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회(2020.4.20.) 우리말 겨루기 문제 심층 해설
-강수연(47) 우승 : 동짇날(x)/동짓날(o), 우겨넣다(x)/욱여넣다(o)
♣우리말 달인에 오르는 손쉬운 방법 : 문자나 ‘카톡’을 할 때, 긴가민가하는 것이 있으면 맞춤법을 꼭 검색해 보세요. 그걸 습관화하면 됩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은 글쓰기를 해보는 것. 일기나 수필을 쓰면서, 그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확인하게 되면 확실해집니다. 실은 저 또한 모든 글쓰기에서 늘 그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항상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요체는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부딪는 일상적인 것들을 챙겨 보는 일인데, 몸수고는 필수입니다. 띄어쓰기 공부는 머리로만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단, 맞춤법/띄어쓰기에 관한 기본 원칙/원리들을 1차 공부한 뒤에요. 낱개의 문제적 낱말들만 외우려 들면 중도에 쉬 포기하게 되고, 활용 문제(띄어쓰기와 표준 표기)에서 전혀 힘을 못 씁니다. -溫草 생각
1. 출연자 등등
□ 무대를 빛낸 사람들
강수연(47): 피아노 교사. 486회(2013.10.) 출연자. 세 아이를 둔 ‘또순이’. ‘미시즈 유니버스 코리아’에도 도전해 보고 싶음. ‘19년 상반기 대전 지역 예심 합격자. 결과: 우승. 달인 도전 1단계(맞춤법)에서 실패.
김슬기(33): 모친이 전화로 출제하는 문답식으로 공부. “다음에는 엄마가 도전하세요.” ‘19년 11월 예심 합격자. 결과: 4위
김능황(47): 영어 강사. 총각(‘20여 년 전 놓친 여자’). ‘땐스로빅’에 심취 중. ‘19년 11월 예심 합격자. 결과: 2인 대결 진출.
김하늘(23): 대학생. 7급 공무원 시험 합격. 체력을 바탕으로 한 밤샘 벼락치기의 대가. 팔굽혀펴기(20개)로 체력 단련. 우리말 공부도 1달간 벼락치기. ‘20년 2월 예심 합격자. 결과: 3위
□ 출연자 속사화
-획득 점수 : 자물쇠 문제 직전까지. 1100/250/550/450점(출연 번호순).
2인 대결 결과 : 1700/950점 (강수연 대 김능황).
-점수가 실력이다!
이 말은 이곳에서 하도 여러 번 쓰여서 그 의미들을 대부분 잘 아실 줄 믿는다. 자물쇠 문제 직전까지의 점수가 1000점 아래일 때는 우승자가 나와도 달인 등극의 가능성은 전무(全無)에 가깝고, 대부분 1단계 맞춤법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나 통과한다 해도 행운일 뿐이라는 걸, 이젠 시청자들도 너끈히 짐작들 하신다. 1000점 아래의 경우는 대부분 국어사전 1회독도 마치지 못한 경우들이다. (2500쪽 안팎의 중대형 국어사전의 경우, 어떤 경우든 최장 3달 정도를 투자하면 초회독을 해낼 수 있다.)
이번 경우는 우승자가 1100점을 얻어 일말의 기대를 갖게도 했는데 턱걸이 점수로 끝나고 말았다. 어렵지 않은 1단계 맞춤법 문제 중 어휘력 관련 문제로 기출 낱말이기도 한 '되갚음(x)/대갚음(o)'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이 말은 이곳에서 5회 이상 모습을 보인 말이다(503/527/678회 등등).
-공부량과 공부 자료, 그리고 공부 태도
점수가 실력이라는 말을 뒤집으면, 점수가 곧 공부량이라는 말도 된다. 요즘 출연자들의 대다수가 획득 점수의 역순으로 공부량들이 적고, 공부 자료도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의 절반 이상은 기실 바지런함으로 채워지는 정성과 몸수고가 해낸다.
이번 출연자들도 공부 자료와 공부량 모두에서 문제점들이 크게 보였다(진짜 문제는 요즘 출연자들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깊이 진지하게, 끝까지 세심하게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지 않은 채 찍기+짐작으로 요행수에 의존하는 모습들이 평균적이다. 그러면 당연히 조급증까지도 그 위에 얹힌다. 이번에도 오답이 잦았던(그 바람에 감점을 더 많이 쌓았던) ‘봄단장/봄빛’이 좋은 예다. 우리말 뜻풀이 공부는 짐작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성과 진정성으로 해낼 수 있다.
