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안도현. 2010년 8월 <인물과 사상>의 표지 모델로도 발탁(?)됐다
안도현('61년생)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시인. 경북 예천산 촌놈답게 생김도 수더분하다.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담뿍 얼른 안아든다. 그만큼 직격한다.
그런 시의 힘은 작고 사소한 것들을 깊이 껴안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다시 말해서 하찮지만 의미 있는, 작지만 소중한, 쉽게 흘리지만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들에 성능을 갈고 닦은 대물렌즈를 대고서 세심한 대안렌즈로 유심히 읽어낸다. 그런 이들은 따뜻한 시, 함께 나누는 시들을 읊는다.
아래의 시들은 모두 그의 초기작이다. 안도현은 81년에 대구매일신문, 84년에 동아일보에서 각각 <낙동강>과 <서울로 간 전봉준>으로 두 번이나 신춘문예를 통과한, 그야말로 완벽히 검증된 시인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은 현란한 수사, 관념 비틀기나 쥐어짜기, 의식 과잉... 따위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가 발간한 6권의 시집들 모두가 베스트셀러 내지는 스테디셀러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시인입네 하는 이들이 내는 시집들 거개가 현금 대신 현물로 인세가 지급되는 데에도 다 까닭이 있듯이.
안도현은 현재 그의 모교(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이기도 한 단국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참, 나는 연탄에 관한 한은 소비자로서는 준전문가급이다. 1960년대에서부터 2010년까지 가까이 해 왔으니까. 예전 왜식집(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 가옥)에서는 아궁이 속에 레일을 깔고 그 위에 연탄 두 장이 들어있는 화덕을 들이밀어서 난방을 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이걸 알아보는 분들은 나이테가 상당히 두꺼우신 분들이다.
사진: 레일을 이용하여 화덕을 밀어넣기도 했던, 연탄 화덕식 직접 난방. 조리를 할 때는 화덕을 앞으로 끌어내어 요리를 하고, 그게 끝나면 안으로 깊이 밀어 넣어서 난방용으로 썼다.
2008~2010년간 3년의 당진살이를 할 때 나는 기름보일러와 연탄보일러 두 개를 다 썼다. 처음부터 작심하고서... 기름보일러만으로는 한 달 60~70만 원의 난방비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울 집은 그처럼 뜨겁게 내내 난방을 할 필요가 없었다. 욕실에는 즉석 온수기도 있었다.
연탄 보일러만으로도 집 안은 늘 안온했는데, 그때의 설정 온도가 18도였다. 파주의 아파트로 와서는 22도로 설정해도 추워서 24도로 올려야 했다. 벽 두께와 방열 방식의 다름이 그처럼 큰 차이의 원흉이었다.
무엇보다도 연탄을 쓰면 화덕구이 등도 가능하다. 아직까지도 생선이나 고기 구이 중 가장 맛있는 게 바로 연탄 화덕 구이다. 당진에 머물 때, 나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바베규 판도 있었지만, 바로 연탄 화덕도 즉시 샀다. 거기에다 수시로 고기도 생선도 구워 먹었다. 그 맛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으랴.
그런 연탄의 팬(?)인지라 내 블로그에는 연탄 이야기가 엄청 많다. 시리즈로 정리한 것도 있다. 그중 하나를 선보이면 다음과 같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0047353153
- 온초 최종희 (18 Sep.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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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석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싸락눈 흩뿌리는 날
퇴근길
언 코끝으로, 살속으로
파고도는 가족이여
최저생계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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