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발견! 카톡 여인들은 돌싱녀???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9. 21. 07:07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대~발견! 카톡 여인들은 돌싱녀???

업무 관련하여 이메일로만 연결돼 있던 여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급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내가 안 보고 있는 듯하다고. 내가 요새 쪼매 바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이메일을 대부분 새벽에 본다. 2시에 일어나서 피시를 켜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그것이기도 하고.

낮에도 보긴 하지만 그건 내가 어쩌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았을 때고, 그러려면 최소한 화면에 무성음 알람 팝이라도 뜨거나 통화음이 띠리리거릴 때다. 아니면, 있으나 마나 꼴로 마냥 방치/무시되는 게 주인 잘못 만난 내 스마트폰 신세다. 명실공히 찬밥 신세인 것이 컴의 마우스에 가는 손길의 100분의 1도 안 간다. 어느 때는 벨소리는 나는데 녀석이 행방불명이라서 찾느라 한참 걸릴 때도 있다.

사진: 회의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잔도 스마트폰 사진으로 봐야 더 잘 보인단다. 요즘 폰은 smart해지고 사람은 dull(우둔)해간다. 나는 폰이 나보다 smart하다는 걸 마지못해 인정은 한다. 나는 자타 공인의 띨띨이인지라.

메일 내용을 보니 쪼매 희한하다. 그걸 보낸 사람이 궁금해졌다. 카톡 문간 사진을 봤다. 인상은 그런 대로 곱상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데, 메일 내용은 전혀 그 반대. 내친 김에 문간 사진들을 봤다. 수십 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데, 꽃과 하늘 사진 두어 개를 빼고는 죄 다 자신의 얼굴 사진이다. 다음 지방선거 때 출마를 하려는 사람인가?

그때 또 한 여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퇴원 무사히 잘 했노라면서. 여인의 수술 입원 때, 난 그저 잘하고 오라는 의례적인 문자만 보내고 퇴원은 챙기지도 않았는데... 하기야 보름여간의 입원 생활은 세상 손길을 새삼 곱빼기로 그리워하게 한다. 입원 생활은 외로움의 순간 증폭기.

간단히 답을 보내고 나서, 생각난 김에 그녀의 문간 사진도 훑었다. 149장의 사진들 모두가 얼굴 사진이다. 그걸 끝까지 전부 보는 이는 어쩌면 그녀 혼자만이 아닐까 싶어진다. 하기야, 여인은 50대의 돌싱녀다. 사진만 보면 너끈히 40대로 보이는... 요즘은 캠이 좋아서 그런지 거의 대부분이 photogenic이다. 사진발과 실물 사이의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다.

그참에 카톡들을 랜덤으로 훑었다. 여인들은 대부분이 제 얼굴 사진이 주력부대다. 풍경 사진과 꽃 사진도 듬성듬성 섞여 있다. 어쩌다 가족 사진이 보여도 딸내미나 아들내미들과의 것들이고 남편의 모습까지 담긴 건 없다. 단 한 사람만 빼고는.

사내들을 훑었다. 한마디로 멋대가리가 꽝이다. 대부분이 한두 장으로 끝나고 자연물 사진(주로 꽃 아니면 어딘지도 안 알려주는 풍경들)이나 제 얼굴 모습이 전부다. 딱 한 녀석만 지 마눌하고 외국여행 때 찍은 사진을 올려놨다. 에고야...

내가 누군가. 생각나면 끝까지(?) 훑어보는 넘. 울 집 황후마마의 그걸 봤다. 어쩌다 맨 첫 문간 사진은 카톡을 할 때, 그것도 어쩌다 가끔 대하는 터였는데(난 카톡을 하면서 주인공 사진엔 0.1초도 관심하지 않는 재미없는 녀석이다) 작심하고 훑어보니... 오매나. 백여 장을 넘긴다. 그중에는 첨 대하는 것들도 수두룩. 그럼에도 가족 사진들이 절반 이상이고, 동무들이나 딸내미하고 찍은 것들이 대다수다. 독사진은 1할이나 되려나. 그럼 글치...

내걸 본다. 15장이나 올라가 있다. (원제 그리 올렸댜...) 그중 7장이 가족 사진이고 잘못 올라간 텃밭의 토마토 사진 하나에다 영정 후보로 꼽힌 것들 두어 장에 논네 꼬라지 사진도 두 장이 있다. 가장 최근에 올린 게 1.5년 전의 사진. 2021년에 발간된 5차 개정판 내 책자 사진이다. 그건 사람들이 자꾸만 개정판 언제 나오냐고 해대길래, 이미 나와 있다는 답을 대신하기 위해서 올렸다.

대~발견이다. 내 아는 카톡 상대방들의 대부분은 유부남 유부녀다. 드물게 진짜배기 돌싱녀들도 있지만, 사내들은 100% 전현직 유부남이다. 벌써 상처를 해서 홀로 된 전직 유부남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여인들의 카톡 문간 사진만 보면 거개가 돌싱녀들만 같다. 가족들 모습이 아예 안 보이거나, 있어도 남편의 얼굴까지 자랑하는 이들은 눈을 씻고 봐도 드물다. 거참 희한한 일이다. 암만... 희한하고 말고.

희한한 일은 또 있다. 블로그를 보면 <이름: 안 갈쳐 죠. 얼굴: 안 봬줄 거얌>파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페부기를 보면 그 제목대로 Face로 book을 만든다. 똑같은 사람이 블로그에서는 block를 하고 페부기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얼굴로 도배질한다. 대~발견이다.

그렇다는 걸 난 어째서 지금까지 몰랐을까나... 하기야 친구들이 붙여 준 내 별명 중 하나가 ‘띨띨이’다. 알아채는 게 좀 늦다. 유머 시간에 친구들이 한참 다 웃고 난 뒤에야 나는 가가대소에다 박수를 곁들인다. 그래서 때늦은 박수 소리는 내게서만 난다. 확실한 지진아(遲進兒)인 것이, 형광등이 사라지고 스위치를 켜기가 바쁘게 환하게 밝히는 LED 전등 시대로 들어선 지도 한참인데 올해야 바꿨다. 더 이상 울 집 황후마마에게 형광등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푸하하. 그럴 땐 내 머리도 쪼매 돌아간다.

                                                  -온초(21 Sep. 2022)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