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는 자연장 전도사] <사전장례의향서>의 진화: <이별 준비 노트>로!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20. 9. 22. 05:17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나는 자연장 전도사] <사전장례의향서>의 진화: <이별 준비 노트>로!

작년 9월 이곳에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장례의향서>에 대하여 소개한 바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낱장짜리인데 마치 표창장 등과 같이 장중한 양식에다 표기 내용에도 '염습'이나 '삼우재/사구재'와 같은 무거운 표현들이 들어가 있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1662558890]

2019년판 사전 장례 의향서(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번에 새로 발표된 시안은 다음과 같다. 일견 크게 진화한 모습이어서 우선 반갑다.

우선 낱장짜리에서 접혀 있는 리플릿(leaflet) 형태로 바뀌었다. 펼치면 4쪽이 된다. 내 눈에 띄는 것들은 다음의 네 가지다.

1. 디자인

전에 단색이 사용되고 표현이나 내용 등이 장중하던 것들이 전부 바뀌었다. 전체적인 색조가 맑고 밝다. 특히 내지의 소항목 등에서도 배경색으로 파란색을 사용한 게 상찬감이다. 죽음이라는 무겁고 칙칙한 주제를 그처럼 맑고 밝게 처리한 게 참 마음에 든다.

특히 표지의 하늘과 나무, 잔디의 단순 배치는 여러모로 빼어나다. 죽음 이후의 하늘나라와 이승에 뿌리 내리고 있는 자신의 육신 등을 모두 파란색과 녹색으로 처리하여 녹색이 지니고 있는 포용/재생/식물성의 부드러움으로 영면의 안온함... 등을 잘 상징하고 있다. 파란색 역시 죽음과 장례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맑고 가볍게 하고, 죽음 이후의 저승(하늘나라)에 대한 기대를 그런 쪽으로 이끌어서, 죽음을 무겁고 어두운 것으로만 여기기 쉬운 데서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효과가 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는 이 한 장의 그림으로 자연장에 대한 홍보 효과를 은연중에 거두고 있는 것 또한 궁극의 목적 달성에 일조하고 있다.

단점도 엿보인다. 우선 마지막 쪽인 4쪽에 보이는 사진 부착 건이다.

이것이 리플릿(leaflet) 형태로 제작될 듯한데 그러려면 부착용 사진을 별도로 인화하여 준비해야 구색이 맞는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요즘 세태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인화된 사진을 준비하거나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대부분은 공란으로 남겨질 소지가 많다. 아이디어는 좋으나 실행/이용 시에는 인화된 사진 준비와 관련하여 실천 사례가 드물 듯한 우려가 있다.

2. 표준 표기 문제 : 띄어쓰기/맞춤법 오류

내지 표기엔 여러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그중 가장 문제적인 것은 표준 표기(띄어쓰기/맞춤법)와 어긋나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하하하).

우리말에서 한 낱말로서 붙여 쓸 수 있는 것은 사전에 표제어로 오르는 복합어에 한정된다. 즉 복합어일 때만 1낱말로 인정되어 붙여 적을 수 있다. 단, 사전에 모두 올라있지 않더라도 법정 용어는 전문용어의 대우를 받아 한 낱말로 적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래의 것들은 검토가 필요한데, 즉시 수정해야 할 것들도 세 가지나 된다.

즉시 수정해야 할 것들: '발자욱(x)/발자국(o), '한가지(x)/한 가지(o), 품위있는(x)/품위 있는(o)

- '발자욱(x)/발자국(o): 표준어 규정 2장 4절 17항. '발자욱은 버리고 발자국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 '한가지(x)/한 가지(o): 붙여 적으면 '같은 것(=매한가지)'이라는 뜻이 되어, 하나의 것이라는 의미와는 달라짐.

품위있는(x)/품위 있는(o): '품위있다'라는 한 낱말의 형용사는 없음. 따라서 '품위 있다'로 띄어 적어야 함.

'자신있다' 등도 '자신 있다'로 띄어 적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임.

검토 대상: '장례방법(x)/장례 방법(o), '이별준비노트'

- '장례방법(x)/장례 방법(o): 법정 용어(전문용어)나 고유명사, 복합어가 아닌 경우는 띄어 적어야 함. 단, '장사시설/화장시설' 등과 같이 법정 용어(전문용어)로 법규에 명시된 것들은 복합어가 됨.

- '이별준비노트'의 띄어쓰기 문제 : 이것은 준고유명사 격이기도 해서 극단적으로 관용할 경우는 붙여 적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명백한 고유명사는 아직 아니므로, 가독력 향상을 위해서도 '이별준비 노트' 정도로 중간 형태를 사용했으면 어떨까 싶다. 현행 맞춤법 규정상으로는 '이별 준비 노트'가 돼야 한다.

3. 법적 검토 필요 부분 : 산골(散骨)

현행 장사법('장사에 관한 법률'의 약칭)에서는 '매장/화장/봉안/자연장' 등만을 적법한 것으로 정하고 있다(2조). 즉 모든 시신/유골은 땅속에 묻는 방식들이다. 유골을 땅에 묻지 않고 흩뿌리는 산골은 관습적으로 행해져 오는 사이에 묵인되고 있지만, 상수원 지역에서의 산골은 법으로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산골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해양장 쪽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불법시하고 있어서 관련 단체들이 여러 해째 그 해제를 위해 로비를 하고 있고, 실제로 해양 산골을 할 경우에도 단속을 피해 먼바다로 나가서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를 국가기관 문서에 표기하면 해양 산골을 부추기는 결과도 될 수 있으니, 이 점에 관해서는전문적인 법적 검토를 거친 후 해당 내용 산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4. 자연장 중 '정원형' 누락

현재 사설 자연장 가족장지의 대부분은 정원형으로 돼 있다. 물론 허가를 받은 것들이다. 또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자연장지 중 많은 곳에서도 정원형이 채택되고 있다. 일례로, 충북 옥천군에서 설치한 자연장지는 전체가 정원형 가족장지로만 돼 있다.

따라서 자연장 가족장지의 기본 틀이 되다시피하고 있는 정원형도 함께 넣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래 사진은 제주도에서 설치 운영 중인 공설 자연장지 중 정원형을 촬영한 것인데, 겨울 초입이어서 좀 썰렁하긴 하다. 나 역시도 자연장 가족장인데 그 형태는 정원형이다.

-온초 생각[22 Sep. 202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