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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영어로도 얼마든지 세계의 수장이 될 수 있다] ISO(국제표준기구)의 새 수장 조성환 박사(현대모비스 사장)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9. 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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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영어로도 얼마든지 세계의 수장이 될 수 있다] ISO(국제표준기구)의 새 수장 조성환 박사(현대모비스 사장)

 

기쁜 소식이 들린다. 차기 ISO의 회장으로 조성환 박사(현대모비스 사장)가 뽑혔단다. 국제 표준에 관한 한은 가장 많은 종류의 표준 제도를 지니고 있는 게 ISO인데,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른다. 2010년대에 극성을 부렸던 ISO 시리즈 9001이나 14001를 기억하는 이들은 대부분 회사원들이다. 이른바 문서 관리 국제 표준화라 하여 엄청 법석을 떨었는데, 그 때문에 돈벌이를 한 것은 표준화 관리 업무를 위임 받은 업체들과 종이 파일 박스를 만들어 판 회사들이었다. 당시 수출회사치고 회사 이름 뒤에 ISO 9001이나 14001 표기를 덧대지 않은 회사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요즘의 식품 업체들이 해섭 인증[HACCP認證] 표기를 매다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 차기 ISO 수장으로 뽑힌 조성환(1961~ ) 현대모비스 사장. 스탠포드대 박사. 임기는 2024년부터 2년간. 내년엔 1년간 현 회장과 동행 수행.

 

이 국제 표준 역시 영향력 있는 국가, 선도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에 힘을 쓴다. 일례로 무선전화에서의 코드분할다중화 접속 방식(CDMA)은 우리가 선도했고, 세계 최초의 상용화도 이뤄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개발한 방식대로 다른 나라들도 따라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에 관련된 기술 특허가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그걸 사다가 써야 한다. 아는 이들은 적지만 귀침(耳鍼)도 세계 기술 표준이 우리나라의 것으로 채택돼 있다. 당연히 귀침용 침구(鍼灸)류 규격도 우리나라 것을 따라야,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이번의 조성환 회장처럼 국제 기구의 수장으로 뽑힌 이들은 사실 하나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물 안 개구리들의 대표 격인 정치꾼 나부랭이들이 매스컴을 장식하곤 해서 일반인들에겐 그 찬란한(!) 업적들이 제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 관해서는 뒤에 간략히 살펴보고 가자.

 

오늘의 주제는 토종 영어 다시 돌아보기, 제대로 값 쳐주기다.

 

2mb 시절, 영어 교육 얘기가 온 나라를 뒤덮은 적이 있다. 그때 끌려나온 게 orange였던가. 어떤 여교수 하나가 나와서 ‘오렌지/오렌쥐/오린쥐’ 등의 발음을 두고 자신이 미국 생활 중 겪었던 사례를 장황하게(그리고 참으로 웃기게) 떠들어댄 적이 있다. 이 셋 중 아무것도 아니고 ‘아아린쥐’라고 해야 한다면서. 그때 내 배꼽이 웃었다. 

 

미국이고 나발이고 간에 전 세계 어느 곳의 과일 가게에 가서라도 그걸 사려면 자기가 아는 대로, ‘오렌지’만 알면 ‘오렌지’라 하고 ‘오오린쥐’와 ‘아아린쥐’까지 알면 아는 대로 그냥 말하면 된다(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 가서도 기를 쓰고 ‘오오린쥐’와 ‘아아린쥐’를 외쳐대면 되레 불통이 되지만). 그래도 가게 주인이 못 알아들으면 그 과일에 손을 대고서 한국말로 ‘이거 주세요’ 하면 된다. 전 세계 과일 가게 주인은 즉시 알아듣고서 그걸 준다. 그게 언어다. 

 

흔히 영어라 하면 발음 문제부터 꺼내드는 괴상한 족속들이 있다. 물론 표준 발음을 정확히 해대면야 최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일상 소통 등에서 그 때문에 자신의 의사표현을 못 해내는 그런 일은 결단코 없다. 언어는 소리가 주가 아니라, 생각이, 생각의 뿌리가 백번 더 중요하다.

