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에 현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준장서 대령으로 강등됐다고 나온다. 그 앞에 '문민정부 이후 초유의 일'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서.
여기서 이번 강등 사건과 관련해서는 챙길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이번 대상이 된 전 준장의 자리는 '임기제 장군' 자리라는 것. 임기제 장군이이란 추가 진급(status)이 아예 봉쇄되고 그 자리(position)에만 일정 기간 머물면 무조건 전역해야 하는 한시적 장군 직위를 뜻한다. 따라서 전익수는 저절로 전역한다.
둘째로 이것은 문민정부 이후로는 최초의 명문적인 조치라는 것. 전에는 임의적 강등 조치가 제법 많이 행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 시절의 윤필용 사건 때 연루자들에 일괄적으로 행해진 강등 조치다. 김재규 사건 때도 강등 조치가 행해졌지만, 당시 그는 예비역이었기 때문에 예우상으로만 이등병이었을 뿐 군인사법상으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등 조치는 오직 현역일 때만 유효하다.
아울러 현재는 법적으로 이등병 강등은 불가능하다. 1994년 해당 징계가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법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강등은 최대 1계급만 가능하다. 장교에서 준사관으로 강등시키거나 부사관에서 병으로 강등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장교 중 최하 계급인 소위와 준사관인 준위, 부사관 중 최하 계급인 하사는 계급 강등 자체가 불가능하다.
창군 이래 장성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사례는 총 8번 있었다. 그럼에도 88년 12월에 병역법에 ‘계급 회복 제도’가 신설돼 대부분 복권됐다. 최초는 1973년 3월 군 고위 인사들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권좌에 올리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 ‘윤필용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이 사건으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부(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소장)과 손영길 참모장(준장), 김성배 육군본부 진급인사실 보좌관(준장) 등 핵심 주동자로 꼽힌 3명은 모두 옥살이를 하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군복을 벗었다.
이들의 쿠데타 혐의는 40여 년이 지난후에 무죄로 밝혀졌다. 윤 사령관이 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술자리에서 “각하(박정희)는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후락)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 청와대로 흘러가 쿠데타로 둔갑됐다는 것이다. 2015년 대법원은 윤 사령관이 받은 11가지 혐의 중 수뢰 1개를 빼고는 모두 무죄라고 선고했다. 2010년 작고한 윤 사령관은 사망 이후에야 명예를 되찾았다. 손영길ㆍ김성배 장군도 각각 2015년ㆍ2010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 ‘쿠데타 오명’을 벗었다.
박정희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정승화 대장은 79년 12ㆍ12사태 당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에 체포됐다. 그는 신군부에 의해 ‘김재규 내란기도 방조혐의’로 군적을 박탈당하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전역했다. 정승화 건은 최고 계급인 대장이 이등병이 된 최초 사례다. 그는 81년 3월 사면복권된 데 이어 97년 7월 무죄 판결을 받아 복권됐다.
12ㆍ12 사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신군부에 맞섰던 장태완 소장은 이등병 강등, 옥살이 뿐 아니라 가족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었다. 그는 쿠데타에 협력할 것을 종용하는 신군부에게 전화를 걸어 “야! 이 반란군 놈의 XX들아. 너희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가 지금 전차를 몰고가서 네 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의 아버지는 TV를 통해 장 소장이 보안사에 끌려가는 모습을 본 뒤 매일 술에 의지하다 80년 작고했다.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한 아들은 82년 낙동강변 야산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꽁꽁 얼어붙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 소장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비례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때 그는 386세대 의원들에게 “12.12 쿠데타를 내가 막지 못해서 미안하다. 여러분이 그간 고생 많았다”라고 말했다. 2010년 사망했다. 2년후엔 장 소장의 부인도 아파트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사진: 장태완 소장 (1931~2010). 대구상고, 조선대 법학과를 거친 비육사파. 종합학교 11기. 장군 시절 병장의 군화끈을 묶어주고, 한겨울에 자신도 웃통을 벗고 부대원과 함께 뛰었던, 참 군인이었다.
