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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와 ‘-스럽다’의 차이 : '남자는 사내다워야지 여자스러워서야.' 여성에게 여자스럽다고 하면 결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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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22. 9. 1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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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와 ‘-스럽다’의 차이 : '남자는 사내다워야지 여자스러워서야.' 여성에게 여자스럽다고 하면 결례다 

 

‘남자는 사내다워야지 여자스러워서야 어디...’

 

가부장제의 힘이 강건할 때 흔히 듣던 말이다. 요즘엔 어디서 함부로 그런 소릴 내놓고 하다가는 여성들의 무릿매(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덤비어 때리는 매)를 불러들이는 짓이 되지만.

 

아래의 예문에는 그 의미가 비슷하면서 다르게 쓰인 접미사 ‘-답다’와 ‘-스럽다’가 들어 있다. 이 두 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답을 알려면, 또 다른 예문들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문 1] 꽃다운 꽃; 과연 지도자/여장부답다 

 

여기서 보듯, ‘답다’는 성질 또는 특성/자격이 있음을 뜻한다. 

 

[예문 2] 복스럽게도 먹는다; 그 아이는 어른스럽다; 그건 바보스러운 짓이야

 

예문에서 보듯 ‘-스럽다’ 역시 ‘그러한 성질이 있음’을 뜻하는 접미사다. 

 

그렇다면 두 말은 아무 때나 구별 없이 쓰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아래에 잘못 쓰인 문장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답이 조금 보인다.

 

[예문 3] 그 아이는 어른답다; 그 바보 녀석은 하는 짓이 정말 바보스럽다. 

 

쉽게 정답을 찾아내긴 어렵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들은 받으셨으리라.

‘-답다’나 ‘-스럽다’는 둘 다 어떤 성질/특성/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뜻하는 건 같은데, 쓰이는 환경이 다르다. ‘-답다’는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을 전제로 하여 쓰이고, ‘-스럽다’는 부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답다’는 처음부터 ‘X는 Y다’를 전제로 하고, ‘-스럽다’는 ‘X는 Y가 아니다’라는 걸 전제로 하여 쓰인다. 위의 예문 3을 보자. 아이는 어떻게 해도 어른이 아니다. 또 바보는 어떻게 해도 바보다. 바보인 한은 바보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아이=어른을 전제로 하여 쓰이는 ‘답다’를 쓰면 말이 안 된다. 따라서 '그 아이는 어른답다'는 부적절한 표현이고 ‘그 아이는 어른스럽다’라고 해야 한다.

 

‘바보스럽다’라는 말은 바보가 아닌 사람이 바보스러운 짓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즉 애초부터 바보인 사람은 바보다운 것이지 바보스러운 게 아니다. 따라서, '그 바보가 하는 짓을 보니 과연 바보답다; 멀쩡한 사람이 어째 그리 바보스러운 짓을 하는고?'처럼 쓰여야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확실히 구분들이 되셨는지. 제목에 쓰인 예문으로 돌아가 익힌 내용을 활용하여 종합 복습을 해보자. 

 

‘남자는 사내다워야지 여자스러워서야 어디...’

 

남자=사내이므로 남자는 ‘사내다워야지’를 써야 하고, 남자≠여자이므로 ‘여자스러워야’를 쓴 것이다. ‘-답다’와 ‘-스럽다’는 사용 환경에 따라서 이렇게 구분해서 써야 바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당신은 참 여자다워’라고 하는 말은 적절하지만, ‘당신은 때로 여자스러워’라고 해서는 자칫하면 따귀도 맞는다. 여자답지 않은 사람이 꾸며서 여자스럽게 보이려고 한다는 뜻도 될 수 있으므로. 

언어가 그 사람이다! 여성에게 여자스럽다고 말하면 그건 결례다. 진정으로 남자다우려면 말도 제대로 가려서 해야 한다. 진짜 남자는 언어에서도 다르다. 인기 영화들은 그 대사들에서 유독 빛나듯.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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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초[10 Sep.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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