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소개했던 바오밥나무다.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녀석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원산으로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자란다.
온대 지역에서 가꾸려면, 커다란 온실이 필요하다.
그런 녀석들을 영등포에서 보았다고?
위에 보인 두 녀석들의 원본(?)이다. ㅎㅎㅎㅎ
저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는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것들보다 압도적이다.
크기와 늠름함에서 단연 최고이고
무엇보다도 수피가 매끄럽다.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녀석들을 군집 형태로
한곳에서 접할 수 있다.
이름하여 바오밥나무 길.
이처럼 멋진 모습들이다.
저 녀석들을 보면, 神이 화가 나서 저 나무를 뽑아 거꾸로 심었다는
재미있는 설화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뿌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하고도 남쪽 끝 쪽의 구석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려면 우선 프랑스 파리로 간 다음
거기서 남아프리카공화국행 뱡기로 바꿔 타고 가서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게 가장 빠르고 편하다.
뱡기 시간대를 제대로 못 잡으면 하루도 더 걸리고
잘 잡아도 빠듯하다.
나는 행운아였다.
업무상 알게 된 남아프리카의 사내 하나가
(그는 남아공 월드컵 때 모든 경비를 자기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나를 초청할 정도로, 아주 정이 많은 사내...)
내가 나무와 풀꽃에 관심한다는 것을 알고는
출장차 들렀을 때, 저 바오밥나무 얘기를 했다.
내가 누군가. 일욜의 사냥* 일정을 얼른 바꾸고는 날았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녀석들의 실물을 대할 수 있었다.
몇 해 전의 일이다.
(*주 : 남아공에서는 유료 사냥터에서 대형 동물들까지 사냥이 가능하다.
미리 사냥 대상을 정하는데, 동물 종류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이 다르다.
사냥 후 뿔, 가죽 등을 반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울 나라 반입이다. ㅎ)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대한 녀석들의 모습을 영등포에서 대했다.
그것도 어느 식당 입구의 벽에서.
(식당 안은 주방까지 쳐도 30여 평이나 될까 싶은 조촐한 곳인데
들어가는 입구에 몇 평을 할애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사연을 물어보니, 아 그곳의 사장님이
한 해에 두어 번씩 세계 곳곳의 오지나 특색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으신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여사장님께서.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데도 그날 그 사장님은 잠깐 외출 중이라 뵙지 못했다.)
그리 놀라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맞은편 벽 쪽을 보니
(그 식당에 들어갈 때는 그저 그런 꾸미개일 것이려니 했다.)
동천(潼川)에 관한 내력을 전체(篆體)로 적어 놓은 대형 탁본이 있었다.
그 또한 범상치 않은 녀석.
내 기억엔 중국 서안의 비석 글 모음터인 비림(碑林)에 그게 있었다.
나 또한 일부러 짬을 내어 그곳 비림을 서너 번 넘게 찾았음에도
몇백 개가 넘는 그 비석들을 죄다 훑지 못한 아쉬움에
그곳에서 파는 비림 탁본 전집 6권을 낑낑거리며 사들고 왔었는데...
*
세상에는 참으로 멋진 분들이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저마다 아주 독특한 삶으로
주변을 밝게 하거나, 조용히 사람들의 등불이 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년 후 시골살이로 전환하여 특작물의 대가 농부가 되신 어느 교수님.
30여 년 전 불현듯 탈도시를 감행하여 이 나라 체험 학습의 효시가 된
강원도의 사(私)교육가. (그는 내 지인의 동생이자 후배).
과격파 학생운동가에서 목사를 거쳐
이제는 대안학교의 교장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내 친구 하나도
그런 데서 빠지지 않는다.
그런 이들을 꼽아도 책 한 권이 차고 넘친다.
(참, 나중에 그런 이들 이야기를 한번 모아 봐야겠다. 살아있는 교범이므로...)
영등포 맛집 하나에 들렀다가
맛있는 식사와 더불어 저런 기쁨을 맛보는 일.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한다.
진짜배기 영양식을 나는 그날도 공짜로 얻어 먹었다.
참으로 알차게 살아가는, 마음이 통하는 스승님 덕분에.
세상은 한쪽에서 비틀어대고 쥐어짜고 회색 칠을 해대도
잘 드러나지 않는 스승들 덕분에 새벽이 오곤 한다.
어떻게 해도 세상이 밝아지는 것은
그런 새벽이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Ja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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