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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440] 봄내음은 보아야 하고, 종다리 노래는 읽어야 한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22. 11. 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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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440] 봄내음은 보아야 하고, 종다리 노래는 읽어야 한다

 

봄내음은 보아야 하고, 종다리 노래는 읽어야 한다.

 

모든 냄새는 그걸 풍기는 것들에서 나온다. 봄내음은 온갖 새싹, 기지개 켜는 땅과 하늘, 그 공간을 채우는 삽상한 새 공기... 들의 합작품이다. 그것들 하나하나에 눈길을 줄 때 봄내음이 완성된다.

 

모든 소리는 관심해서 보아야만 들리고 그 내용물이 제대로 읽힌다. 종다리만 해도 3~4월에 수직으로 솟아 올라 잠시 멈춰서 바삐 지저귀는 건 수컷의 암컷 부르기와 텃세권 차지용이고, 수직 급강하하면서 짧고 날카로운 소리로 지저귀는 건 포식자로부터 새끼 보호를 위한 어미의 안간힘이듯이. 봄날 하늘에서 지저귀는 종다리라고 해서 모두 다 신나게 (또는 한가롭게) 봄철을 노래하는 건 아니다. 

 

사진: (좌) 하늘 높이 올라서 제자리에 멈춘 뒤 바삐 날개를 움직이며 정지 비행(호버링 hovering)하는 건 종다리 수컷. 암컷을 꼬드기거나 자신의 텃세권을 주장하는 중이다. (우) 날카롭게 지저귀는 건 암컷으로 새끼 보호를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사진 속의 녀석은 뿔종다리. 다급해지면 뿔털이 더 솟는다.

 

- 溫草 최종희(4 Nov. 2022)

 

 

[돌직구 441] 신(神) 대신 스테이크를 믿는 게 실제로는 삶을 지탱해 줄 때가 많다 

 

신(神) 대신 스테이크를 믿고, 빛나는 금과옥조보다는 ‘가려우면 긁어라’를 따르는 것이 실질적으로 실체적으로 삶을 지탱시켜 줄 때가 많다. 관성적으로 많은 이들이 떠받드는 그럴 듯한 것들은 도리어 족쇄가 되거나 허황된 삶으로 이끌기도 한다. 크게 부푼 풍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공기다.

 

- 溫草 최종희(5 No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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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때 폭격에 나선 미군 조종사가 격추된 뒤 포로로 잡혀 엄청 고생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 실화를 다룬 영화 <레스큐 던(Rescue Dawn)>(2006). 구출된 조종사 디에터 뎅글러 중위(크리스찬 베일)은 미국 귀환 후 기자들로부터 갖가지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다.

 

(질문) 그처럼 온갖 고난을 견디게 하고 당신을 살아남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국가에 대한 충성심? 아니면 신을 믿고 의지해서?

(답) 아뇨. 나는 신 대신 스테이크를 믿었습니다. 어떻게든 돌아가 그것을 먹으리라는 일념으로 버텼습니다.

 

(질문) 가장 큰 힘이 됐던 신조 내지는 좌우명은 무엇이었나요?

(답) ‘꽉 채운 건 비운다’와 ‘가려우면 긁어라’였습니다. [이 두 가지는 포로 생활 중 포로들을 괴롭혔던 설사와 모기에 대한 가장 유효한(?) 대처법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추상적인 언어들이 아니다. 관성적으로 많은 이들이 떠받드는 그럴 듯한 것들은 도리어 족쇄가 되거나 허황된 삶으로 이끌기도 한다. 크게 부푼 풍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공기다.

 

사족 하나. 이 영화 제목에 나오는 Dawn은 영미 모두 이의 없이 장모음으로 발음되는 도온 [dɔːn]이다. 누가 왜 ‘던’으로 표기했는지, 고거이 궁금타. ㅎㅎㅎ

 

사족 둘. 이 영화의 출연진들은 못 먹어서 삐쩍 마른 포로역인지라 모두 10~20kg 이상의 체중 감량을 해야 했다. 주인공 역의 크리스천 베일도 10kg 이상을 뺐다. <캐스트 어웨이>(2001)에서 무인도에 버려진 역의 톰 행크스도 헐벗은 모습이어야 해서 12kg 정도를 줄였다고 한다. 

 

사진: 영화 속 출연자들의 앙상한 모습들. 우측 사진의 오른쪽이 주인공 역의 크리스천 베일. 광대뼈가 보일 정도로 체중 감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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