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서 3년을 머물 때, 우리와 함께 한 것들 중에
두꺼비도 있었다. 토토, 방글이, 싱글이 외에도.
바로 이 녀석이다.
이사 첫 해, 늦봄 무렵에 텃밭에서, 마루와 비슷하게 아래 공간을 띄운 베란다 아래쪽으로 어슬렁거리며 움직이는 녀석을 대했다. 아침 저녁으로. 유심히 관찰했더니 녀석은 저녁 무렵이면 6쪽으로 나누어 놓은 텃밭 중 내 소관인 당귀 밭으로 움직였다. 그 안에서 놀고 먹고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옆의 마나님 소관인 배추 밭이나 내 소관인 도라지 밭 등도 제 영역이었을 듯하고... 그리곤 아침이면 베란다 아래, 마루 밑처럼 띄워 놓은 공간에 쌓아놓은 장작 토막들 아래로 들어가셨다. 아마도 낮엔 활동을 멈추시고 쉬시는 모양... 그렇게 해서 세 해를 함께 지냈다. 회사원 생활을 접고, 장모님 병간을 위해 이곳 파주로 허겁지겁 떠나온 지도 벌써 두 해 반이 넘었다. 이제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니 녀석 생각이 난다. 흔히 말하는 업두꺼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현물 재물로 우리에게 재산을 늘려 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우리에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큰 재산을 주었다. 농가 주택 구입과 개조 경험. 그리고 우리 손으로 원두막도 짓고 대형(12자 x 12자) 평상도 우리 손으로 뚝딱거려 만들었다. 거기에 텃밭을 이용한 농사 연습과 100종을 채웠던 온갖 풀꽃과 나무 가꾸기. 연탄 화덕을 이용하여 수시로 생선/떡/고기 구워먹고 드럼통을 반으로 쪼갠 야외 바베큐 기구는 그 얼마나 애용되었던가... 왼쪽 사진은 농가 주택 구입 시 집 바깥에 있던 소형 창고 겸 간이 화장실. 집 뒤편으로 두 칸짜리 창고가 또 하나 있기에 우리는 즉시 그걸 철거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토토(스탠더드 푸들), 방글이, 싱글이(몰티즈 종)를 위한 집을 지었다. (오른쪽 사진) 이쁘게 펜스를 만들고, 조립식 장난감 가게에 가서 가장 큰 어린이집을 사다가 토토 녀석의 집으로 삼고, 방글이를 위한 집도 넣어 주었다. 여름철 햇볕 더위에 고생하시지들 말라고 파라솔까지 비치하고. 그랬더니 동네 사람들이 개 집이 아니라 <개 별장>이라고들 했다. ㅎㅎㅎ 왼쪽은 우리 손으로 지었던 쉼터(원두막). 4면에 천막 비닐로 커튼을 만들어 비가 오면 내려 가릴 수 있도록 머리도 썼다. ㅎ 그 안의 평상은 6자짜리 두꺼운 베니어 두 장을 이어 붙여 통판으로 만든, 무지막지한 자가 제작 평상. 얼마나 무거운지 장정 넷이서도 간신히 들 정도. (저 원두막 공사를 하느라, 내 오른손 약지 둘째마디의 인대가 늘어났당.) 오른쪽 모습이 이른바 그 '개 별장'이다. 당진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그립다. 집, 텃밭, 바닷가, 맛난 음식점들, 앞뒷산의 고사리와 창출, 늘 와서 머물던 직박구리와 어치(산까치)... 그리고 이렇게 불쑥 떠오른 두꺼비까지도. 답답해서 성에 안 차는 아파트와 콘크리트 세상에 갇혀 지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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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2?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거나 보살펴 준다고 하는 동물/사람. 이것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함.
업구렁이≒긴업? 집안의 재산을 늘려 준다는 구렁이.
텃구렁이? ‘업구렁이’의 잘못. 일부 사전에서는 표준어로 잘못 게재!
지킴이*? ①한 집/마을, 공동 구역을 지켜 주는 신. 집 지킴이에는 터주신, 조왕신 등이 있고, 마을 지킴이에는
장승과 짐대 따위. ②‘관리자’를 달리 이르는 말.
집지킴? ①도둑이 못 들어오도록 집을 지키는 개/거위 따위의 짐승. ②집터 안에서 살거나 지붕에서 사는 구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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