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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꼭 기억해주자 : 명절을 ‘반납’한 백만여 명을!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9. 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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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꼭 기억해주자 : 명절을 반납한 백만여 명을!

 

추석이나 설 때면 고속도로에 차량이 넘친다. 그런 차들이 꼭 거치는 곳, 요금소다. 거기에는 여인들이 있다. 명절을 집에서 쇠지 못하고, 24시간 3교대로 자리를 지키는 이들. 전국의 요금소 336개소에서 약 1500명 정도가 명절날에도 밖에서 일을 하면서 지낸다.

 

 

(사진) 2015년 추석. 남청주 톨게이트에서 추가 서비스까지 하는 근무자들.

 

이처럼 인원으로 보면 얼마 안 되지만, 명절임에도 꼭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들은 아주 많다. 몇 군데의 예를 들어보자. 등대원(항로표지관리원, 163), 국립공원 근무자들(300여 명), 지방기상청 산하의 49개 기상대( 측후소’)를 지키는 기상관측원 200여 명 외에, 서울의 '다산콜센터'와 경기도의 120과 같은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이 기업고객센터를 포함하면 1000여 명에 이른다. 콜택시 사업소의 상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부분적인 예에 불과하다.

 

명절날에도 우리는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있고, 기차나 비행기를 탈 수 있으며, 귀향길을 오가면서 여객선을 탄다. 급한 화물은 휴일에도 도로를 달린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음식도 먹고 기름도 넣는다. 이러한 운송 업무에 직접 종사하는 이들 외에도 운송보조업(공항 및 부두, 선착장, 휴게소/주유소 근무)에 종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국의 주유소만도 11000여 개가 넘는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휴일에 근무하는 이들만도 25만 명이 넘는다. 극장/놀이터 등의 위락시설/유람시설 근무자들도 손님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출근하고, 그 부속시설에 근무하는 이들 또한 같다

 

병원 응급실은 연중무휴이고 병실이나 요양원 등에서 명절을 맞는 입원 환자들 곁에는 의료인들이 있다. 전국의 종합병원 391개소, 병원 1,212개소, 요양병원 867개소 등에 머물면서 명절을 밖에서 쇠는 이들이 3 ~6만여 명이나 된다. 철창 없는 죄수 생활이나 마찬가지인 교도관들(5천여 명) 역시 명절이라고 해서 집에서 머물지 못하고, 호텔/모텔은 연휴에도 영업을 한다. 현재 관광호텔업종에 18만여 만 명이 직장을 갖고 있고, 객실 수 2.5만 실을 넘기는 모텔은 8천여 명 이상의 일터다. 3만 개를 넘기는 편의점 또한 마찬가지이고, 명절날 오후부터 문을 여는 음식업종도 적지 않다.

 

교사들의 숙직제도가 없어진 11,000여 개의 각급 학교에는 예전에 수위라고 부르던 이들이 명절날에도 학교 지킴이 당직실에서 머문다. 14만 채를 넘기는 아파트 경비원들 또한 연중무휴다. 해외 근로자에 속하는 해외파견 근무자, 원양어선 조업원, 해양 선박 종사원들 역시 바깥에서 머문다. 외항운송선에서 일하는 이들만도 만 명쯤 된다. 16만여 명에 이르는 육상 경찰 + 해양 경찰 + 소방관들은 어떻게 해도 연휴 근무에 반드시 뽑히게 마련이다. 전력/상하수도와 같은 필수 기간시설에 근무하는 이들 또한 사정은 같다. 1.3만 명 이상이 명절에도 근무를 한다. 그 밖의 일반 공무원 중에서도 5천여 명은 필수 상황 당직자로 일터를 지켜야 하고.

 

이처럼 명절날 집이 아닌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백만 명쯤 된다. 군 병력 62만여 명을 빼고도. 내가 2~3년 동안 짬짬이 생각날 때마다 조사해서 집계한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의 2%이자,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경제활동인구) 100명 중 세 사람꼴이다. 주변에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 100명 중에 세 사람은 명절날에도 집에서 쉬지 못한다.

 

우리가 명절날 흥겹고 행복하게 지내는 동안, 이들은 일터에 머문다. 물론 그런 날은 명절 음식이라고 해서 이른바 특식이 제공되기도 하지만, 명절의 흥취는 음식보다도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함께하기에서 더 크게 나온다. 명절을 전후해서 가슴 한 쪽에서 부풀거나 고이는 것은 명절에 맛봤던 기억들의 침전물이다. 일터에 머무는 이들에게는 바로 그런 기억들이 백지가 된다. 공란으로 처리되는 특별한 일상.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기억하자. 아니 기억해 주자. 기억하려고 노력하자. 우리가 신나게 놀고 마시고 먹고 즐기는 사이에도 수많은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백 명 중 세 사람은 그 시각에도 일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그들 덕분에 우리는 다음 명절에도 여전히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보장된다는 것을. 그 기층부엔 숫자 하나로만 표기된 62만여 명의 군인들도 있다. 그중에는 46만 명쯤의 새파란 젊은이, 우리 아들딸들도 있다. 달려가 송편 한 쪽이라도 입에 넣어주고 싶은.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은 400여 명의 이 나라 별짜리들은 대부분 연휴 중에 하루 이상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절날 병사들과 식당에서 단 한 끼니의 식사라도 함께 하는 전방의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은 눈을 씻고 봐도 보기 어렵다. 그뿐이랴. 장성급이라도 상관의 승인 없이는 위수 지역(자신의 작전 관할 구역)을 벗어날 수 없는데, 그걸 예사로 하고 있는 전방 장성들은 수도 없이 많다. 명백한 근무지 불법 이탈임에도 처벌 받은 이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 또한 불문율이다. 이 나라의 모든 군사 쿠데타는 바로 그 위수 지역 이탈로 행해진 것들임에도... 그것참.   

 

                                                -溫草 최종희[Sep.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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