‘學生府君’은 ‘학식은 있지만 벼슬에는 오르지 않은 우리 아버님’을 뜻한다. 학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일자무식이라 하더라도) 망자를 높이고자 해서 써 온 표현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할아비 조(祖) 자를 넣어 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해야 한다. 즉 그냥 學生은 망부(亡父)이고, 祖學生이라고 해야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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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中者英 ‘觀種’終痴 勤勞手興 集一者成.

 

望中者英 뒤의 문구들은 望中者英을 보자 내게 떠오른 생각들을 조립해 본 것들이다. 뜻풀이를 늘어놓으면 이쯤 된다.

 

望中者英 [편들지 않고 중간에서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가 으뜸이다].

‘觀種’終痴 [관종파(관심/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사람들)는 끝내 미친 짓으로 종치고 만다].

勤勞手興 [바지런히 몸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흥하고]

集一家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은 뭣이든 이뤄낸다]

 

긴 말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누가 뭐라고 하든, 오직 한길로만 갈 일이다. 타인에게 해코지가 되지 않는 한은 제 맘대로... 요즘 세상에는 ‘觀種’派들이 차고넘친다. 중독 상태에서부터, 자신은 부정하지만 실제론 은근히 타인들의 관심이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애를 쓰는 이들까지, 엄청 많다. 깔렸다. SNS의 가장 큰 해독이 그것이 아닐까 싶다. 

관종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글자보다는 그림 쪽에 관심한다는 점이다. 읽기를 싫어한다. 서너 줄만 넘어가면 그냥 통과한다(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이들은 관종파에 속하지 않는다). 긴 글 읽기를 기피하니, 긴 글을 쓰는 일은 서쪽에서 해가 뜰 일이다. 관종파는 뉴스나 다큐보다는 드라마나 예능/스포츠 쪽을, 교양 프로보다는 먹방/여흥 쪽을 선호한다. 한 해의 독서량이 두 자릿수를 넘길 일은 거의 없고...

 

그런 관종이 자신을 망치는 건 물론이고, 타인들에게까지 해악을 끼친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항상 남들에게서 빌려온 기준으로 또 다른 타인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 잣대 자체가 한참 오염돼 있거나 녹이 슨 줄도 모른 채... 타인들의 감정을 배려한답시고,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물 쓰듯 낭비한다. 생산적인 이들은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그럴 시간 자체가 없다. 

 

감정 소비자의 상위권에 드는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게 시간낭비다. 감정 낭비는 기본이고... 그 감정 속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제풀에 삐치고, 성질 내다가, 지쳐 널브러진다. 잠재형 또는 현재형(顯在形) 우울증 환자들이 날로 늘어간다. SNS 활동이 우울증 환자를 양산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항우울제만도 20여 가지가 나와 있는데,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상품인 프로작이 아스피린보다 더 많이 팔린 지도 10여 년을 넘겼다. 

관종파의 반대편에 있는 게 내가 조어한 집일(集一)파다. 남들(타인)의 시선 따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한길로 가는 이들이다. 묵묵히 한구멍을 판다. 그리하여 뭔가를 이뤄내는 생산적인 이들이다. 감정/시간 소비파인 관종파들과는 그런 점에서도 완연히 다르다. 인생은 짧다. 두리번거리느라 바쁜 관종파로 살 건지 그저 한길로만 묵묵히 나아가는 집일(集一)파로 살아갈 건지는 각자의 몫이다. 

 

[사족] 위 드라마 <도화꽃 당신>에서 남주인공 소개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방안(榜眼) 급제’란 말이다. 방안(榜眼)이란 과거 시험에서 순위를 정하는 최종 관문[전시(殿試)]에서 2등[차석]을 차지한 이를 이르는 말이다. 1위가 장원(壯元)이고 3등은 ‘탐화랑(探花郞). 

참고로 과거 급제자들은 모두 임용이 된 것으로 여기기 쉬우나 실직(實職)을 준 건 이 세람뿐이었다. 1등 ‘장원’에게는 종6품직을, 2~3등인 ‘방안(榜眼)’과 ‘탐화랑(探花郞)’에게는 각각 정7품을 제수했지만 나머지 급제자들은 모두 산관직(散官職. 벼슬은 있지만 직무가 없고 봉급도 없는 명예직)이었다. 그만치 문관이 갈 수 있는 실직(實職) 숫자가 적었다. 이와 관련된 상세 내역은 이곳에 정리해 두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2169973465

 

-溫草 최종희(29 Au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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