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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 혹시 아시나요? 그리고 점자 vs. 묵자는요??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11. 2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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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 혹시 아시나요? 그리고 점자 vs. 묵자는요??

'훈맹정음'? 언뜻 들으면 코미디언이나 비틀기 좋아하는 신세대들이 '훈민정음'을 그리 돌려서 말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점자를 최초로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이 1923년에 발표한 한글 점자의 정식 명칭이다. 즉, 훈맹정음(訓盲正音)으로 맹인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편 점자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어가 묵자(墨字)인데, 이 말을 처음 듣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비시각장애인들의 문자를 뜻한다. 본래는 먹으로 쓴 글자를 말하지만 비시각장애인들은 주로 까만색으로 적기 때문에 묵자(墨字)라 하게 되었다.

지난 11월 4일은 한국 점자가 탄생한 지 96년째 되는 날이었다. 2021년 12월에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한글 점자의 날(11월 4일)’은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한글날(10월 9일)’, ‘한국수어의 날(2월 3일)’과 함께 이제는 어엿한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이다.

점자는 묵자와는 달리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초성에는 'ㅇ'이 없고, 초성.중성.종성 등이 있다 하더라도 몰아쓰기(붙여쓰기)를 하지 않고 따로 적는다. 또 초성과 받침이 서로 다르다. 같은 'ㄱ'이라도 초성일 때와 종성일 때가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 복잡할 듯싶지만, 익히기는 생각과 달리 엄청 쉽다. 하루면 족할 정도로...

전에 내가 이곳에서 수어(수화)와 지어(指語)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다. 수어는 무더기말이 기본이고(예: '사랑한다/사랑해...' 등이 한 동작), 지어(指語)는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낱개의 문자 언어, 곧 'ㄱ,ㄴ,ㄷ...'이나 숫자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이름 '홍길동'을 말할 때는 'ㅎㅗㅇ/ㄱ ㅣ ㄹ/ ㄷ ㅗ ㅇ'으로 해야 하는데 그때 쓰이는 게 지어(指語)다. 나는 그걸 2~3분도 안 걸려서 익혔는데, 20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다. 그만치 체계적이고 아주 쉽다. 여러분 모두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비시각장애인이 그걸 익혀서 뭘 하느냐고? 쓸모 있을 때도 적지 않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창밖에서 시간이나 전화번호 등을 알릴 때, 정확한 지명 표기나 적확한 내용을 상대에게 알려주고자 할 때, 아주 유용하다. 나는 실제로 여러 번 그리 써먹었다. 떠나는 전철 밖에서. 나에게 지어를 전수해 준 사람에게...

지어 익히기용 자료는 이곳에다 담아두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2840914853

점자 역시 매우 쉽다. 지어보다는 아주 조금 더 복잡하긴 하지만 창안자인 송암 선생은 5분이면 익힐 수 있다고까지 했다. 요즘 전철역에만 가도 승차장 앞의 안전도어를 보면 자그맣게 점자가 표기돼 있다. 역명은 기본이고 플랫폼 번호도 있고, 환승역 같은 곳에는 종착역(운행 방향)을 표기한 것도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관심할 때 눈에 들어오고 아는 만큼 보인다. 시각장애인들의 언어에도 관심하면 그들의 세계가 훨씬 더 가깝게, 선명하게, 의미 있게 보인다. 시각장애인들도 우리와 함께가고 있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바로 옆의 이웃이다.

-온초 최종희(23 No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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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와 묵자: 우리가 알아야 할 문자, 훈맹정음

 

훈민정음이라 하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이자 문자일 것이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으로 오늘날 한글이 되었다. 그렇다면 훈맹정음은 어떠한가? 훈맹정음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훈맹정음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 장애인을 위해 1923년 발표한 것으로, 현재 쓰고 있는 한글 점자의 원형이다. ‘훈맹정음’은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예순세 개의 한글 점자로,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쓴 《맹사일지》에는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 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 어서 바삐 점자를 배워야 원하는 대로 글을 읽게 되는 것이오.”라고 기록되어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점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훈맹정음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초성 자음과 종성 자음이 다르게 제작되었다. 둘째, 점자에서는 초성 ‘ㅇ’을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초성 ‘ㄲ, ㄸ, ㅃ, ㅆ, ㅉ’을 적을 때에는 앞의 ‘ㄱ, ㄷ, ㅂ, ㅅ, ㅈ’ 대신 된 소리표를 적는다. 넷째, 부피를 줄이고, 읽기와 쓰기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27개의 약자와 7개의 약어를 사용한다. 다섯째, 약자 ‘영’은 그 앞에 ‘ㅅ, ㅆ, ㅈ, ㅉ, ㅊ’이 올 때에는 ‘성, 썽, 정, 쩡, 청’이 된다. 여섯째, 모음 겹글자 ‘얘’는 ‘야+이’가 아니라 ‘야+애’로, ‘위’는 ‘우+이’가 아니라 ‘우+애’로 쓰고, 모음 겹글자 ‘왜’는 ‘오+애’가 아니라 ‘와+애’로, ‘웨’는 ‘우+에’가 아니라 ‘워+애’로 쓴다. 일곱째, 점자는 모아쓰지 않고 풀어쓴다. 예를 들면 ‘강’을 ‘ㄱ, ㅏ, ㅇ’으로, ‘숲’을 ‘ㅅ, ㅜ, ㅍ’으로 적는다.

한편 묵자(墨字)는 점자에 상대되는 용어로서 비시각 장애인이 읽고 쓰는 일반적인 문자를 가리킨다. 묵자는 점자와 달리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점자는 세로 6mm, 가로 4㎜ 정도로 그 크기가 고정되어 있다. 묵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묶어서 한 영역에 나타낼 수 있지만, 점자는 한 영역에 하나의 자음이나 모음만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점자책이 종이의 양면을 사용하려면 줄과 줄 사이를 8㎜ 정도로 조정하여 반대면의 점자와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점자책은 묵자책의 3배 정도 분량이 된다.

지난 11월 4일은 한국 점자가 탄생한 지 96년째 되는 날이다. 작년 12월에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한글 점자의 날(11월 4일)’은 법정 기념일이 되었고, ‘한글날(10월 9일)’, ‘한국수어의 날(2월 3일)’ 등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한글 점자의 날이 속한 주간은 ‘한글 점자 주간’으로 매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글 점자의 날 기념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 점자의 위상이 더욱 높아져서 한글 점자를 향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글: 강은혜

※ 참고 자료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1.

[출처] 국립국어원 웹진 <쉼표와 마침표>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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