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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사별한 노인,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22. 11.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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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사별한 노인,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아래 글은 11년 전에 아내와 사별한 만 80세의 독거남이 <최철주의 독거노남>이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글 중의 하나다.

그는 중앙일보 계열에서 평생을 기자로 일하고 퇴임 후에도 논설 고문 등을 지냈는데, 2005년 국립암센터에서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과정을 마친 후부터 '웰다잉' 쪽에 관심하게 되어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이별 서약』, 『존엄한 죽음』 등의 여러 책도 썼다.

그 또한 암 환자다. 암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머지않아 하늘의 호출을 받게 된다는 건 당사자도 알고 있다. 언제라도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도 끝냈다. 나도 그와 똑같다. 다만 암 환자에 들어 있지 않을 뿐이다, 아직은.

아래 글에는 아내와 사별하면 단명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쪽으로 나온다. 그런 이들을 보면 십중팔구 거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존해 온 이들이다. 음식 관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옷 입기, 빨래, 청소, 안 살림, 집안(친족) 관리... 등 거의 모든 것을.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잔존 기간이 길다. 조리, 설거지, 빨래, 청소, 집 안 관리... 등을 조금씩이라도 자기 손으로 해내왔던 이들은 아내를 보내고도 제법 씩씩하게(?) 살아낸다.

그러고 보면 삶의 의욕과 생의 에너지는 평소의 몸수고 태도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비상용 랜턴이나 양초 두는 곳에 깜깜하고 인감 하나 찾는 일에서도 아내에 의존하던 이들일수록 잔존 기간이 짧아지는 듯하다. 그런 정도야 하고서 큰소리 쳤던 나도 마마님의 발목 수술로 2주 입원 + 4주 휠체어 생활(앞으로도 4주 더 남았다)을 하는 동안 대걸레 위치 등은 잘 알고 있었지만, 현관 바닥을 닦으려고 손걸레를 찾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10여 분을 헤맨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 복잡한(?) 냉장고 안의 내역이나 서른 가지도 넘는 요리용 기본품으로 냉장고 밖에 있는 것들(복잡한 장류에서부터 10여 종의 온갖 기름류, 대여섯 가지나 되는 소금류... 등)의 위치는 잘 알아서 제대로 꺼내쓰는 편이다 모. ㅎㅎㅎㅎ.)

나이와 무관하게 몸수고는 정신과 신체 에너지의 충전기 겸 배터리다. 재게 움직이고 바삐 사는 이에게서는 에너지가 감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있을 때도 최대한 자신의 일상은 자신이 몸으로 하는 게 좋다. 설거지나 요리, 청소 따위가 아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일찍서부터 일상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게 아내와의 사별 후에도 좋다. 자신의 잔존 수명 따위와 무관하게... 아내의 사후에도 집 안팎에서 그저 바삐, 짜임새 있게 사는 게 '독거노남'에겐 가장 좋은 일인 듯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온초 최종희(11 No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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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주의 독거노남> 중앙일보. 2022.11.11.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다가가면서 나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어림셈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가 떠난 지 만 11년 됐으니 잘도 버텨온 셈이다.

내가 알던 여러 명의 남자 독거노인들은 배우자를 떠나보낸 후 2~3년 사이에 세상과 작별하곤 했다. 길면 5년까지 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떻든 나이든 남자의 죽고 사는 자연의 이치는 결국 배우자 사후 몇 년 이내에 작동을 멈추는 게 당연한 이야기가 돼버리는 게 서글프다. 나도 머지않아 하늘의 호출 신호가 떨어지면 이 세상을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게다가 나는 국가기관에 암환자로 등록돼 의료비 지원까지 받고 있다. 내 친구 몇몇이 아예 대놓고 묻는다. “야, 넌 혼자 남아서 잘도 지내는구나, 그래.” 농담인 줄 알면서도 꽤 귀에 거슬린다. 오래전에 배우자를 떠나보내고도 삼시 세끼 잘도 찾아 먹는 내게 죄책감 같은 걸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얄미운 이 말투에 대들 용기는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눈치 없는 발언은 남성 차별일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인권침해이기도 하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은 곧장 슬픔을 이겨내고 제2의 인생을 맞이한 듯 당당하게 노후를 이어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왜 노년의 남성은 움츠러들며 비실비실 사라져야 하는지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지나치게 여성에게 의존하는 남성의 생활 패턴은 도대체 고쳐질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한 일이다. 의학적·생리학적 근거야 어떻든 남자의 평균수명이나 건강수명이 여성보다 6~7년이나 뒤처지는 건 결국 남성들의 자업자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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