-벼락치기가 통할 때와 대상은 따로 있다
김하늘 양은 자신의 공부 방법 특징으로 벼락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벼락치기가 통할 때와 통하는 곳들은 따로 있다. 그리고, 이 벼락치기에 능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평소의 기본 실력 저장 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나 역시 학교 시험 등은 거의 벼락치기파에 가까웠다. 시험 때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일 없이 놀다가 하루 이틀 전에야 그동안의 것들을 훑었다. 그 훑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싶은 것들은 준비 기간을 미리 조금 더 줬고... 시험 전날에도 밤샘 따위는 없었다. 내 평생 시험 때문에 밤을 새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시험 전날에는 평소보다도 더 많이, 혹은 못지않게, 잠을 푹 많이 자두는 것을 되레 비장의 무기로 삼았다. 그래야 시험일에 머리가 날렵해지고, 두뇌가 쉬 피로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뒷전에서 해둘 건 거의 다 해뒀다. 수업 시간 중 최대한 집중했고, 완전하게 이해하는 걸 목표 삼았다. 집에 와서는 그날의 수업 내용을 단 몇 분이라도 반드시 되짚어 훑었다. 가방에서 책이나 노트를 꺼내어 정리하기 전에. 긴가민가하는 건 끝까지 붙들고 문리를 깨우치려 들었고, 그런 것들은 더욱 기쁘게 단단히 저장되었다. (50여 년 전에 낑낑거려 해결했던 화학반응식 몇 가지가 지금도 떠오르는 것들이 그런 예다.)
인간의 기억 세포는 자주 빗질해 주는 게 좋고, 그 간격이 짧을수록 효과가 높다. 그날 배운 걸 그날 빗질해 주면 저장 기억의 효율이 배가 된다. 엄연한 과학적 진실이다. 내가 그걸 해댈 무렵엔 그렇다는 걸 몰랐지만, 훗날 확실히 깨우쳤다.
나의 대학원 시절. 그곳은 아주 괴상한 곳이어서 전교생이(그래 봐야 25명이었지만) 기숙사에 머물러야만 하는 장학생들이었고, 학생들에겐 심지어 생활비까지 줬다. 교내 활동에서는 영어만 사용했다. 수업이든 시험이든. 하기야 외국인 교수들이 2/3쯤 되었다. 안식년을 맞이한 유명 교수들도 많이 초빙되었고, 한국인 교수들은 대부분 외국 대학의 정교수 출신들.
그중 한 분으로 DJ 시절에 주미대사로 깜짝 발탁됐던 양성철(SUNY대 교수 출신) 교수님이 계셨는데, 전교생 공통 필수과목인 <세계 문명사>를 가르치셨다. 그분의 주관식 시험 문제가 ‘손이 인류 역사에 끼친 공적을 논하라’라는 달랑 1문제였는데, 전교생 중 A학점을 받은 건 나 혼자였다(그 바람에, 나보다 두 학기 앞서 입학하여 그때까지 전 과목 올 A를 기록 중이던 필리핀 출신의 늦깎이 학생의 기록이 깨졌다.)
학생들이 더욱 놀랐던 건 다른 것 때문이었다. 그 전날 전교생이 기숙사 방과 학습실, 도서관 등에서 새벽까지 공부했는데, 나만 밤 10시에 잠잘 시간이 됐다며 방으로 들어가 배짱 좋게 잤다. 그런 ‘땡땡이꾼’이 그런 성적을 냈으니, 고개를 저을 수밖에... 하지만, 나의 그런 뱃심 뒤에는 ‘나는 당일치기는 안 한다’와 ‘광범위한 독서의 힘을 믿는다’가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감동을 안기는 아름다운 영문 쓰기’에 좀 자신도 있었다. 나는 당시 국내 영자 신문에도 간간이 칼럼을 기고하던 학생이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이 나으면 한 칸 위의 등급을 주거나 받는 게 세상의 이치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김하늘 양에게는 평소의 기본적인 복습 습관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벼락치기가 성공한다. 하지만 이 우리말 공부는 그런 벼락치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최소한 중대형 국어사전 한 권은 독파해야 한다. 그렇다는 걸 모두 다 안다. 그런 기본 실력 쌓기는 결코 벼락치기로 이뤄질 수 없다. 최소한 6개월은 투자해야 한다. 온종일 책에 매달리는 전일제(全日制) 공부에 투신하더라도. 김하늘 양의 450점이라는 초라한 점수가 그걸 압축적으로 시사한다.
-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진정한 의미
이번 우승자 강수연 님은 6년 반 전인 2013년 10월에도 출연했다. 당시에 피아노 연주 부분의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세 아이를 둔 또순이로 주목을 받았다. 일기 쓰기로 우리말 공부 단련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출연하던 해에 부친을 여의고도, 씩씩하게(?) 그 슬픔을 극복해 내셨던 당찬 분이다.
이번은 참으로 오랜만의 출연이다. (중도에 예심엔 합격했지만, 출연을 포기한 분 중에 같은 이름도 있긴 하다. 동명이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예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특단의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재도전을 흔히 ‘심기일전(心機一轉)’으로 압축한다.
이 말에 쓰인 한자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심기(心氣)’가 아니라 ‘심기(心機)’다. 이것은 기분/마음[心氣]을 단순히 고쳐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을 다지는 계기[心機]를 확 바꾼다는 뜻이다. 그런 바꿈에는 당연히 태도와 방식도 포함된다. 당연히 예전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도전을 준비해 왔음에도 실패하신 분들이거나, 밀쳐두고 있던 도전을 꺼내어 먼지떨기를 하시는 분들은 태도와 방식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다시 시작할 때는 예전의 자기 모습을 돌아보고, 확 바꾸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음만 못하다. 필패 직행(必敗直行)일 뿐이다.
