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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말, 다른 뜻(1): 지양/지향, 승부/승패, 이따가/있다가, 일절/일체, 난도/난이도, 도저하다/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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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22. 11. 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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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말, 다른 뜻(1): 지양/지향, 승부/승패, 이따가/있다가, 일절/일체, 난도/난이도, 도저하다/도저히

1.'지양[止揚]'과 '지향[志向]'

위의 예문에 쓰인 지향[志向]의 의미 외에 또 다른 지향[指向] 도 있다. '지양/지향1/지향'2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양[止揚]의 주된 의미는 '무엇을 하지 않는다'다. 

지양[止揚]: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

지향[志向]: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함. 또는 그 방향이나 그쪽으로 쏠리는 의지. ¶평화 통일 지향은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지향[指向]: 작정하거나 지정한 방향으로 나아감. 또는 그 방향. ¶길을 잃고 지향 없이 헤매다.

2. '이따가'와 '있다가': '이따가'는 부사이고, '있다가'는 용언의 활용형이다

3. ‘일체(一切)’와 ‘일절(一切)’: 같은 한자를 쓰지만 뜻은 정반대로 긍정과 부정 쪽으로 나뉜다

우리말에는 같은 한자어라도 상황에 따라 음을 다르게 읽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一切’이다. 한자 ‘切’에는 ‘모두 체’와 ‘끊을 절’이라는 각기 다른 뜻과 음이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일체’로 읽을 때도 있고 ‘일절’로 읽을 때도 있다. 

‘일절’과 ‘일체’를 혼동하여 쓴 대표적인 예로 ‘안주 일절’이라는 표현이 있다. 많은 음식점에서 ‘모든 안주를 모두 취급한다’는 뜻으로 ‘안주 일절’이란 표현을 쓰지만, 잘못이다.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명사가 아닌 부사다. 모든 안주를 취급하는 음식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을 뜻하는 명사 ‘일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 ‘일절’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일체’는 단어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절’은 부정적인 표현에 어울려 쓰이는 부사라는 것을 기억해 둔다면 쉽게 구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체’: ‘그는 재산 일체를 학교에 기부했다’, ‘이 가게는 음료 종류의 일체를 갖추고 있다’ 

‘일절’: ‘출입을 일절 금한다’, ‘그는 연락을 일절 끊었다’ 

4. '승부[勝負]'와 '승패[勝敗]'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말들이어서 상황에 맞게 쓰면 된다. 하지만 심층적으로는 그 결이 약간 다르다. 

승부[勝負]는 단순히 '이김과 짐'을 뜻한다. 행위명사로서 그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 순우리말로는 그래서 '겨루기'로 표현한다. 심층적으로는 이 말은 일본어 투에 속한다. 勝負는 쇼부[しょうぶ]’라는 일본어에서 왔다. 그래서 흔히 쓰는 ‘진검 승부[眞劍勝負, しんけんしょうぶ]’라는 일본어 투 용어를 ‘생사 겨루기’로 순화했다.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승부가 나다/승부를 가리다/승부를 내다/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승패[勝敗]는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결과를 뜻하는 추상명사다. 즉, 승부가 겨루기라는 과정 중심의 행위명사인데 비하여 승패는 결과 중심의 추상명사로 다음과 같이 쓰인다. ¶승패가 갈리다/승패를 가르다/승패를 결정하다/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그럼에도 이 두 말은 비슷한 말이다. 위에 적은 대로 상황에 어울리게 적절히 사용하면 된다.

5. '난도(難度)'와 '난이도(難易度)'

이곳에서 여러 번 다룬 말 중 하나다. 

수능이 치러지면 출제위원장이 나와서 출제 경향 등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자 난이도가 높은 문제[고난이도 문제]의 출제를 줄였습니다' 등으로 말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말인데, 매년 되풀이된다. 그것참... 출제 능력을 의심케 하는데, 그가 국어 전공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수능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들 중 2/3 이상도 이런 표현을 해댄다.

난도[難度]는 '어려움의 정도'만을 뜻하고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아울러 뜻한다. 따라서 위의 밑줄 친 부분의 발언은 '고난도 문제(또는 난도가 높은 문제)' 가 되어야 말이 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용례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난이도 배치에도 신경을 썼습니다(o); 학생들이 난이도(x)/난도(o)가 높은 문제에서 고생들을 했을 겁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만 어쩔 수 없이 난이도(x)/난도(o)가 높은 문제를 극소수 출제했습니다; 체조에서 저 기술은 난이도(x)/난도(o)가 높은 기술이어서 추가 점수를 받습니다.

6. '도저(到底)하다'와 '도저(到底 )히': 같은 한자를 쓰지만 쓰임은 매우 다르다

'선생의 학문은 도저해서 후학들이 따라잡으려면 십수 년 이상 걸릴 듯'

이때 쓰인 '도저하다[到底-]'는 일상적으로 대하기는 어려운 말이지만, 이따금 쓰이기도 하는 고급 낱말이다. 

'도저하다[到底-]'는 '1.학식/생각/기술 따위가 아주 깊다. ≒심오하다/심원하다. 2.행동/몸가짐이 빗나가지 않고 곧아서 훌륭하다. ≒반듯하다'를 뜻하는 말로, 흔히 위의 예문에서처럼 쓰인다. 그럴 때는 대체로 '심오하다/심원하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어근에 부사화 접미사 '-히'를 붙이면 다음과 같이 그 의미가 딴판이 되어, '도무지' 등과 비슷하게 된다. 저 위에서 다룬 일절/일체와는 또 다른 형태의 의미 분화라 할 수 있다. 

 

도저히[到底-]: 아무리 하여도. ≒당최/도무지. ¶내 재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우리말에는 '어 다르고 아 다르다'를 넘어서는 말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기회 되는 대로 계속해서 다루려고 한다.

- 溫草 최종희(27 Nov. 2022)

[참고] 모든 그래픽의 출처는 국립국어원의 웹진 <쉼표,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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