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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하관이 빠르다"? 하관은 '빠르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다. '빨'거나' 뾰족하거나 길 뿐이다. '빨다'가 기본형, '길다'의 활용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맞춤법 택배 서비스

by 지구촌사람 2022. 9. 1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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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하관이 빠르다"? 하관은 '빠르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다. '빨'거나' 뾰족하거나 길 뿐이다. '빨다'가 기본형, '길다'의 활용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사진> '하관'은 대체로 노란색 아래 부분을 이른다. 몹시 하관이 '빤' 얼굴이다.

'하관'에는 ‘빨다’를 쓴다. ‘빠르다/빠지다’는 잘못이다.

‘하관(下觀)’은 광대뼈를 중심으로 얼굴의 아래쪽 턱 부분을 이르는 한자어다. 한자 표기대로 보자면 ‘관(觀)’이 광대뼈이니 하관(下觀)은 ‘광대뼈 아래’를 뜻한다. 위 사진에서 노란색 아래쪽을 주로 이른다.

 

이 ‘하관’을 두고, ‘하관이 든든하다/하관이 넓다/하관이 뾰족하다/하관이 갸름하다/하관이 가늘다’ 등으로도 표현하지만, 주로 쓰는 것은 ‘하관이 빠르다’ 쪽이다. 턱이 뾰족할 때 주로 쓰는데 (예: ‘하관이 빠른 그녀는 그 때문에 더욱 강퍅해 보였다’) 예문에 쓰인 ‘빠른’은 잘못이다. 백만 명 중 999,990명 정도가 실수하는 표현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하관이 ’이 바른 표현이다. 주걱턱이란 ‘턱이 주걱 모양으로 길고 빨며 끝이 밖으로 굽은 턱’이라고 적을 때처럼, 기본형 ‘빨다의 바른 활용형을 적어야 한다.

 

‘빨다’는 ‘끝이 차차 가늘어져 뾰족하다’를 뜻하는 형용사다. ‘빨고/빨아/빠니/빠오/빤’ 등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이걸 ‘빠르다’로 적으면 잘못이다. ‘빠르다’에는 ‘끝이 차차 가늘어져 뾰족하다’의 의미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빠르다’ 대신에 흔히 쓰는 동사 ‘빠지다’도 잘못이다. ‘빠지다’의 의미 중 이와 가장 근접한 것으로는 아래의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 어디에도 ‘끝이 차차 가늘어져 뾰족하다’를 뜻하는 건 없다.

 

1. 원래 있어야 할 것에서 모자라다. ¶구백 원이면 천 원에서 백 원이 빠진다.

2. 살이 여위다. ¶며칠 밤을 새웠더니 눈이 쏙 들어가고 얼굴의 살이 쪽 빠졌다.

3. 남이나 다른 것에 비해 뒤떨어지거나 모자라다. ¶그의 실력은 다른 경쟁자들에게 빠지지 않는다.

 

‘빨다’의 올바른 활용형이 어려운 게 문제: ‘길다’를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 ‘빨다’의 활용형 표기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관이 빠르고/하관이 빨라/하관이 빠르니/하관이 빠른’는 각각 ‘하관이 빨고/하관이 빨아/하관이 빠니/하관이 ’의 잘못이다. 가장 흔히 틀리는 부분이 ‘빨고/빨아/빠니/빤’ 쪽이다. 이 활용의 이해에서는 ‘길다’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길고/길어/기니/긴’을 떠올리면 알기 쉬워진다.

 

그런데 이러한 오용 사례가 어법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에게서만 보이는 건 아니다. 이 나라의 표준 어법 관리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표준어 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도 제대로 걸러지고 있지 않다. 다음과 같이 ‘빠지다’로 잘못 표기된 것들이 예문에 등장하는가 하면, 제대로 된 것도 나온다.

 

[오용 사례]

- 하관이 쪽 빠진 갸름한 얼굴. → 쪽

- 그 사람은 하관이 갸름하게 빠졌다. → 갸름하다

 

[바른 사례]

- 훈은 훈대로 아까부터 빤 하관의 위아래 턱을 떡떡 마주뜨리고 있었다. → 마주뜨리다 <<황순원, 카인의 후예>>

- 하관이 빤 갸름한 얼굴에 콧날이 준수한 그는 간잔지런하게 기른 코밑수염이 이미 반백이었다. → 코밑수염 ≪김원일, 불의 제전≫

 

이 <표준국어대사전>의 허술한 관리 문제는 이 밖에도 무수한데, 여기서 다룰 사안이 아니기에 건너뛰기로 한다.

 

​문제의 해결은 쉽다. ‘빨다’ 대신 ‘뾰족하다’를 쓰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하관이 빨다’에서 활용되는 ‘하관이 빤/하관이 빨고/하관이 빠니/하관이 빨아’ 등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몹시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하관’도 흔히 쓰이는 말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빨다’는 요즘 거의 이런 뜻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발굴해서 고집스럽게 쓰려는 경우가 아니면, 대하기 힘들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하관'이나 '빨다'를 쓰지 않고 쉬운 다른 말로 바꿔 쓰면 된다. 예를 들면 ‘턱이 뾰족하다’라든가 ‘턱이 갸름하다’ 등으로 쓰면 된다. 우리말의 다양한 어휘를 살려 쓰는 것은 좋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른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말이라면 바꿔 쓸 필요가 있다.

 

-溫草 최종희[11 Se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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