수연 님의 경우, 첫 번째 쓰기 문제에서는 ‘북세통’이라는 새로운 표기를 창안해 내기도 했고, 총 5회 이상의 기출 낱말인 ‘대갚음’에서도 실족했다. (‘되갚음’이란 말 자체가 없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문제지만, 이 프로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겐 기본적인 낱말이다. 빈번하게 출제어에 동원되는 것만으로도).
수연 님은 맞춤법 부분의 공부를 소홀히 했거나, 문제적 공부 자료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출문제들을 훑어보는 기본적인 노력을 생략했다. 이곳의 문제 풀이 따위를 경시하는 것도 버릇 안에 포함돼 있는 듯하다. 공부는 몸수고가 99%다. 달인 도전에서는 요행수에 의존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 번은 통해도 두 번째에서는 필패한다. 요행히 그 자리에 올랐다 해도 갑남을녀 내지는 어중이떠중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 옥에 티 : 한자어/고유어 구분. 습관적인 경음화 발음. 잘못된 유행어 무임승차...
한자어/고유어 구분 문제
이곳에서 자주 말했던 내용이다. 문제어 설명의 모두(冒頭)에 정답이 한자어인지 고유어인지 미리 알려준다. 그걸 흘려듣는 일들이 너무 잦다. 이번에도 고유어라 앞서 알려줬는데도, ‘특성’을 답한 이가 있었다. 감점 세례도 그렇지만, 그러한 오답 행진은 불필요한 압력으로 작용하여 연상 순발력을 지연시키며, 집중력 부족 상태로 이끄는 삼중고의 서곡이 된다. 출연자는 절대로 이 중요한 귀띔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습관적인 경음화 발음
김능황 님이 요즘 빠져 있다는 ‘댄스로빅’ 얘기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땐스로빅’이라 힘주어 발음했다. 불필요한 경음 발음이기도 하지만, 김 출연자에게는 두 가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는 영어 강사다. 훌륭한 영어 강사는 일상적인 발음에서도 유의해야만 가르칠 때도 실수하지 않는다. dance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발음은 ‘댄스’다. 발음을 한글로 적어보면 금세 안다. 그리고 우리말 겨루기 공부를 하는 근본 목적은 일상생활에서 남들이 그르게 쓰는 것들을 자신만은 바르게 쓰려는 것도 있다.
하기야, 실수가 적은 엄지인 아나운서도 얼결에 실수한 게 영어 외래어에서의 이 불필요한 경음 발음이었다. ‘뺀드의 00’라면서, band를 ‘뺀드’라 발음했는데, 아나운서라면 그때도 본령(本領)으로 돌아와야 한다.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아름다운 우리말 관련 프로의 10년차 진행 아나운서일진대...
잘못된 유행어 무임승차
김하늘 양이 답을 하면서 ‘모처럼’ 문제에서 ‘간만에’라는 오답을 거침없이 천연스럽게 꺼내서 내가 기절초풍할 뻔했다.
한마디로 이 말은 대단히 잘못된 유행어다. 이 프로그램 출연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말의 옳은 말은 ‘오래간만에’이고 그 준말이 ‘오랜만에’라는 것쯤은 상식이 돼 있어야 한다. ‘오래간만’의 준말이 ‘오랜만’이기에 ‘오랫만’이라는 표기가 잘못이라는 것도 그 때문이고. 요즘 잘못된 말 줄이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결코 그런 데에 휩쓸려서도 안 되고, 그런 걸 보면 바로잡으려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장기 자랑 무대가 아니다
김능황 님은 ‘댄스로빅’ 얘기 끝에 앞으로 나와 실연을 멋지게 펼쳐 보였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다’를 제외하고는 한 문제의 정답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 것이다. 차분히 뇌를 식히고 다독이면서 연상 순발력 유지에 온 신경을 써야 할 겨루기에서 무대 앞으로 나와 몸 연기를 하면 두뇌 상태가 육체적 흥분 상태를 이겨내지 못한다. 무대 앞에서 장기 자랑을 한 이들의 실패 사례를 수도 없이 언급했다. 두뇌 과학에서 다루는 기본적 사항이기도 하다.
최소한 우승이라도 하려거든 무대 앞으로 나와 ‘몸을 쓰는’ 일은 결단코 사양하라. 출연석에서 긴 얘기를 하거나, 자주 발언하는 것조차도 불필요한 뇌압을 끌어올리는 일일진대... 무대 연출자들이 시킨다고 전부 받아들이는 것, 나중에 돌아보면 통한의 후회만 남는다. 점잖게 다른 말로 사양할 경우, 그걸 끝까지 강요+고집하는 연출자는 없다. 이 무대에서만큼은 연출자가 출연자를 이기지 못한다.
이런 얘기는 바로 지지난주에 망한 권명만 님(806회)을 다루면서도 했다. 그때 소제목에 이렇게 적었다: ‘무대 위에서 피에로 노릇은 가급적 하지 말고,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 공부법
훌륭한 공부법, 달인에 오르기 위한 공부법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1405063552. 이 공부법대로 잡생각 없이 몰두할 경우, 직장인은 짧게 2년, 길게 3년 정도이고, 하루 8시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분들은 1년 정도면 달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아는 달인들과의 개인적인 접촉에서 나온 평균적인 수치다.