 

영어의 발음 문제, 잠시 불편하거나 불편하게 할 뿐 기실 아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인도인 영어를 접하면 그때부터 머릿골이 아파온다. 경음 발음이 엄청 많고, 단어간에 휴지(休止)가 거의 없는 따발총 식이어서다. 영국 유학을 간 간디가 그런 인도 발음 때문에 촌놈 대우를 받게 되자 자신의 형편과 어울리지 않게 무리해서 정장을 입고 다니고 한 것도 그래서였다. 인도인 촌놈 소리를 안 들으려고. 간디는 남아프리카에 가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서야 그게 짧은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암튼 그처럼 내 머릿속으로 날아오는 따발총알 같은 인도식 영어도 몇 분만 지나면 그런 대로 안온해진다. 말을 챙겨 들으려고 머리가 그 발음들에 적응해 가서다. 아랍 사람들의 상당수가 this와 that에 나오는 th 발음 [ð]를 [dʒ]로 발음하는데, 그 또한 몇 번 들으면 머리가 알아서 알아듣는다. 그런 식이다.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우리의 티브이 화면에도 자주 출몰(?)하는 이가 있는데 WHO 사무총장이다. 그는 T. A. Ghebreyesus(1946~ )인데 대체로 ‘거브러여수스’ 총장이라고들 한다. 제대로 발음하기조차 어려워 그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이들은 아프리카 쪽 사람들뿐이다. 그는 에티오피아 위, 수단 옆에 있는 작은 나라 에리트리아* 출신으로서, 에티오피아에서 보건부와 외교부를 11년간 맡았던 사람으로 영어를 상용해 왔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영어를 단박에 알아듣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몇 번 들으면 들린다. 그의 발음법에 귀를 열면. 친중국 행보를 보인다고 그를 싫어한 트럼프는 거 총장의 영어가 세상을 망친다는 망발까지 했다. 엉뚱하게 그의 영어 발음에 시비를 걸면서 WHO를 탈퇴하겠다고 겁도 줬다. 쪼잔하고도 비겁하게시리. [*에리트리아: 1993년 하나의 주가 주민투표를 통해 중앙정부(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 최초의 국가].

 

사진: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우측은 친중국 행보를 비꼰 미국의 만화. 친중국 성향은 WHO 회비 납입 기준으로 큰손인 중국에도 밉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 미국이 코로나의 우한 기원설을 밀어붙일 때,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 발음 문제까지 들먹이면서 공격을 받은 국제기구 수장으로는 우리의 반기문 총장도 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까지 한 그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영어가 엉망이란 소리까지 해댔다. 반 총장의 영어 발음은 저 위의 거 총장 발음에 비하면 할아버지다. 또박또박 60년대의 표준 미국식 발음을 한다. 물론 지금의 ‘날아가는 빠다’ 식의 연음 발음 집합들과는 천지차이지만. 일례로 should(would) have been과 같은 뭉치 표현들은 마치 한 낱말의 ‘슈(우)래브빈’으로 들리고, 그리 발음해야만 통용될 정도로, 엄청 변화해 왔다. 

 

발음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발음 기호 관련 얘기를 조금만 하고 가자. 토종 발음 문제와도 연관돼서다.

 

일례로 발음기호 a와 i도 실은 발음이 두 가지다. 머리 꼭지가 없는 ɑ와 ɪ도 있다. 이것들은 머리 꼭지가 있는 것들에 비해서 개구도(開口度)가 좀 넓다. 다시 말해서 입을 더 크고 확실하게 벌리면서 힘을 주어야 한다. 즉 정확하게 말하면 좀 고달프다. 그렇게까지 하면 학습자에게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지금은 아래의 발음기호표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런 세밀한 구분까지는 하지 않는다. 

사진: 영어 발음기호표(간략형)

그럼에도 실제의 정확한 발음에서, 특히 영국식 발음에서는 이것들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ice의 발음 표기를 보면 [aɪs]로서, i는 점이 없는 ɪ로 표기돼 있다. afternoon 역시 [ɑːftənuːn],즉 ‘아아프터누운’으로 나온다. 즉, 첫음 ‘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길게 발음해야 한다. 좀 고달프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달픈 걸 싫어하는 평민이나 중하류급 사람들은 그걸 쉽고 간단하게 ‘애(æ)’로 발음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æftərnuːn], 즉 ‘애프터누운’이 되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그런 싸구려 미국식 발음을 싫어하고 은근히 경멸한다. 영국에 가서 괜히 난 척하느라 미국식의 ‘날아가는 빠다’ 발음을 해대면 실은 뒷전에서 값이 깎인다. 촌놈 영어라고. 힘들고 귀찮더라도 벌릴 입은 제대로 벌리고 입 안에서 힘을 줄 발음들은 그 규칙대로 하라고 무언으로 압박한다. 