장군은 아니지만 일반병으로서 2006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는 전두환 정부에서 자행됐던 또 다른 이등병 강등 사례가 공개됐다. 1984년 8월 보충대 입영 장병 대상 대공설문 조사에서 “(해군) 이상석씨가 수상하다”는 내용의 설문이 발단이었다.
보안사는 그해 10월 22일 전역 예정이었던 이씨[입대 전 교사]를 10월 15일 불러 불법 감금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가 이어지면서 전역일이 돼 자동으로 풀어줘야 했지만, 보안사는 해군본부에 전역명령 취소를 명했다. 이씨는 11월 3일 구속됐고 군법회의에 회부돼 이등병 강등을 당했다. 조작된 범죄사실로 그는 그 해 12월 군법회의에 회부돼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고 남한산성 독방에서 14개월을 갇혀 지내야만 했다. 이 씨는 2020년 진상규명 이듬해에, 26년 만에 병장 전역했다.
노태우 정부에선 이지문 당시 육군 중위가 군 부정선거를 폭로했다가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1992년 3월 22일 군의 조직적 부정선거 행위를 폭로한 이 전 중위는 당일 체포돼 이등병 강등 뒤 불명예 전역해야 했다. 3년 뒤 재판을 통해 중위로 복권됐다.
전두환도 '이등병으로 강등된 전두환이 2012년 6월 8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에 방문해 사열을 받았다'는 설로 민주당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이등병 논란은 국방부가 그런 사실이 없음을 확인해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전 준장의 강등 사례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도 굳고 굳어서 군바리인지 뭔지 모를 정도로, '평화시대의 군바리는 장식품이다'라는 말에 딱 어울리게 해댄 짓거리로 보아서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성감수성이니 뭐니 하는 식의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에 따라서, 요즘 세상에서 '무조건 휘두르면 뜻대로 되는 페미니즘'이 된 그 무소불위한 또 다른 폭력에 의해서, 이런 결정이 아주 손쉽게 내려지는 건 아닌가 싶은 의구심도 든다. 장군의 기본도 못하는 것들은 쳐내야 옳지만, 눈 먼 검객들이 휘두르는 어설픈 칼날에 무조건 엎드리고 보는 세태 또한 몹시 마뜩잖다.
-온초 최종희(26 No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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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통신] 2022.11.26.
'이예람 사건' 관련 징계로 22일 대통령 재가…12·12 이후 장군 강등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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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故이예람 사건 부실 수사' 공군 전익수 재소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27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민주화 이후 군에서 장군이 강등되는 초유의 징계가 이뤄졌다.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와 연루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익수(52) 법무실장이 '원 스타'인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됐다. 26일 군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 실장을 강등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지난 18일 의결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를 재가했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강등'은 해당 계급에서 한 계급 낮추는 것으로, 이번 징계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처분인 까닭에 전 실장은 곧바로 대령으로 강등됐다. 장군의 강등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초유의 일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적이 있었으나 쿠데타 중이었던 만큼 이번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보다 앞선 박정희 정부 시기에도 장군 강등이 있었다. 미국이나 중국, 북한 등에서는 부조리 적발 또는 지도자의 변심 등으로 장성 강등이 간혹 이뤄지지만, 한국에서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확립된 이후 처음 일어난 일이다.
전 실장 측은 징계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내 항고할 수 있다. 내달 전역 예정인 전 실장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는 대령으로 전역할 것으로 보인다. 전 실장은 임기제 장군으로, 법무실장 직에서 쫓겨날 경우 준장으로 자동 전역하게 돼 그간 군이 보직해임 등의 조처는 하지 못했다.
현재 계급이 강등된 전 실장은 공군 법무실장 보직을 그대로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징계 전에도 군검찰 업무나 징계 업무 등에서는 배제된 상태였다. 군은 전 실장이 실질적인 법무실장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조만간 하반기 인사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직을 그대로 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당한 뒤 군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과정에서 부실 초동 수사의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군검찰은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군검찰은 뒤늦게 수사를 벌여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부실 수사 비판 여론에 따라 출범한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지난 9월 전 실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 씨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재판 중이다. 그가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특검팀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 실장의 수사 지휘에 잘못된 점이 있었다고 보고 재판과 별개로 징계를 추진해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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