또 이 공부법을 행한 달인은 왕중왕 무대에 출연했을 때 띄어쓰기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고도 했다. 이 나라의 작가들까지도 가장 어려워하고, 심지어 한글 전용을 부르짖는 일부 한글학자까지도 실수투성이인 게 띄어쓰기인데, 공부하기에 따라서는 그런 말을 공언하게도 된다. [한글학자들의 실수 사례:
https://blog.naver.com/jonychoi/221202970032]
그러한 좋은 공부법을 따라 하는 일 역시 공부 잘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으뜸 방법일 수도 있다. 끝까지 자신의 좁은 방식을 고집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고, 최소한으로도 미련한 일이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공부도 구석구석 바지런해야 잘하게 된다. 만년 2등의 공통점 중에는 성실한 바보들이란 점도 빠지지 않는다.
오래 공부하고도 달인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일수록 자신의 공부 방법에 대해 구석구석 돌아보기를 거쳐 철저한 덜어내기와 벗어나기가 필요하다. 정신/시간/체력 낭비적인 요소들이 너무 너무 많다. 자기 자신을 고집하는 그 무겁고 어두운 고집의 껍데기를 벗어 내던지고 신천지로 가볍고 맑게 폴짝폴짝 뛰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참 의미다.
-일반 맞춤법 문제 : ‘맏나물/동짇날/잗주름/얻다가’ 중 잘못된 표기를 바르게 적는 문제. 정답 찾기는 비교적 손쉬웠지만 짝수 회 출제진답게 평범하면서도 깊이 있는 훑기였다.
출제어에 보이는 받침 ‘ㄷ’의 각종 역할과 그 어원을 아는지 묻는 문제. 잘못된 표기 ‘동짇날’을 빼고는 모두 그 기능이 다른 것들이다. 간단히 살펴본다.
- 맏나물: 여기서의 ‘맏-’은 ‘맏아들/맏나물’에서처럼, ‘맏이’ 또는 ‘그해에 처음 나온’을 뜻하는 접두사다.
- 잗주름: 원래 'ㄹ'인 말이 딴 말과 어울려 'ㄹ' 소리가 'ㄷ'으로 소리 날 경우에 'ㄷ'으로 표기하는 원칙이 있다.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중 해당 부분 일부를 전재한다.
◈반짓고리: ‘반짇고리’의 잘못.
[설명] 원래 'ㄹ'인 말이 딴 말과 어울려 'ㄹ' 소리가 'ㄷ'으로 소리 날 경우에 'ㄷ'으로 적음. <예>반짇고리(바느질+고리), 사흗날(사흘+날), 이튿날(이틀+날). 이와 같은 말에는 ‘삼짇날/섣달/숟가락/잗주름/푿소’ 등도 있음.
- 얻다가: 준말 표기에서 본말의 어원을 밝히기 위해 어근 받침을 살려 적는 경우다. ‘얻다’는 ‘어디에다’의 준말이다. 관련 부분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이와 달리 감탄사 ‘어따’를 ‘얻다’로 적으면 잘못이다.
◈감히 어따/엇다 대고 삿대질이냐: 얻다의 잘못. ⇐‘어디에다’[본말]
어따가/엇다가 고개를 들이미는 거야: 얻다가의 잘못. ⇐‘어디에다가’[본말]
얻다 참, 세상인심이 어찌 이렇소: 어따의 잘못.
[설명] ①‘얻다’는 ‘어디에다’의 준말이며 ‘얻다가’는 ‘어디에다가’의 준말. 모두 표준어임: ‘어디에다 →얻+(에)다 →얻다’. (한글 맞춤법 제32항: 낱말의 끝 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은 것은 그 앞의 음절에 받침으로 적는다.) ②‘어따’는 몹시 심하거나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내는 감탄사로서 (작은말은 ‘아따’), 어원/어근이 불명하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 ¶어따 잔소리 좀 그만하시오.
어따>아따[감] 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내는 소리.
- 동짇날: 위에 예시한 ‘ㄷ’ 표기 기능들과는 전혀 무관한 말로, 사이시옷 ‘동짓날’의 오기. 이처럼 적기도 하는 실수는 ㅅ의 대표음 표기가 ㄷ인 탓도 있다. 이것을 ‘받침법칙=말음법칙/받침규칙/종성규칙[終聲規則]’이라고 하는데, ‘낮/낯/낫/났-’이 모두 ‘낟’으로 발음된다. 참고로, 우리말에는 19개의 자음이 있지만 받침에서는 ‘ㄱ/ㄴ/ㄷ/ㄹ/ㅁ/ㅂ/ㅇ’의 7개로만 소리 난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설명은 내 책자의 【부록 3】맞춤법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문법 용어 몇 가지 참조.
이 맞춤법 문제에서 정답을 적은 이들은 2인 대결에 오른 분들뿐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참 실력은 쓰기 문제, 그중에서도 맞춤법과 어휘력 관련 문제에서 드러난다.