 

그런 영국인들도 약점이 있는 발음들이 있다. today에서 보이는 e와 hair/air/fair 등에서 보이는 발음 ‘에’의 구분에서 힘들어한다(위의 발음기호표 번에 보이는 ‘에’). 그래서 호주에 가면 today는 9할 이상이 ‘투다이’다. 맨 처음 이주민들이 죄수와 간수였고 그들이 정착민의 주력부대가 되어가서다. hair/air/fair 등에서도 간편주의의 미국인들은 한 수 더 뜬다. 아예 복모음 발음 [eə]를 생략하고 뒤의 설전음 r를 살짝 흘린다. 그래서 fair의 발음이 미국에서는 [fer], 영국에서는 [feə(r)]가 현재의 표준 발음으로 돼 있다[웹스터와 옥스포드 사전]. hair 역시 이와 똑같아서 미국에서는 [her], 영국에서는 [heə(r)]가 표준 발음이다.

 

하지만, 언어는 그저 도구다. 일상의 의사표현을 위에 동원되는 일종의 연장이다. 그 연장이 새것일 수도 있고, 성능이 좀 떨어지는 낡은 것일 수도 있다. 회를 뜰 때 회칼이 있으면야 좋지만, 그냥 부엌칼 정도로도 너끈히 회를 뜰 수 있다. 그러니 발음 따위에 꿰어서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쓸데없이 긴장하면 표현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더 실수를 하게 된다.

 

*****

아래에 몇몇 사람을 소개한다. 우선 그 면면부터 살펴보고서 토종 영어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사진: 유명희. 현 경제통상대사

유명희(1967~ ):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섭교섭본부장(2019~2021). 2021년 WTO 사무총장 입후보 후 낙선. 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2021.9~ ). 서울대 영문과 졸. 행시 합격 후 30년째 근무 중. 

 

 

사진: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 임기를 마친 후 귀국했던 2021년 11월. 문 대통령이 노고를 치하했고, 당시 민병갑 경찰청장은 경찰의 대선배 김종양 총재를 맞아 양손으로 껴안고 있다.

김종양(1961~ ): 2015~2018. 인터폴(국제경찰) 부총재. 2018~2021. 인터폴 총재.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 1992년 고시 특별채용(경정)으로 경찰에 입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 경찰청 핵안보기획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치면서 경찰 내 대표적 외사통.

사진: 국제형사재판소장(임기 3년)을 연임했던 송상현 전 서울법대 교수.

송상현(1941~ ): 2009~2015. 국제형사재판소 2~3대 소장. 송진우 손자(입양). 전 서울법대 교수.

툴레인대와 코넬대 등 짧은 미국 유학 경험. 1970년 코넬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S.J.D.) 

 

 

사진: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재직 중 과로사(2006)했고, 어지간해서는 공개적인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외국 여직원들도 이 박사 장례식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들을 훔쳤다.

이종욱(1945~2006): WHO 사무총장 재직 중 과로사(2006). '아시아의 슈바이처'.

2010년 세계한센포럼 한센공로상, 제1회 한미 자랑스러운 의사상.

2003.05~2006.05 제6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2003 세계보건기구 결핵국 국장

사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중도 사임

 

김용(1959~ ): 세계은행 총재 연임 중 (2012~2019) 봉사 활동을 위해 조기 사임. 서울 산으로 5살 때 미국으로 가족 이민. 

2012.07~2019.02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 총재. 의학박사, 인류학박사

2009~2012.06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총장.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04 세계보건기구 에이즈국 국장

 

사진: 고교생 시절이던 1962년 한국 대표로 미국을 방문하여 케네디 대통령과도 만났던 반기문 전 총장

반기문(1944~ ): 2007.01~2016.12(10년) 제8대 UN 사무총장. 

2019.4~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

2004~2006.11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 (좌) CES 2021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승현준 사장(삼성리서치소장). (우)반도체 업계에서 집적도는 2년이 아니라 1년마다 두 배로 뛴다는 '황의 법칙(Hwang's Rule)'을 새로 실현해 낸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2006)

 

이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건 건너뛰기로 한다. 이들은 대부분 짧게든 좀 길게든, 수장들이 되기 전에 미국 체류 시간들을 가졌다. 반기문 총장을 빼고는 모두. 상당수가 미국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종양 총재와 반기문 총장을 빼고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날아가는 빠다' 발음을 해댄 건 아니다. 가장 최근이랄 수 있는 삼성전자의 승 사장은 하버드 박사에 MIT 교수까지 했음에도, 그리고 미국 체류 기간이 15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작년 CES에서의 혁신상 수상 제품을 설명할 때 발음을 들어보니, 역시 그 뿌리는 토종 영어였다. 그럼에도 그나 청중들 모두 영어 발음 수준 따위에 개의치 않았다. (할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국 유학은커녕 6개월 이상 체류해 본 적도 없고, 학원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그런 내가 미국인들 앞에서 영어를 하면 그들은 99% 나를 유학파 내지는 미국 장기 체류자로 여겼다. 그만치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영어 발음에 신경을 썼다. 영어사전 첫머리에 나오는 발음법을 수십 번도 더 읽고 수백번 넘게 연습했다. 순음 발음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입술이 부르트기도 했고, 자다가도 r과 l, b와 v 발음을 제대로 하려고 기를 쓰고 연습했다. 입이 아프도록 크고 넓게 벌리는 연습도 해서 입가가 얼얼할 때까지.)

