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볕뉘'는 있지만 '별뉘'는 없는 말이다

맞춤법 택배 서비스

by 지구촌사람 2022. 10. 13. 06:05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볕뉘'는 있지만 '별뉘'는 없는 말이다

어느 분으로부터 '별뉘'란 말이 있느냐, 쓸 수 있는 말인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답부터 말하자면 그런 말은 없고 굳이 억지 조어를 한다면 '별 뉘'로 띄어 적어야 한다. 띄어 적어도 비표준어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사진: 질문의 대상이 되었던 실제 표기 사례 '별뉘'

 

'뉘'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누구'를 예스럽게 이를 때의 '뉘'를 제외하고서다.

우선 ''는 '쓿은쌀* 속에 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채로 섞인 벼 알갱이'를 뜻한다. 예전엔 정미소에서 벼를 정미(기계 따위로 벼를 찧어 입쌀을 만듦)하면 제대로 찧어지지 않아서 그런 뉘가 섞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뉘를 손으로 골라내기도 했다. '일 못하는 며느리, 뉘를 고르라 했더니 돌만 고른다'라고 할 때의 뉘가 바로 그런 벼 알갱이를 뜻한다.

'뉘'에는 아주 작은 것, 작지만 은밀한 것 등을 뜻하는 의미가 밴다. 그래서 ''가 '자손에게 받는 덕'을 뜻하게도 되었다 .아름다운 우리말 '볕뉘'가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볕뉘'의 관련어로 '볕살'도 있지만, 단순히 '햇볕의 따뜻한 기운'만을 뜻하기 때문에 '볕뉘'와 같은 심층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는 없다.

세 번째로 '뉘'는 세상(일생)을 뜻하기도 한다. 본래 이 뉘는 세상이나 때를 뜻하는 고어였다. 다만 현재는 독립적으로 쓰이지는 못하고 그 앞에 꾸밈의 형태소가 온다. '한뉘(살아 있는 동안)', '뒷뉘(앞으로 올 세상)' 등이 바로 그러한 말들이다.

그렇지만 '별뉘'로 적어서 '별 세상'이나 '별의 일생'의 뜻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우선 사전에 없는 말(비표준어)이고, 유통성이 낮으며,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표준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언중들의 관행상 역사성(오랜 사용), 분포, 수용성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하는데, 그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별뉘'는 사제(私製) 언어로서 권장할 말은 아니다. 더구나 의미 특정이 돼 있지 않아서 주관적이며 유동적이다. 별의 뉘(벼 알갱이)인지, 별의 세상(일생)인지 불명확하다면 언어의 기본 요건인 소통력에서부터 문제가 된다. [추기: 이 말을 문의해 오신 분이 알려주신 바로는 어떤 이가 '별뉘 내리는 시의 세상에서'로 썼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로 썼는지 나도 답답...]

정리한다. '볕뉘'는 살려 쓸 아름다운 우리말이지만, '별뉘'는 억지 조어에 속한다. 고어와 뿌리를 대고 있는 '한뉘'와 '뒷뉘' 등은 아름다운 우리말이라 할 수 있다.

[참고] '쓿은쌀'에 보이는 '쓿다': ‘찧다’와 ‘빻다’, ‘쓿다’는 어떻게 다른가?

'찧다'와 '빻다'는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쓿다'는 흔히 대하기 어려운 말이다 보니 그 정확한 뜻풀이도 쉽지 않다. 이 세 말의 뜻풀이를 아래에 보인다. 졸저 <열공 우리말>에서 상세히 다룬 것들이기도 하다.

찧다: 곡식 따위를 잘게 만들려고 절구에 담고 공이로 내리치다. ¶보리쌀을 찧어서 죽을 쑤다.

빻다{빠ː타} : 물기가 없는 것을 짓찧어서 가루로 만들다. ≒제분하다. ¶고추를 빻다.

쓿다{쓸타}: 거친 쌀, 조, 수수 따위의 곡식을 찧어 속꺼풀을 벗기고 깨끗하게 하다.

                                       -溫草 최종희(7 Oct. 2022)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