□ 출연 대기 상황
2017년 합격자들에겐 더 이상 출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출연 포기자 25명), 2018년 합격자들도 그리되고 있는 듯해서(50명) 얼마 전부터 2019년 이후 합격자들 것만으로 또 쪼갰다. 이번에 올 2월 합격자(김하늘)도 출연했다.
합격자/출연자 현황 중 상세 내역은 다음의 게시판 주소 참조:
https://blog.naver.com/jonychoi/221869780927
2. 문제 풀이 및 관련어 정리
□ 출제된 말 중 주목해야 할 것들
출제된 말들을 문제 풀이순으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밑줄 그은 것들은 처음 출제된 말들로, 상당수가 새로운 것들이다. 기출문제에만 매달리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기출문제만 8번을 보았다는 ‘퀴대’ 영웅 출신이 3등을 했다.) 어제의 우승자도 다시보기를 8번씩이나 했다고 했는데, 그 결과는 지극히 평이한 것들 앞에서조차도 짐작 찍기를 계속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기출문제를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출제 경향과 수준을 알게 해주는 기출 낱말들 공부는 기본이다. 다만 그 공부에만 매달린 뒤, 자만하지 말라는 뜻. 겨우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통과, 거스름돈, 말풍선, 구슬, (비)봄단장, (맞)(쓰)북새통, (비)슬기주머니, (비)개선장군, 봄빛, (부)모처럼, 모두, 냄새, 부담스럽다, (비)심장, 지청구, 묶다, (비)물거품, 밀어주다, 거저줍다, (맞)(쓰)맏나물/동짇달/잗주름/얻다가, 균열, 대열(隊列), 틀, 극구(極口), 다시다, (비)참새가슴, (관)눈을 의심하다, (속)(비)쇠털 같은 날, 변변하다, 대척점(對蹠點), (시)쪽박은 조각난 바가지 vs. 작은 바가지, (맞)되갚음/대갚음, (맞)비춰/비쳐, (맞)우겨넣다/욱여넣다.
여기서 (맞), (비), (관), (속), (부), (띄), (시), (쓰), (복) 표기는 각각 맞춤법, 비유어, 관용구, 속담, 부사, 띄어쓰기, 시청자 문제, 쓰기, 복합어 문제를 뜻한다.
이번에 7문제가 나온 비유어는 이곳의 다른 게시판에 모아 두었다. 게시판 이름 <우리말 공부 사랑방> 중 <비유어 모음> 항목. 사람을 뜻하는 비유어 외에는 음절수 기준으로 나누어 실어 두었으니, 짬짬이 훑어 두시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예] 출제 빈도가 높은 편인 3음절어들은 이곳에 있다 :
https://blog.naver.com/jonychoi/220770803020
일부 부사들의 바른 표기[표준어]와 뜻 구별 문제도 은근히 까다롭다. 신경 써서 챙겨둬야 할 대목. 내 사전 부록에 【부록2】 주목해도 좋은, 살려쓸 만한 멋진 부사들이란 제목으로 부사들을 따로 모아 두었다. 본래 이 사전의 으뜸 목적은 작가용이어서 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짬 나는 대로 훑어들 두시길!
○ 돌아볼 말들 : 해당 낱말과 관련어 설명을 내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에서 전재한다. 뜻풀이 부분에서의 주기(朱記) 부분은 편집/추가분.
뜻풀이에서도 이번에 출제된 낱말에만 한정하지 말고 관련어들에 대해서도 꼭 훑어두시기 바란다.
[이 글을 처음 대하시는 분들에게 : 내 사전이나 이곳 문제 풀이에서 표제어 뒤에 (•) 표가 붙은 것들은 기출 낱말을 뜻하는 표지이다. ‘아하 이 정도의 말들이 출제되었구나(출제되는구나)’ 하고, 보시면 된다. 시중에 달랑 한 종류가 나도는 기출 문제집은 아주 오래 전, 초기에 출제된 것들만 담겨 있다. 요즘 내용들과는 엄청 거리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주요 낱말 되돌아보기]
극구[極口][부] 온갖 말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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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종류
검은돈[명]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
종이돈[명] ≒지폐(종이에 인쇄를 하여 만든 화폐).
세뱃돈[歲拜-][명] 세뱃값으로 주는 돈.
노잣돈•[路資-][명] ①먼 길을 오가는 데 드는 돈. ②죽은 사람이 저승길에 편히 가라고 상여 등에 꽂아 주는 돈. [유]여비
가욋돈[加外-][명] 정해진 기준/정도를 넘어서는 돈.
뭉칫돈[명] ①뭉치로 된 돈. ②≒목돈(한몫이 될 만한, 비교적 많은 돈).
매끼돈[명] 매끼로 묶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라는 뜻으로, 많은 액수의 돈.
모갯돈•[명] 액수가 많은 돈.
사슬돈≒산전[散錢][명] 꿰거나 싸지 않은 흩어진 쇠붙이 돈이란 뜻으로, ‘잔돈’.
전셋돈[傳貰-][명] 전세를 얻을 때 그 부동산의 소유주에게 맡기는 돈.