정말이지 발음 문제 중요치 않다. 생각의 뿌리가 더 중요하고, 태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웃기는 얘기 겸 진짜 발음 문제와 관련되는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하고 마치기로 한다.

나의 중학교 시절 물리 선생님(나의 선친과 동갑으로 1917년생). 그분이 어느 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얘기를 하시다가 느닷없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이칸도아니싱 다트만칸도'라고. 내가 '소리'라고 적었던 것은 도무지 그게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였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그걸 적으시는 걸 보고서야 영어라는 걸 알았다. I can do anything that man can do...

그 말을 우리 물리 선생님께 물려준 분은 일본인 선생이었다. 그런 정신으로 그 일본인 선생을 일깨워준 이도 일본인이었는데, 그가 바로 나중에(1949년) 일본에서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였다. 초등생인 우리들까지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사진: 나이 42세에 일본에서 첫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가 아인슈타인과 함께하고 있다. 그는 당시에도 매우 드문 핵물리학자로서 아인슈타인도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아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이다. '아이칸도아니싱 다트만칸도'보다는 '아이 캔 두 에니싱 댓 맨 캔 두'가 훨씬 낫긴 하다. 하지만 발음이 옳고 낫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았느냐, 거기에 담긴 의미가 제대로 소통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이칸도아니싱 다트만칸도'로 영어를 익힌 사람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영어 발음 수준이 떨어지기로는 서너 손가락 안에 드는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노벨상을 28개나 받았다. 특히 이과 분야에서 받은 상들이 26개로 훨씬 더 많다(두 개는 문학상). 우리는 기껏해야 인기상 수준인 평화상 달랑 하나뿐이고. 하기야, DJ도 감옥에서 독학한 영어로 미국에서고 어디에서고 의사소통을 아주 잘했다. 대통령이 돼서도 통역이 필요없었는데, 주변에서 '대통령님의 발음이 좀 그러시니 통역을 쓰시죠' 하는 바람에 공식 석상에서는 통역을 내세웠다. (그래서 DJ 초창기에는 그가 말하는 영어들이 그대로 방송을 타기도 했다. 내 보기에 논네 발음으로는 단연 에이뿔감이었다. 그걸 그대로 두었어야만 뒤의 대통령들도 영어 공부를 계속했었을 터다. 내 개인적인 소원은 외교 무대에서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는 대통령을 내 생전에 보고 가는 일이다. 이명박 수준의 영어도 좋다. 완벽 따위는 그다음 문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우리나라에서 학원 영어 교육의 실질적인 대박 주자들은 사실 토종 영어쟁이들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성공한 이들보다는 미국 유학 한 번 얼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육용 영어로는 더 잘하고 잘 가르친다. 1960년대에 날아가는 빠다 발음으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CCB영어 학원의 로버트 박 선생은 잘 나가긴 했지만, 오래오래 뿌리를 내리진 못했다. [*'어라 보이': 그의 회화 책 첫머리에 '어라 보이'가 등장한다. 'atta boy'의 미국식 발음인데 이 말은 'wht a boy'의 생활어 정착 발음이지만, 막상 미국에 가서 이 말을 사용해 보면 미국인들도 알아듣는 이들이 드물었다.] 

생활 영어를 익힐 곳이 없었던 충주 촌놈 반기문 학생은 그 열망을 이루려 당시 충주 비료공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던 기능공들에게까지 찾아갔다. 말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듣고 묻고 또 물었다. 한국에서 함께 간 세 학생들이 케네디 대통령 앞에서 단 한마디도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여러 마디를 던졌다. 케네디가 답하고 대화가 오가자 그 뒤로 다른 나라 학생들이, 특히 여학생들이 반기문 학생 앞에서 자주 얼쩡거렸다고 한다. 하기야, 고교생 시절에 반 총장은 이미 170센티를 훌쩍 넘기는 헌칠민틋한 청년이었다. 위 사진에서도 보듯. ㅎㅎㅎ.

                                                                   -온초 최종희(23 Sep.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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