나랏돈[명] <經>≒국고금(국고에 속하는 현금).
노랑돈[명] ①예전에 쓰던 노란 빛깔의 엽전. ②몹시 아끼는 많지 않은 돈을 낮잡는 말.
도짓돈[賭地-][명] ①한 해 동안에 이자를 얼마씩 주기로 하고 꾸어 쓰는 돈. ②남의 논밭을 빌려 부친 대가로 해마다 내는 돈.
부좃돈[扶助-][명] ≒부조금(부조로 내는 돈).
보싯돈[布▽施-][명] <佛> 보시로 받은 돈.
시줏돈[施主-][명] 불교에서, 승려나 절에 바치는 돈.
연봇돈[捐補-][명] <基>≒헌금[獻金](주일/축일에 하나님에게 돈을 바침).
벼락돈[명] 뜻하지 않게 갑작스레 많이 생긴 돈.
붙은돈[명] 일정한 액수가 한 닢이나 한 장으로 되어 있어 그중 일부를 뗄 수 없게 된 돈.
시겟돈[명] 시장에서 파는 곡식의 값으로 받는 돈.
까팡돈[명] 까팡이로 돈처럼 동글납작하게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
쌈짓돈[명] 쌈지에 있는 돈이라는 뜻으로, 적은 돈.
주머닛돈[명]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돈.
앞햇돈[명] <經>씨/먹이/거름 따위와 같이 밑천이 드는 비용. 경제표에서 케네가 한 말.
여윳돈[餘裕-][명] 넉넉하여 남는 돈.
종잣돈[種子-]•[명] ①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금융 기관에서 새로이 융자하여 주는 자금. ②어떤 돈의 일부를 떼어 일정 기간 동안 모아 묵혀 둔 것으로, 더 나은 투자/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
체곗돈[遞計-][명] 돈놀이로 쓰는 돈.
해웃돈[명] ≒해웃값(기생, 창기 따위와 관계를 가지고 그 대가로 주는 돈).
허튼돈[명] 쓸데없이 헤프게 쓰는 돈.
시잿돈[時在-][명] 지출을 하고 난 뒤 남아 있는 돈.
월숫돈[月收-][명] 원금과 이자를 다달이 나누어서 갚아 나가기로 하고 빚을 얻어 쓰는 돈.
일숫돈[日收-][명] 본전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며칠에 나누어 일정한 액수를 날마다 갚아 나가는 빚돈.
변릿돈[邊利-][명] 변리를 주기로 하고 빌리는 돈. 또는 변리를 받기로 하고 빌려 주는 돈.
거스름돈[명] 거슬러 주거나 받는 돈. [유]거스름/잔돈/우수리
젓가락돈[명] 예전에, 양반이 기생에게 젓가락으로 집어 주던 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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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단장[-丹粧][명] 온갖 단장. 특히 혼인 때 신부의 머리에 족두리/화관을 씌워 단장하는 일.
꽃단장•[-丹粧][명] 꽃/여러 가지 아름다운 채색으로 꾸미는 단장.
단장[丹粧][명] ①얼굴, 머리, 옷차림 따위를 곱게 꾸밈. ②건물/거리 따위를 손질하여 꾸밈. [유]장식/치장/화장
봄단장•[-丹粧][명] ①봄철에 알맞은 몸단장. ②거리/건물 따위를 봄철에 알맞게 알뜰히 거두는 일의 비유. ③봄철에 아름답게 변한 자연의 모습의 비유.
야용지회[冶容之誨][명] 얼굴을 예쁘게 단장하는 것은 남을 음탕하게 만들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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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명]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경치/분위기. ☞활용 : 봄빛/가을빛/겨울빛
여름 기운 : 여름을 느끼게 해 주는 기운. 또는 그 느낌. ☞[주의] 한 낱말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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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북새질[명]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일. ☞‘승강이/미닥질’ 참조.
법석[명]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
미닥질[명] 밀고 당기고 하면서 복닥거리거나 승강이를 하는 짓.
북새통•≒북새틈/북새판[명]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상황.
북새(를) 놀다[놓다] [관] 여러 사람이 부산하게 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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낌새•[명] 어떤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치. 일이 되어 가는 야릇한 분위기. ☞‘기미/징조’ 참조.
기미•[幾微/機微]/기수[幾數][명] ≒낌새(어떤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치).
징후[徵候][명] 겉으로 나타나는 낌새.
싹수•[명] 어떤 일/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징조.
눈치작전•[-作戰][명] 미리 낌새를 보아 자기에게 유리하게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
냄새•[명] 어떤 사물/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낌새.
암운[暗雲][명]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듯한 낌새의 비유.
기색•[氣色][명] 어떠한 행동/현상 따위가 일어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여 주는 눈치/낌새.
동정•[動靜][명] 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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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먹기•[명] 힘을 들이지 아니하고 일을 해내거나 어떤 것을 차지하는 것. ¶거저먹다•[동]
거저줍다[동] ①아무런 조건이나 힘들임 없이 집거나 얻다. ②(비유) 어떤 일을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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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龜裂][명] ①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 터짐. ②친하게 지내는 사이에 틈이 남. ③추위 따위로 손발이 터짐.
분열[分裂][명] ①찢어져 나뉨. ‘갈라짐’으로 순화. ②집단/단체/사상 따위가 갈라져 나뉨. ③<物>원자핵이 방사능과 열을 방출하면서 다른 원자핵들로 쪼개지는 현상. ④<生>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개체가 둘 이상으로 나뉘어 불어나는 무성 생식. 주로 단세포 원생생물이나 박테리아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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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털 같은 날 ≒쇠털같이 하고많은[허구한] 날 [속]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의 비유.
쇠털같이 많다 [속] 수효가 셀 수 없이 많음의 비유.
쇠털을 뽑아 제 구멍에 박는다 [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쇠털을 뽑아서 다시 제자리에 꽂아 넣는다는 뜻으로, 융통성이 전혀 없고 고지식한 경우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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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하다•[형] ①됨됨이/생김새 따위가 흠이 없고 어지간하다. ②제대로 갖추어져 충분하다. ③지체/살림살이가 남보다 떨어지지 아니하다.
웬만하다•[형] ①정도/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 ②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유]그만하다/변변하다/어지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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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對蹠][명] 어떤 사물/현상을 비교해 볼 때, 서로 정반대가 됨. ¶대척점[명]
대치[對峙][명] 서로 맞서서 버팀.
대치점[對峙點][명] 서로 맞서서 버티는 지점. 또는 의견/입장이 서로 맞서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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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박↔쪽박/알바가지[명] 큰 바가지.
3. 달인 도전 문제
□ 1단계 맞춤법 문제
전체적인 평균 수준이 중급~중상급으로 내려왔었는데 이제는 중급 이하로 내려왔다. 이번에 나온 3문제어는 모두 이곳에서 다룬 것들이고,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에서 모두 다뤄진 것들이다. ‘비추다/비치다’는 다른 책자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아주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 말들.
어휘력 관련 문제어가 꼭 하나 이상 포함되는 것은 이 맞춤법 문제의 특징. 이번 경우 ‘되갚음/대갚음’이 그러한 경우지만, 앞서 누차 말했듯 5회 이상 선을 보인 기출 낱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고난도 낱말이지만, 이 달인 등극을 꿈꾸시는 분들에게는 기본적인 문제어라 할 수 있다. 이번 우승자의 공부 방향과 공부 자료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한두 해 준비해 오신 것도 아닌 터에. 특히 이번 도전자의 경우에는 어휘 부분은 그런 대로인데, 맞춤법 부분은 이 두 가지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북새통’을 ‘북세통’으로 표기하고 ‘대갚음’ 문제에서 실족한 것에서도 엿보이듯.
출제된 것들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말했듯, 모두 기출문제이고, 예전에도 상세 설명을 한 것들이므로,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해당 부분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 그대로 되갚음/대갚음(o)하다.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되갚음 해서야 쓰나: 대갚음해서야의 잘못.
여인의 그 난잡한 화냥질은 첫 사내의 배반에 대한 되갚기에서 비롯되었다: 대갚음의 잘못.
[설명] ①흔히 쓰는 ‘되갚다/되갚기’라는 말은 없는 말. 따라서 ‘되갚음’도 표준어가 아니며 ‘대갚음’이 올바른 말. ‘대갚음’의 동사형은 ‘대갚음하다’이며 ‘대갚다’라는 말도 잘못. 없는 말. ②비슷한 형태로 ‘되받이’가 있으나 뜻은 다름.
대갚음[對-][명] 남에게 입은 은혜나 남에게 당한 원한을 잊지 않고 그대로 갚음.
되받이[명] ①남에게서 얻어들은 말을 또다시 써먹는 일. ②남이 받은 물건을 다시 곧 넘겨받는 일.
- 경험에 비춰(o)/비쳐 볼 때
◈네 양심에 비쳐 봐. 거울에 비쳐 보든지: 비추어/비춰의 잘못. ←비추다[원]
그 사람은 출마 의사를 내비췄다: 내비쳤다(비쳤다)의 잘못. ←내비치다[원]
가로등 불빛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창백했다: 비추인의 잘못. ←비추이다[원]
가로등이 골목길을 밝게 비치고 있다: 비추고의 잘못. ←비추다[원]
햇빛이 쨍쨍 내려비추고 있었다: 내리비추고의 잘못. ←내리비추다[원]
[설명] ①‘비추다’는 ‘비치다’에 비해 적극적으로 빛을 비추거나, 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것. ‘비치다’는 (그 대상만) 환하게 되거나 보이는 것. <예>‘내리비추다/들이비추다’: 적극적으로 빛을 보내는 행위. ‘내려비추다’는 ‘내리비추다’의 잘못 (표준어에서 배제되었음). ②‘비추이다’: ‘비추다’의 피동. ‘비친’(x) 꼴로 잘못 쓰는 예가 흔함. 주의. ‘비추인’(o)이 올바름.
비추다[동] ①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 ¶손전등을 비추다;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루를 비췄다. ②빛을 받게 하거나 빛이 통하게 하다. ¶햇빛에 색유리를 비추어 보았다. ③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다. ④주로 ‘…에 비추어’ 꼴로 쓰여, 어떤 것과 관련하여 견주어 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봐라;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비추어 볼 때, 이건 무리다.
비치다[동] ①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 ¶어둠 속에 달빛이 비치다. ②빛을 받아 모양이 나타나 보이다 ¶그의 늠름한 모습이 비치었다. ③물체의 그림자/영상이 나타나 보이다. ¶문에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화면에 비친 조국 강산이 아름답다. ④뜻/마음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다. ¶언뜻 난감해하는 기색이 비치더니 이내. ⑤투명하거나 얇은 것을 통하여 드러나 보이다. ¶속이 비치는 분홍빛 여자 속옷. ⑥사람 몸속의 피가 몸 밖으로 나오는 상태가 되다. ¶가래에 피가 비치다. ⑦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 ¶내 눈에는 그의 행동이 상사에 대한 아부로 비쳤다. ⑧얼굴/눈치 따위를 잠시 약간 나타내다. ¶집에 얼굴을 비칠 시간도 없다. ⑨의향을 떠보려고 슬쩍 말을 꺼내거나 의사를 넌지시 깨우쳐 주다. ¶동생에게 결혼 문제를 비쳤더니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부로 비쳐질까 봐 조심했다: ‘비칠까 봐’로만 써도 충분함.
[설명] ‘비치다’를 능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여 피동 표현인 ‘-지다’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 ‘비치다’는 그 자체로 ‘누구에게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라는 피동 표현임. 즉, ‘비치다’: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 ¶내 눈에는 그의 행동이 상사에 대한 아부로 비쳤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언행을 조심스럽게 했다; 글씨를 그렇게 흘려서 쓰면 성의 없는 사람으로 비치기 쉽다.
[유사] ‘보여지다’: ‘보이다’의 잘못. ☞상세설명은 ‘이중 피동’ 항목 참조.
- 마구 우겨넣다/욱여넣다(o)
◈책을 그렇게 가방에 우겨넣으면 어떡하냐: 욱여넣으면의 잘못. ←욱여넣다[원]
[설명] ①욱여넣다: ‘주위에서 중심으로 함부로 밀어 넣다’. ‘우겨싸다(x)/욱여싸다(o)’: ‘가의 것을 욱이어 속의 것을 싸다’. ②일부 사전에, ‘우겨넣다’를 ‘억지로 집어넣다’로 풀이하고 있으나, ≪표준≫에는 없는 말.
[참고] ‘욱이다>옥이다, 욱죄다>옥죄다’이며, ‘욱이다/옥이다’는 각각 ‘안쪽으로 조금 우그러지게/오그라지게 하다’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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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출제 수준이 낮아졌음에도 1단계 맞춤법 문제에서조차 실족하는 것은 달인 도전자로서는 명백히 공부량 부족이다. 그런 문제점을 배태하는 것은 문제적 낱말 몇 개만을 다룬 얄팍한 맞춤법 책자로 공부한 탓이 제일 큰 듯하다. 달인의 영광과 상금 3천만 원은 적은 공부량과 얕은 공부로 손쉽게 거머쥘 수 있는, 거저줍기가 결코 아니다.
스스로 실력 점검을 해보면서 띄어쓰기 문제에서 한두 문제 정도 이내로만 추가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요즘 달인 도전자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워낙 기초 실력들이 모자라는 게 눈에 보여서다. 특히 공부량이 엄청 모자라거나 원리.원칙의 이해를 건너뛴 채 낱말 위주의 암기 공부를 하신 분들이 달인에 도전하는 걸 보면 무척 안타깝다. 그건 처음부터 낙방을 전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 풀이 과정을 보면 준비해 오신 내용들이 짐작된다. 달인 도전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은 공부 자료와 공부 방식의 점검을 꼭 해보시기 바란다. 자신의 방식만 고집해서는 맨날 그 자리가 된다.
코로나 사태 바람에 이번 4월 예심 심사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필기시험 후 답안지를 제출하고 그냥 귀가하면, 면접 대상자가 개별적으로 통보되고 전화로 면접을 치른다. 그 때문에 예심 합격자는 다음 주말경 또는 다다음주 초에나 발표될 듯하다.
오늘도 여전히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게 되시길 빈다. 그리하여 영광의 달인 월계관을 꼭 얹게 되시길 축원한다. 속이 꽉 찬 성실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끝]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20년 개정판. 새로 나왔습니다!
-2009년 이후 2019년 후반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습니다.
네 번째의 개정판(751쪽).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합니다.
표준어 표기(맞춤법) 외에 띄어쓰기를 함께 다룬 책자로도 유일하고요.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찬 팀들이 해체된 지도 15 년이 넘는다.
게다가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과 완전히 일치되는 사전은 하나도 없다.
일일이 국립국어원 자료와 맞춰 봐야 한다.
<열공 우리말> 2017
재미있게 슬슬 읽으면서, 12000여 개의 낱말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대할 수 있는 우리말 관련 사항을
딱딱하지 않게, 재미를 곁들여 광범위하게 다뤘다.
어느 페이지를 들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저절로 '오오 그으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말 관련어들의 심층 공부에 뜻을 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